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외 지음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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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작가의 개성이 잔뜩 담긴 다섯 디저트의 이야기❤️

오한기작가의 민트초코브라우니
한유주작가의 마카롱
박소희작가의 곰젤리
장희원작가의 박하사탕
이지작가의 슈톨렌

이 달콤한 디저트에 어떤 이야기들이 입혀진지 알게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언제나 하루의 즐거움을 책임지던 달콤한 디저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주제와 글들로 쓰여져 읽는 재미가 더해졌다.

오한기 작가의 글은 ‘이것이 허구인가. 진실인가.’ 알쏭달쏭 고민에 빠지게 하였는데 읽으면서도 부디 허구이길 간절하게 바랐다. 어쩐지 초콜릿을 생각하며 짠하게 느꼈던건 인생 처음이었던 것 같다. 박소희 작가의 글을 보고는 당장 젤리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 워낙 좋아하는 간식이기도 했지만, 봉지를 뜯자마자 불쑥 인사를 건네는 젤리를 아주 조금 기대했던 것도 같다.

오한기 작가를 제외하고는 처음 접하는 작가들이었다. 새삼 ‘이렇게 괜찮은 작가들이 많은데 평생을 읽어도 한 번도 못 만나는 작가가 꽤 많겠다.’ 하는 생각이 들며 매우 아쉬워졌다. 동시에 매혹적인 글을 쓰는 신선한 작가들의 글을 보여준 <녹을 때까지 기다려>가 운명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읽고 싶은 책들이 여러 권 추가되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어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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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탄생 -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전하는 ‘안다는 것’의 세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신동숙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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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 속 삶을 더 살아낸 노인들이 존경받았던 시대가 있다. 이는 전통 사회에서 대가족이 주를 이뤘고 정보 매체가 딱히 없던 시절, 수십년의 경험을 지닌 어르신들의 지식이 빛을 발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되고 핵가족화가 되며 시대는 변해갔다. 노인의 지혜는 ‘노땅’, ‘틀딱’등으로 변질되었고 손가락만 까딱하면, 심지어는 음성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지식의 탄생>은 지식의 기원을 찾아간다. 지식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전달되어왔는지를 방대하게 풀어간다. 지식을 전달하는 학교부터 도서관, 백과사전, 인공지능까지 여러 시대를 아우르며 ‘안다는 것’의 세계를 보여준다. 가장 먼저 지식의 시작, 배움이 있는 학교로 간다. 무려 4천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최초로 학교가 세워졌으며 놀랍게도 배움의 내용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식은 오래 전부터 귀하게 여겨졌는데, 이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책이 탄생되었다. 책을 좋아하는터라 흥미롭게 보았는데 전쟁으로 지식의 장 도서관이 여럿 불에탄 역사를 보며 안타까우면서도 먼 옛날에도 지식이 참으로 주요했단걸 실감했다.

고도로 발전된 기술로 무엇을 물어봐도 인공지능 기술은 대답한다. 최근에 챗GPT의 민감한 이슈까지 불거졌다. 이제 세상은 별다른 고민이 없어도 답을 내놓는다. 그간 일일이 부딪히고 경험하며 축적해온 지식을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알 수 있는데, 학교는 무슨 소용이겠는가. 반면 이런 의문도 든다. ‘이것이
진정한 앎이라 할 수 있나?’

저자는 지식이 단순 정보 축적이 아닌, 이를 넘어서 인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앞으로 ‘지식’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활용할 것인지는 우리들 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가 정보를 추려 정리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여전히 중요하리라 본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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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풍경 을유세계문학전집 135
E.T.A. 호프만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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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보들레르, 차이콥스키를 비롯한 근현대 예술가를 매료시킨 호프만의 걸작’ 이란 책 소개는 그의 작품을 읽기도 전, 잔뜩 기대감에 부풀게 했다. 왜 ‘호프만’의 글이 낭만주의 문학의 대가로 손꼽히는지 읽어본다면 알 수 있다. 끝없는 상상력과 경계를 허무는 환상적인 글이 전해주는 이미지는 책의 제목 ‘밤 풍경’과도 참 잘 어울린다.

‘밤 풍경‘ 서정적인 단어로 생각되지만, ’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프만‘은 ’밤‘, 즉 어둠에서 오는 영역을 잘 활용했는데, 살인, 방화, 강도의 사건들이 등장하여 공포를 조성한다. 주로 인간의 파멸이 떠오를 정도로 끔찍하고 소름돋는 이야기들은 지독히도 깊고 음험한 인간 내면의 모습을 펼쳐놓은 듯 하다.

어린아이의 눈을 뽑아간다는 ‘모래사나이’
부부에게 보석을 가져다주지만 꺼림직한 ‘이그나츠 데너’

두 소설이 가장 인상깊었다. 기괴함에 공포가 극대화되는 느낌이 든다. 환상문학을 읽을 때면 ‘멍’해질 때가 종종, 실은 꽤 있었는데, 이번 ‘호프만’의 작품은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혀서 독서의 다양성을 한 단계 넓히고 높이고 싶은 분들이라면 권하고 싶은 고전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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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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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힘은 강력하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건 그 나라의 역사, 문화를 통틀어 바라보는 것과 같다. 이는 여행지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외국어를 배우거나, 어느 나라의 문화에 빠져 언어를 배우게 되는 과정과 같은 맥락이라 생각된다.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한국과 미국, 독일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 여러 문화를 경험하다보니 보는 시야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현재 독일에서 거주하는 작가는 책에 인상깊은 혹은 마음에 새겨진 단어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글에서 느껴지는 애정과 다정함이 독서를 하는 내내 따뜻했다.

기억하고 싶은 단어들은 소리내어 읽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오래 소리내어 읊어본 단어는 ‘게펠트’였다. 저자가 부여한 이 단어의 서사가 예뻐 여러 번 읽어봤다. ‘내가 당신을 통해 존재한다.’ 세상에 모든 문장이 ‘나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깨달음은 모네의 그림을 바라보는 내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언어 자체에 담긴 철학도 존재하지만, 이를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저자가 선택한 단어와 그 단어의 이야기를 읽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무엇보다 내게도 마음에 새겨두었던 단어들이 있었음을 상기시켜주어 오랜만에 추억 여행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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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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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스릴러로 무엇으로부터 도망쳐 새 삶을 살길 원하는 두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공항에서 신분을 뒤바꾼 두 여자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미국 정계에서 신임을 얻어 탄탄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 ‘쿡 가문’의 며느리 ‘클레어’는 다정한 부부란 여론의 이미지와 달리 남편의 폭언, 폭력에 신음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여성, ‘아비’는 수녀원에서 자라 버클리 화학과에 재학 중이었으나, 남자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마약을 만들다 퇴학 당한다. 정작 남자친구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 학교를 그만둔 뒤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 ‘아비’에게 접근한 ‘덱스’의 제안으로 마약을 만들며 살아간다.

위 두 여성은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클레어’는 남편으로부터, ‘아비’는 ‘덱스’로부터 꼭두각시와도같은 자신의 삶이 자유롭기를 갈망한다. 그렇게 둘은 우연하게도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만나게 되고 서로의 항공권을 바꾸게 된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클레어’의 현재와 ‘아비’의 과거가 교차되며 흘러간다.

여성의 위치를 생각한다. 대체로 억압받았고 그래서 억울했던 숱한 역사가 떠오르며 이 두 여성이 부디 현재의 삶을 벗어던지고 진정으로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아가길 응원했다. 그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긴장 속에서 결말까지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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