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도서관을 꿈꾼다
새벽에 메일을 열었더니 놀라운 편지가 왔더군요. 바로 이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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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순오기 님. 저는 엄** 이라고 합니다. 올해 28 남 이구요.
서재에 관한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꿈꾸던 그런 서재를 갖추셨네요. ㅎㅎ 부럽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방문하자마자 눈이 떨어지지 않는 사진이 있더군요. 굿나잇 스토리 365일 책과 카세트 테이프.
저도 어렸을적 혼자 사시는 어머니께서 이걸 틀어주셔서 듣고 잔 기억이 있습니다. 30살이나 되가는 요즘도 가끔식 듣고 잡니다.(8월의 이야기 파란색 테이프만 있구요)
어려서 손이 말썽이라 제가 애기 시절에 손가락으로 다 구멍내서 테이프가 다 망가졌거든요.
나이들고 결혼하면 제 2세에게도 들려줘야지 하는 심정에 국민서관에도 전화해보고 대한민국 중고서점 다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책은 낱개로 한,두권 보아도 테이프는 발견하지 못해서 찾다찾다 진이 빠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순오기 님의 블로그를 보고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실낱같은 희망을 주네요.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것이지만 감히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메시지를 보냅니다. 제게 1~12월의 테이프 24개를 일주일만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초면에 너무 생뚱맞다는 글인거 잘 압니다. 더구나, 대대로 물려주신다는 글로 보아도 순오기님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의 가치인 지는 짐작이 갑니다. 저라도 그러니까요. 제가 이런 글을 올릴 정도로 저도 이걸 찾느라 세월을 보냈거든요.
일주일만 빌려주시면 제가 mp3로 녹음해서 보관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저도 제 아이들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답례라고 하긴 뭐하지만 mp3로 파일을 테이프 한면당 한개씩 해서 48개의 파일을 만들어 반납할 때 드릴 생각입니다.
이거 갖고 싶어서 군대에서 잠이 안올 정도로 고민한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ㅋ
사람하나 살리는 셈치고 믿어봐 주시지 않겠습니까?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폰은 010 - 9**7 - 7**0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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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달랑 메일 하나 받고 - 물론 진정성이 구구절절 느껴지는 편지지만- 귀중한 자료를 보내 준다는 게 선뜻 내키는 일은 아니지요. 그래서 알라디너의 의견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우리 큰딸에게 메일을 보여줬더니 무조건 보내주라고 하네요. 왜냐고요?
2008년 9월에 우리 딸이 '방문자'라는 연극을 보고, 원작이 너무 너무 보고 싶어 미친듯 인터넷을 뒤졌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번역 출판되지 않아 얻을 수 없었다고. 그래도 도저히 단념할수가 없어 번역하신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더니, 흔쾌히 출판하기 전의 번역본 한글 파일을 메일로 보내주셔서 감동받았던 얘기를 하네요. 그때 엄마한테 감동의 메일과 방문자 파일을 보냈지만, 절대 유출하지 말라고 해서 여직 함구하고 있었어요.^^
하여간 우리 딸의 말을 듣고 좋은 마음으로 자료를 보내줘야지 맘 먹고, 주소를 보내라 문자 보냈더니 답이 와서 전화통화도 했어요. 어쨋든 추억이 깃든 소중한 자료의 가치를 아는 매니아끼리 믿어야지요.^^ 이분이 이 테이프를 구하기 위해서 국민서관에도 문의했고, 자료를 찾아주는 분에게 거액(^^)의 사례를 하겠다고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었다고 하네요.
대체 그게 어떤 책이고 테이프인지 궁금하시죠? ^^ 바로 요게 그때 올렸던 사진과 내용이지요.
큰딸이 글자를 떼는 데 도움이 됐던 국민서관의 365일 이야기, 대를 이어 물려주려고 보관중이죠. 카셋테이프로 반복해서 들으며 글 내용을 알고 글자도 그렇게 깨우쳤어요. 그리곤 시를 쓰고 동화를 지으며 심성 곱게 자랐고, 형만한 아우 없다고 누나와 언니가 하는 걸 보며 동생들도 자연스레 따라 했지요.
이 분은 달랑 요 사진 하나 보고 연락했지만, 이 분의 추억을 위해 조금 더 추가하지요.^^ 2008년 다른 사이트에 서재이야기 올렸을 때, 이 책을 추억하는 분이 있어 올렸던 것인데 여기에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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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12월까지 365개의 이야기가 담겼다. 책 옆면의 빨간색 글자는 빛이 바래 알아보기 어렵지만, 번호순으로 1월부터 12월까지 이야기와 13번은 어머니 지침서다.
12권의 이야기 책 표지그림과 계절별로 나누어진 카세트 테이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진 테이프 표지 그림
우리 아이는 테이프를 들으며 자랐던지라 네 살부터 글자를 아는 것처럼 읽어서 다들 놀랐지만, 실은 동화내용을 기억해 앵무새처럼 읊조렸던 것이고 정작 글자를 깨친 건 다섯 살이 되어서였다.
책 앞뒤 표지를 들추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이 책을 본 독자라면 각인되었을 그림.^^
2008년 가을호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에서 ’그림책의 원형을 찾아’라는 고래특집에서 이 책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어린이 책의 종합세트다. 날마다 한 편씩 읽을 수 있도록 날 수에 맞추어 편집을 했고 장르도 모든 분야를 안배해 골고루 집어넣었다. 동시, 창작동화, 옛이야기, 외국민화, 인물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다루었고 심지어 외국의 이야기를 국내의 작가가 다시 다듬어서 양면 페이지에 들어가도록 재구성하기도 했다.’ 80년대 그림책 형성의 과도기에 나온 참신한 기획이라는 것이다. 이책은 정말 ’없는 이야기가 없는 책’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그림도 다양한 표현으로 모든 기법을 다 만날수 있어 그림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의 지은이와 그림을 그린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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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월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000님의 추억여행을 위해 맛보기로 하나씩~
1월의 이야기는 2일 ’쌍둥이의 설맞이’
2월의 이야기는 26일 엄기원 님의 ’옛날에 옛날에’
3월의 이야기 18일 그리스신화 미다스의 손 ’욕심장이 임금님’
4월의 이야기 충무공의 탄신일인 4월 28일 ’이순신 장군’
우리 책 중에 제일 닳아진 5월의 이야기, 1일 ’뒷동산에는 누가 살까?’ 이 책을 보면 ’김 박’ 그림에 익숙해져서 어디에 숨어 있던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단박에 알아 볼 수 있다.^^
6월의 이야기는 29일 윤석중님의 ’자장가’
이렇게 365일을 날짜에 맞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림과 담아 놓았다. 문제는 우리 책이 88년판인데 89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기 전이라 ’읍’니다로 표기가 되었다는 것. 인증샷~~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하는 요즘, 정말 고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네요.
엊그제는 여고 동창이 내 아이디를 보고 혹시 순오기? 하면서 검색했더니 내가 올렸던 여고 앨범 사진이 연결돼서 확인하곤 전화번호를 남겨서, 어제 31년만에 전화 통화를 했지요. 아마도 3월 20일에 있을 우리반 모임 '38동호회'에서 만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