최근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이란 제목의 소설집을 읽었다.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중에서 황정은 작가의 ‘상류엔 맹금류’는 다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아 흥미로웠고, 김애란 작가의 ‘물속 골리앗’은 문장력이 뛰어나서 흥미로웠다. 한 작품만 빼고 나머지 작품들도 괜찮았다.
문장력이 뛰어나서 밑줄을 친 글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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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예측할 수 없었다. 빗줄기가 잦아드는가 싶으면 얼마 안 가 벼락이 쳤다. 구름이 가벼워졌다 싶으면 어느새 폭풍이 왔다. 자연은 자연스럽지 않게 자연이고자 했다. 예상하지 말라는 듯. 예고도 준비도 설명도 말며 납작 엎드려 있으라는 듯. 네 조상들이 했던 것을 너희도 하라는 듯 난폭하게 굴었다. 비상용 물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연신 식은땀을 흘려 댔다.
장마는 한 달을 넘어서고 있었다. 빗방울이 가늘고 성기게 내릴 때도, 뭇매를 치듯 세차게 쏟아지기도, 가루처럼 포슬포슬 내려앉을 적도 있었지만, 어쨌든 하루도 그치지 않고 내린 것만은 분명했다. 비바람이 거세질 때면 아버지의 방에 묶여 있는 물들이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릇 위로 동심원이 엷게 번지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어쩌면 집이 흔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가끔은 물이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것은 음정 없는 노래처럼 갈 길 잃은 전파처럼 웅웅웅웅 울어댔다.(김애란, ‘물속 골리앗’에서.)
-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 48~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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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골리앗’은 긴 장마 동안 고립되어 있는 사람의 고독과 고통이 잘 드러나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수재민이 되어 보는 경험을 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922/pimg_7179641832304267.jpg)
올여름에 남이섬에서 찍은 사진이다. 수채화 같아서 맘에 든다.
소설을 읽을 때 살펴볼 점에 대하여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1. 주제와 소재가 참신한가?
2. 리얼리티가 없다거나, 오점이라 할 만한 점은 없는가?
3. 주제와 무관하게 본인만이 느낀 점이 있는가?
4. 작품을 읽고 가장 좋았던 (또는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5. 구성은 어떠한가?
6. 문체 또는 문장은 어떠한가?
7. 재미와 유익 중에서 어떤 것에 점수를 주겠는가?
8.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는가?
9.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라 짐작되는가?
10. 작가의 메시지는 무엇이라 짐작되는가?
11. 이 작품에서 자신의 글에 활용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12. 대중성과 예술성 중에서 어느 쪽을 확보한 작품인가?
13. 낯설게 쓰기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성공적인 부분이 있는가?
14. 이 작품은 시대가 바뀌어도 가치가 있겠는가?
15. 깨달음을 얻은 부분이 있는가?
16. 작가의 사유 깊은 문장이 있는가?
17. 이 저자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을 만큼 이 작품이 매력적인가?
18. 묘사에 치중했는가, 상황을 보여 주기에 치중했는가?
19. 대화체가 작품을 살려 놓았는가?
20. 시점은 어떠했는가?
21. 인물 캐릭터에 대한 평가는?
22. 특수성과 보편성을 획득했는가?
23. 작가의 개성이 드러난 대목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