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일명 삼식이^^
이 집에는 2명, 옆집에는 3명,
심지어 저 집에는4명도 있는,
통계적으로 집집마다 보통 1명 이상 분포되고 있고,
일반적으로
그들은 가족간의 갈등과 반목의 원인과 대상이 된다.

우리집 삼식이는 나의 딸아이이다.
밤낮이 바뀐 삶을 사느라 나와 식사시간이 전혀 맞지 않고, 언제나 꾀죄죄한 모습으로 집안을 배회한다.
우리는 싸우지 않기 위해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며 자유롭게 살아보기로
암묵적 합의를 본 상태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순환으로 반복하는 삶의 과정에서
그래도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기에, 우리는 오늘 점심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사이클의 일치를 볼 수 있었다.
밥을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철학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읽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도 했다.
그렇게 말이 흘러흘러 오고 갔다.

식사 후 커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딸아이는
노트 한 권을 내밀었다. 고등학교때 배운 ‘생활과 윤리‘ 과목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혹시 철학 입문에 도움이 될 지 모르니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그러나 잘 정리된 딸아이의 노트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들어있지 않았다. 거기엔 사색과 토론과 논리가 없는
그저 수능을 위한 철학만이 있었다.
1문제 틀리면 3등급으로 밀려나고,
철학자의 이름과 그가 무엇을 주장했는지만 달달 외우고 시험이 끝나면 다 까먹어 버리는 그런 시험과목으로서만
존재하는 철학........오래전 내가 배운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나라의 교육.교육.교육.......

이런저런,
코로나, 교육현실, 우리들의 삼식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지만
그냥 오늘 밤은
엄마를 위해 살며시 노트를 내미는
딸아아의 예쁜 마음만을 간직하기로 하자.

[밑줄긋기]

어쩌면 철학이란 당신을 향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고
애타게 말하고 있는 당신 내면의 목소리인지도 모릅니다.

시도하기 힘든 건 일단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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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06 0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내용이 있네요. 암기위주만 아니었더만, 저것들 중에 한가지만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파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봐요. 노트 정리 잘 잘하네요 ^^

페넬로페 2021-01-06 09:42   좋아요 2 | URL
네, 철학이 워낙 방대한 분야라서 han님의 말씀대로 한, 두가지정도라도 관심가지고 알아가는 것도 좋을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scott 2021-01-06 1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말씀처럼 사색과 토론과 논리가 없는그저 수능을 위한 철학만이 위에 한님 말씀처럼 한두가지 주제를 놓고 관련분야 영상 책 다큐등 찾아 봐도 좋을듯한데 학생들한데킄 수능이 우선이라서 ,,,,

글씨 예쁘게 잘쓰네요 ^.^

페넬로페 2021-01-06 09:59   좋아요 2 | URL
중고등학교의 교육이 전반적인 지식의 습득인건 알겠지만 너무 주입식인게 안타까워요~~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갖추게 할 수 있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붕붕툐툐 2021-01-06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따님 노트에 감동하고 갑니다~😄

페넬로페 2021-01-06 10:02   좋아요 2 | URL
붕붕툐툐님!
감사합니다^^

라로 2021-01-06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고등학교를 졸업한 따님이 있어요??? 왜 반갑지??😅😅😅 암튼 그엄마의 그딸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왤까요?? 페님의 노트를 보면 비슷할 것 같은 느낌??😅

페넬로페 2021-01-06 13:27   좋아요 2 | URL
네 ㅎㅎ
저도 항상 반가웠어요^^
딸아이와는 닮은듯 아닌듯 해요**

페크pek0501 2021-01-06 1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똑똑한 따님을 두셨네요.
저는 이제야 페넬로페 님이 여성임을 확실히 알았다는...ㅋ

페넬로페 2021-01-06 14:12   좋아요 2 | URL
아이 페크님! ㅎㅎ
저는 여성입니다^^
제 글에서 그게 안느껴지나요?

파이버 2021-01-06 2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따님 글씨가 정갈하네요 저는 글씨가 괴발개발에 정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 부럽습니다~

페넬로페 2021-01-06 23:10   좋아요 2 | URL
제 글씨도 많이 악필이예요 ㅎㅎ
그래서 딸아이가 글씨 배우기 시작할때 신경을 좀 쓴 것 같아요^^

초딩 2021-01-07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태성 큰별쌤의 ‘역사의 쓸모‘가 생각납니다.
ㅜㅜ 외우기로 지쳐 역사를 멀리하게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쓰신 책이요.

근데.. 따님 글씨 참 예뻐요.

페넬로페 2021-01-07 23:38   좋아요 1 | URL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안됐어요~~
공부가 재미 없으니 게임에 몰두하겠지요^^
초딩님!
날씨가 추워요~~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유부만두 2021-01-08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트에 감탄했어요.

전 삼식이 둘이랑 있어요. 큰애는 일명 문간방 총각이에요. 낮에 일어나면서도 세끼 다 챙겨먹는 야무진(?) 사람이에요. 그런데 엄마를 닮아 악필이고요. 저런 노트는 상상도 못할 걸요.

페넬로페 2021-01-08 12:50   좋아요 0 | URL
문간방 총각!
아! 표현좋고 절묘합니다 ㅎㅎ
삼식이의 시대를 회상할 수 있도록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면 좋겠어요^^

다락방 2021-01-26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트를 건네는 딸아이의 마음을 병 속에 담아 간직하고 싶네요. 뚜껑 꼭 닫아서요. 그러다 피곤하고 지친 어느 날이면, 혹여 서운한 어떤 날이면 열어볼 수 있게 말예요.

페넬로페 2021-01-26 14:28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다락방님 말씀이 맞아요~~
자식을 키운다는게 너무 힘들지만
한번씩 열어볼 수 있는 저런 유리병을 선물해줘서 숨을 쉴 수 있어요^^
다락방님의 글이 시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