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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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 독서동아리에서 올해에 읽을 책을 선정했다. 한 사람이 두 권의 책을 추천하고 순서를 정해 그 책들을 읽는다. 그런 시스템으로 진행하다 보니 다른 회원이 선정한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읽을 수밖에 없다. 내가 추천한 책이 다른 사람의 기호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해왔지만 책 읽기의 성향은 사람마다 다르고 여러 가지 변수도 생겨 같이 해온 세월에 비례해 발전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동아리 회원 중 독서의 열정이 식어 평소에 책을 거의 읽지 않고, 필독서만을 겨우 읽어 오는 분이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그 회원이 추천한 책이다. 의무적으로 책을 추천해야 기에 아마 급하게 검색을 해 결정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번 달 독서동아리 필독서이지만 돈 주고 사기는 싫었다. 책을 빌리려고 했지만 주변의 모든 도서관에서 대여되거나 상호대차 중이었다.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휘리릭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가독성이 좋다는 것과는 좀 더 다른 의미이다. 그리고 계속 궁금했다.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일까?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도, 막장도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힘내서 한 걸음 나아가 보자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꿈을 소재로 여러 에피소드만을 나열한 소설이었다.

 

이번 모임에는 추천자가 몸이 안 좋아 참석하지 않았다. 그 회원이 없어 나머지 우리는 솔직할 수 있었다. 10년 동안 독서모임을 해오면서 이렇게 완벽한 의견일치를 본 것이 처음일 것이다. 다들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왜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지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만약 추천자가 모임에 참석했다면 그 분이 상처받거나 기분 나쁠까봐 두루뭉술하게 말했을 것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우리가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이 사실은 꿈 백화점에 가서 구매하는 것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인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업하고, 여러 꿈 제작자와 백화점을 방문하여 꿈을 사가는 사람들에 얽힌 내용으로 진행된다. 꿈을 사 간 사람들이 꿈을 꾸며 설렘, 호기심, 자신감, 자부심 등을 느끼고, 그 꿈들로 고난을 극복하고 용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 설정으로 진행되는 내용에 맥락이 없었다. 환타지 소설이나 SF 소설의 설정과 내용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획기적인 것이 많지만 결국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를 이해시키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만 한다.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기이한 이야기로만은 좋은 소설이 될 수 없다. 드라마나 다른 매체에서 본 듯한 기시감도 이 소설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 푹 자는 것만으로도 어제의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든, 여기 이 백화점에서 파는 좋은 꿈을 꾸든,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잠든 시간도 더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p.36/354]

 

새벽 두, 세시 쯤 내가 사는 복도식 아파트 복도에 센스등이 켜지며 누군가 뛰어 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 배송을 위한 택배 기사들이 뛰는 소리이다. 그들은 많은 물량을 시간 내에 배달해야하기에 뛰어다니며 물건을 현관문 앞에 던져 놓는다.

 

언젠가부터 잠은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게  되었다. 현실의 고달픔과 육체적 아픔도 잠이 든 순간만큼은 잊고, 황당한 꿈이라도 한번 꾸고 싶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는 각박한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환상은 우리에게 잠깐의 여유와 망각을 주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이 시대의 베스트셀러는 현실을 잊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중독성 강한 각성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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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5-31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그분 안오셔서 다행입니다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서모임도 힘드네요. 저는 남이 추천해도 안 땡기는 책은 읽기 싫어서 독서모임은 못할 것 같은데 가끔 너무 좋은 책 읽으면 진짜 누구 붙잡고 같이 얘기하고 싶잖아요?! 그럴때만 누가 저랑 독서모임 해줬으면 좋겠는데.... 불가능한 일 ㅠㅠ

독서괭 2023-05-31 19:27   좋아요 2 | URL
그래서 자꾸 육고집사님께 가려고 하시는 거군요!!

