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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ㅣ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4년 1월
평점 :
정호승 시인의 글은 처음이었지만, 그 처음이 시가 있는 산문집이라 작가를 더 없이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를 읽으며 왜 이제서야 그의 작품을 접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알아 다행이란 이중적 마음이 함께 자리했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이란 부제가 의아했는데 '시'와 그 시에 대한 '산문'이 동시에 실려 있었다. 시를 읽는 것도 좋았지만, 그 시에 대한 배경이나 추가적인 정보를 산문을 통해 알 수 있어 작가에 대한 친밀감이 더 커졌던 것 같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책의 제목을 언급하며 고통이 산문이라면 사랑은 시, 시는 고통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꽃이라는 저자의 서문을 읽으며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정호승 시인이 주로 쓰는 주제는 자연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꽃들과 새, 봄과 여름 그 외에도 글 곳곳에 생명이 가득 깃들어 있다. 아래 글을 읽으며 그가 얼마나 자연을 소중하게 대하려 노력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자연으로서의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자연을 이해하고자 노력한 생애가 온전히 글에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시와 산문은 풍성하고 아름답다.
사람은 자연을 이해할 때 아름다워진다. 자연과 하나가 되었을 때 아름다워진다. 시인은 자연을 새롭게 만나지 않거나 자연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시를 쓸 수 없다. 시는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나온다. 자연으로서의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시는 시작된다.
모든 시들이 충분히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나팔꽃>이란 작품이었다. 평소 시를 단숨에 쓰지 못하고 수십 번 고쳐 쓴다는 저자가 이 시만은 단숨에 썼다고 한다. 이러한 강렬함을 독자인 내가 느꼈다고 생각하니 시인과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짧은 '시'에서 마주한 일렁임에 한 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매우 행복하게도 책에는 정호승 시인의 작품이 다량 실려있다. 책을 읽는 동안 정호승 시인의 다정한 시선에 한 동안 마음이 촉촉해질 수 있을 것이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