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SF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그 발상이 돋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의도에 따른 완벽한 소설임을 에필로그를 통해 이해했을 때 살며시 웃음이 났다. 주연을 빛낼 엑스트라 삼류 SF소설가에게 나 역시 경외를 표하며 글은 전혀 삼류가 아니었음을 전하고 싶다. 게다가 그 소설가를 만들어낸 이묵돌 작가의 참신함이 좋았다.작가가 그린 8개의 세계가 보여주는 삶은 현재와 미래, 사람과 세상을 사유하도록 한다. 인공지능이 기사를 달구는 요즘같은 시기에는 더 없이 생각이 많아지는 SF소설이다. 기계화된 세계 속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게 된 사회의 팍팍함이 슬펐다. AI로 대체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공포스럽기도 했으며 SF소설답게 타임루프가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아하!’ 작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슬픔과 착찹함, 공포 그리고 잔인함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한다. 그 이유는 작가의 SF가 인간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AI, 인공지능 등 새로운 과학의 영역이 확대되는 현재에도 인간만이 지닌 고유성은 언제나 중요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결국 새로운 과학의 영역도 인간이 만드는 것이니까.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기본 가치에 매우 동의한다.*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읽은 소설은 손에 꼽는다. 이번에 읽은 단편 소설집은 그가 유달리 애정을 보인 6편의 소설이 실려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TV피플>은 1989~1990 쓰여진 짧은 소설들로 묶여있고 그 중 <TV피플>과 <잠>은 자신의 최고 단편이라 칭했다. 6편의 작품들은 딱히 연결고리가 없지만, 가치관이나 태도같은 것들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떤 작품들은 ‘연작소설인가?’ 느낄 정도로 동일한 표현들이 등장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은 클라이막스로 치닫은 상태로 끝이 난다. 분명 글이 더 있을 것 같은데, 아쉬운대로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으로 떠올려본다. 어떤 의도로 작품을 썼는지 함께 고민하며 말이다.<TV피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실패한 탓인지 계속 읽어나가는 것에 의문을 둔 것도 잠시,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와 <좀비>, <잠> 3개의 작품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외로워졌다. 인간의 고독함이 소외가 표현되는 방식이 서글프다가도 폭력적이라 주춤했다. 독서를 마치고 책의 인물들이 둥실둥실 부유하다 소멸되기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가 머릿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었다.*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39가지 인생 철학이 담긴 문장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삶을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매일 한 문장씩 필사하며 새기고 싶은 좋은 글들이 많았다. 특히 생각이 많은 편이라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로 전전긍긍하거나 걱정하는 성격은 스스로를 좀 먹을 때가 종종 있다. 나와 같은 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문장을 만났다. 🔖네가 갖지 못한 것을 갈구하느라 네가 가진 것마저 망치지 마라. 기억하라. 지금 가진 것도 한 때는 네가 꿈꾸기만 하던 것임을.(p14)🔖우울해하거나 오랫동안 걱정한다고 해서 과거나 미래의 사건이 바뀐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현실 체계가 전혀 다른 어느 외계행성에 살고 있는 것이다.(p251)철학자들의 문장은 짧지만 명료하고 강렬한 깨달음을 준다. 저자가 삶의 변곡점마다 차곡차곡 모은 문장이라서인지 깊이가 있고 삶에 대한 고민이 있는 누구에게나 공감할만한 글 하나 이상은 있을 것이다. 여러 철학자들의 문장을 모아 놓은것이지만 결국 모두 엮어보니 <살아가라 그뿐이다>로 귀결되는 이 책과 글이 좋다. ‘인생의 의미는 찾았다 싶으면 또다시 바뀐다.’란 명언처럼 결국 삶은 살아가는 자 한 명 한 명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나아간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지 않는 것처럼 각자에게 충실한 길을 찾아나서면 되는 것이다. 다만 현재에 전념해 살아갈 뿐이다.*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삼국지를 읽지 않아 작가의 말에 이르러 ‘초선’이란 인물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뒤늦게 알게 되었다. 관직들이 낯설었을 뿐 삼국지를 몰라도 읽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초선’이란 인물에 몰입하다 보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단순하게 ‘재미있다.’ 말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책을 덮고도 한참 잔상처럼 남아있었다.초선, 그녀는 끝내 살아남는다. 살아남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매 순간 죽음의 문턱을 아슬아슬 피해가는 그녀를 보며 ‘고맙다.’ 여겼다. 마음에 담은 아비를 위해 모든 순간을 가만히 오롯이 견디던 그 담담함에는 처연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의 운명이 온통 남자의 처분에 달려있던 시대에 ‘여자의 욕망’이란 얼마나 우스운 것이었을까. 결국에는 초선만이 살아남았으니 그 또한 우스운 이야기일 것이다. 그 우스운 진창 속에서 매 순간 살아남았던 그녀의 욕망을 나는 안아주고 싶다.삼국지의 ‘초선’을 알지 못하지만, 박서련 작가의 ‘초선’은 살아남은 여인으로 기억될 것이다.*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보석같은 작가를 발견했다. 주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및 호러물의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지금까지 꽤 많은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아쉬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조예은’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어야지!현대문학의 핀 시리즈는 소설, 시, 에세이를 고루 읽어볼 정도로 좋아한다. 작년부터는 장르 파트가 새로 출간된 모양이다. 이번에 읽게 된 <적산가옥의 유령>은 핀시리즈 장르 4번째 책이다. 출판사에서 열일 할 수록 독자들은 행복하다. 비록 주머니 사정이 안녕하지는 못하더라도.<적산가옥의 유령>은 50년을 넘게 적산가옥에 산 외증조모의 기이한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CCTV로 그녀의 죽음을 확인한 ‘운주’는 한 장면에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꺼름직한 생각을 한 켠에 치워둔 채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다시 적산가옥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 이후부터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며 ‘운주’를 갉아먹는데, 과연 ‘적산가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대해도 좋다.예상치 못한 반전은 언제나 짜릿하다. 다만 이번 소설을 읽으며 몇 가지 추리를 했는데 하나는 맞춰 기분이 좋았다.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롭게 짜여져 있는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멈추지 못했다. 장마로 우중충한 날씨에 기분이 쳐지는 요즘같은 시기에 읽기 딱 좋은 호러물이다👍*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