은오 2023-05-31 19:40   좋아요 2 | URL
게다가 육고집사님이랑 결혼하면 20년정도는 더이상 책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엄청난 서재가!! (속닥속닥)

페넬로페 2023-05-31 19:50   좋아요 2 | URL
네, 내년부터 책 선정 방식을 좀 달리 해보자는 결의도 했어요 ㅎㅎ

좋은 책 읽으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분들과 교감 나누고 싶더라고요~~

은오님!
육고집사님과의 결혼, 응원합니다!
빠샤^^

책읽는나무 2023-05-31 20:16   좋아요 3 | URL
아니..은오 님!
육고집사 님의 책장이 탐나서??
ㅋㅋㅋㅋ
CD장도 보셨나요?
음악도 무한 플레이 들을 수도 있겠던데요.^^

잠자냥 2023-05-31 21:12   좋아요 3 | URL

coolcat329 2023-05-31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알고 있어서 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잠깐의 여유와 망각‘을 주는 데서 그쳤군요.
페넬로페님은 무슨 책을 선정하셨을지 궁금하네요~

페넬로페 2023-06-01 00:07   좋아요 0 | URL
저는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이 좋다고 한 책을 추천했어요.
읽었던 책보다 읽고 싶은 책을 추천했는데 혹시 제가 없을 때 한소리 들은 건 아니겠지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3-05-31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밀리의 서재 한 달 무료 듣기할 때 궁금해서 클릭했다가 성우의 목소리에 뿅!!!!
했었던 책이었네요.^^
한 달 무료 끝나기 전에 다 못들어서 뒤의 내용은 잘 모르겠네요. 근데 이 책도 2권까지 나오지 않았던가요?
성우의 목소리 연기는 참 좋던데....
엄청나게 팔릴만큼의 내용은 아녔던 것 같기도 합니다. 차라리 <불편한 편의점>이 더 나은 것도 같구요. 편의점 이야기는 인간미가 있잖아요.^^

페넬로페 2023-06-01 00:11   좋아요 1 | URL
저도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 듣는데 성우분들 목소리와 딕션이 너무 좋더라고요.
이 책 엄청나게 팔렸다고 하더라고요.ㅠㅠ
더 잘 쓰고 좋은 책들은 잘 팔리지 않으니 안타까워요~~

저도 이 책보다는 불편한 편의점이 훨씬 좋았어요^^

독서괭 2023-05-31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이 책 읽었는데요, 그냥 가볍게 잘 읽히고 설정도 이해가 쉬워서 인기있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독서모임 구성원들도 취향이 안 맞으면 힘들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3-06-01 00:13   좋아요 1 | URL
독서모임 회원들이 다들 착해 웬만하면 비판 잘 안하는 분들인데 이번에는 다들 이 책 별로라고 하더라고요.
설정은 괜찮았는데 그것을 연결시키고 확장시키지 못한 거 같아 별로였어요^^

새파랑 2023-06-01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만 보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느낌이 나네요 ㅋ 독서모임하다보면 안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하는 고충이 생기는군요 ㅎㅎ 저랑 이런 분위기의 책은 잘 안맞더라구요 ㅜㅜ

페넬로페 2023-06-01 22:21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독서모임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책 얘기도 나왔어요.
그 책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나미야가 극적 재미도 있었고 내용도 좋았다고요~~
이 책 좋다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요, ㅎㅎ

그레이스 2023-06-01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별로였어요
비슷한 이유로 읽었는데, 광고의 힘으로 잘 팔린듯요
이제는 내용도 기억 안나요 ㅋ

페넬로페 2023-06-01 22:27   좋아요 1 | URL
광고 마케팅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알겠네요.
설정은 좋았는데 더 이상 이끌 힘이 작가에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성공이 작가에게 도움이 됐을 것 같지 않아요^^

2023-06-01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01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곡 2023-06-02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벌써 상반기 마지막달이 시작되었네요 시간의 흐름을 새삼 또 느끼게 됩니다 이 달 건강하게 잘 보내시고 즐독 응원합니다!

페넬로페 2023-06-02 14:54   좋아요 1 | URL
네, 세월이 정말 빨리 가네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어요.
서곡님!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