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자의 불행과 빈자의 행복

 

 

 
며칠 전 MBC에서 방송한 ‘실화탐사대’를 통해 놀라운 장면을 시청하게 되었다. 조선일보 사장의 손녀인 초등학생이 사택기사에게 폭언을 퍼부은 것이 그대로 공개된 것이다. 갑질 사건은 매번 터질 때마다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어른에게 갑질을 한 것이어서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아이는 어떻게 갑질을 하게 되었을까. 아이의 어머니가 사택기사에게 폭언 갑질을 한 걸 보고 똑같이 따라한 것이라고 한다.

 

 

갑질 사건의 중심에 선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걸 가졌다고 행복한 건 아닌가 보다. 행복한 사람은 남에게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화를 내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행복하면 남에게 너그러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 추락할 게 없는 사람은 오히려 행복할 수 있다

 

 


연암 박지원 저, <예덕선생전>이란 작품에 매력적인 인물 두 사람이 나온다. 한 사람은 엄행수라고 불리는 사람인데, 그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똥을 져 나르는 일에 종사한다. 그는 남이 그에게 고기 먹기를 권하면 “허허, 목구멍을 지난 다음에야 나물이나 고기나 마찬가지로 배부르면 그만이지, 하필 값비싸고 맛 좋은 것만을 먹을 것이 무어냔 말이오.” 하고 사양하며, 또 새 옷 입기를 권하면 그는 “저 넓디넓은 소매돋이를 입는다면 몸에 만만치 않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면 다시금 길가에 똥을 지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 아니오.” 하고 사양한다. 그는 더럽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자기 삶에 불만이 없고 분수를 지키며 평화롭게 산다.

 

 

또 한 사람은 선귤자인데, 그는 남들이 모두 무시하는 엄행수를 존중한다. 그에 의하면, 엄행수는 하는 일이 더럽고 신분은 미천하지만 마음이나 행동은 의롭기 때문에 존경할 만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엄행수를 ‘예덕 선생’이라고 부른다.

 

 

선귤자는 말한다. “나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 차린 음식이 너무나도 먹을 것이 없을 땐, 반드시 이 세상에 나보다도 못한 가난뱅이가 있음을 생각했네. 그러나 이제 저 엄행수의 경지에 이른다면 무엇이라도 견디지 못할 것이 없겠지.”

 

 

엄행수는 더 이상 추락할 게 없는 사람이기에 오히려 행복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는 챙겨야 할 가족이 없으니 가족으로 인한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권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명예도 없다. 그러므로 근심도 없다. 그저 배고플 때 먹는 한 끼의 식사와 달콤한 밤잠이면 충분한, 그런 삶을 산다.

 

 


중요한 건 삶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엄행수의 삶을 통해서 보면 행복의 조건이란 게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어둠 속에서 빛이 더 밝듯이, 불행 속에서 더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는 게 행복이라는 역설도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삶 자체가 아니라 그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일 것이다. 이것이 행복의 인생길과 불행의 인생길로 갈라놓으므로.

 

 

엄행수는 행복의 조건 따윈 갖추고 있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불평 없이 사는, 아름다운 덕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존경스럽고 본받고 싶어진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부자의 불행과 빈자의 행복’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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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어느 플랫폼에 올린 글을 퍼온 것이다.

저작권은 내게 있으므로 퍼와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곳에도 책 이야기를 쓰는 코너가 따로 있지만
책과 관련한 글은 이곳 알라딘 서재에 올리려고 한다.


왜냐하면 알라딘께서
나를 ‘2018년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해 주었기 때문이다.(후훗..................)

 

난 받은 만큼 보답할 줄 아는, 의리가 있는 사람이다.

 

(참고로, 페크가 2016년과 2017년에는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지 못해 선정된 그들의 축제를 구경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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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2-19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페크님이 지난 이 년 동안이나 서재의 달인이 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서재의 달인을 선정하는 기준이 애매해요. ^^;;

페크pek0501 2018-12-19 18:42   좋아요 0 | URL
생각이 납니다. cyrus 님이 제가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워하셨죠. 그래서 제가 다음 년도엔 글을 많이 올려서 꼭 서재의 달인에 들게 하겠다고 했죠. 정말 그렇게 실천했어요. 아마도 올해가 저의 9년 동안의 블로거 활동 중 가장 글을 많이 올린 해로 기록될 듯합니다. 시시한 글이 많았지만요...

앞으로도 시시한 글은 계속됩니다. 글의 질이 아니라 양을 중요시하기로 했거든요.
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요. 히힛~~

좋은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8-12-19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9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