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봤을 때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 영화를 여러 번 다시 보고 원작인 책도 읽었다. 저자인 ‘안드레 애치먼’의 로맨스 신간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이번엔 어떤 로맨스를 담고 있을지 꽤 두꺼운 벽돌책을 서둘러 펼쳐 보았다.<여덟 밤>은 어느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난 20대 젊은 남녀의 여덟 밤에 대한 운명적 이야기이다. 둘의 첫 만남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트리 뒤편에 숨어있던 프란츠에게 말을 거는 클라라의 한 마디가 말이다. 첫 눈에 반한다는 이야기는잘 믿지 않지만, 역시 운명적 로맨스 소설에는 제격이라 생각한다. 여덟 밤의 일들이 750페이지에 담겼으니 이 남녀의 사랑을 얼마나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으리라. 활활 타오르는 사랑이 얼마나 오르내릴 수 있는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그 기분을 잘 아는터라 둘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사랑이 빠져드는 낭만을 더 없이 잘 표현하는 작가라 이번 연애 소설도 설레였다.“사랑받고 싶어. 우리의 세상에는 마법이 부족하니까.”*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올 해 읽었던 책 중 베스트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 우선 ‘클럽’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고 ‘클럽’을 주제로 한 저자의 삶의 가치나 태도가 꽤 공감이 되었다. ‘혼자 클럽에 가는 사람이 있어?’, ‘클럽이 취미라니 죽순이도 아니고.’의 생각들은 글을 읽음과 동시에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잘 모르기에 쉽게 판단한 편협함이 부끄러움으로 번지는건 순식간이었다.20살, 19금 빨간 딱지가 붙은 건 다 해보고 싶은 나이였다. 친구들과 클럽데이를 맞아 처음으로 홍대에 있는 클럽을 가게 되었다. 얼굴과 복장에 잔뜩 힘을 준 뒤 호기롭게 입장했다. 당시에는 남자가 여자 뒤에 붙어 춤을 추는 부비부비가 있어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잔뜩 신경이 곤두 섰던 기억이 있다. 결국 친구들과 해당 클럽을 나와 다른 곳을 갔는데 그 클럽은 외국인이 많았고 각자 자유롭게 즐기는 분위기였다. 빙 둘러 음악에 심취해 춤을 췄던 기억이 좋은 순간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하지만 그 전 클럽의 부비부비 때문인지 클럽에 대한 환상은 식어버렸고 나와는 먼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늘도 혼자 클럽에서>를 읽다보면 클럽에 가고 싶다는 욕망이 불거진다. 그것도 혼자 말이다. 나는 무엇 하나 몰입해서 파고드는 사람을 대단하다 여긴다. 워낙 보수적인터라 저자의 클럽 사랑이 초반에는 탐탁치 않았지만 이내 멋지다는 생각으로 자리잡았다. 음악을 즐기는 그녀만의 방식이 세련되고 당차서 부럽기까지했다. 좋아하는 일에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책 한권도 달리 보였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게도 좋아하는 일이 있다. 오랜 세월 책을 좋아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저자처럼 좋아하는 일들을 엮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강한 자극을 느낀다. 저자의 말처럼 ‘말고’의 상태에 멈춰 있지 않는다면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평소 인스타 피드로만 보았던 분의 글을 직접 읽게 되었다. 꽤 자주 전해주신 소식들은 주로 사람과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중에서도 가족과 연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어서 미소를 짓게 하기도 마음 한 켠이 아프기도 했다. 그의 글이 담긴 에세이 <내 마음을 믿는 일> 역시 소중히 여기는 것들로 가득했다. 표지 귀퉁이에 ‘예민해서 상처받지만, 작은 진심에도 금세 치유받는 따뜻한 내면을 가진 이들에게 최초딩이 건네는 말’이라 쓰여있다. 글을 읽으며 최초딩님 본인이 그런 사람이라 여긴다. 예민해서 눈치도 보지만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따뜻한 사람 말이다. 그의 글은 진심이 뚜렷하게 전해져 글 한 자 한 자 눌러 읽게 된다. 몇몇 대목은 여러 번 읽으며 감정을 보듬고 위로받는 따뜻함을 느꼈다.그의 글을 읽으며 늪에 빠져 조금씩 가라앉아 생기를 잃었던 어느 해가 떠올랐다. 인생에서 지우고 싶을 만큼 암울했던 때였다. 한 사건으로 인해 과호흡을 여러 번 경험했고 사람들 앞에서 입을 떼는 것이 사시나무 떨 듯 두려운 일이 되었다. 몇 년이 지났지만 그 흔적은 여전하고 간혹 그 그늘에 놓일 때마다 눈 앞이 아득해진다. ‘안간힘을 써서 마음을 붙들고 있다. 어떻게든 깨트리지 않으려고. 여기서 깨지면 너무 잘게 부서져 새로운 마음을 둘 공간이 영영 없을 것 같아서.’ 독서를 중단한 채 한 동안 이 문장에 빠져있었다. 어떤 위로는 ‘힘내’, ‘잘 될거야.’ 같은 응원보다 강력하게 와닿는다. 위 문장이 내게는 그랬다. ‘나도 그랬어.’ 라고 말해주 듯, 당시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다정한 속삭임처럼 들렸다. 아주 여린 마음의 한 조각을 따스하게 물들여주는 그의 글을 계속해서 읽을 수 있기를*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이요하라 신’의 신작 <8월의 은빛 눈>은 모순되는 단어의 조합이 마치 시적 표현처럼 느껴져 과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역시나 지구과학을 연구하는 저자의 이력답게 과학 소재를 따뜻하게 잘 표현했다. 아무래도 ‘과학’ 분야라 전혀 예상치 못한 힐링 이야기가 등장해 의외라 생각했지만 줄거리나 저자가 담고자 하는 의미가 참 좋았다.총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내용은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다룬다. 줄거리는 다르지만 각각의 단편들이 이야기하고자하는 바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현실 세계에 충분히 있을만한 캐릭터들이라 매우 공감이 되었고 따뜻하고 위로 가득한 장면들에 울컥했다.개인적으로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 저자의 다른 출간작인 <달까지 3킬로미터>의 내용도 궁금해 읽어볼 계획이다. 좋은 작품을 만날 때의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처음 읽어 보는 ‘이요하라 신’의 글이 정말 좋아서 앞으로 나올 책들도 기대가 된다.*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로맨틱한 만남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달콤한 일이지 않을까. 수키는 필립과 모나의 초대로 엑상 프로방스를 방문하게 된다. 남프랑스의 마을, 수키가 방문했을 때는 쾌청한 여름이었고 그 곳에서 만난 리버와 운명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사정으로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고 수키에게 그 여름은 강렬하게 기억된다. 푸른 표지와 근사한 풍경, 인생에 다시 없을 광폭적 사랑까지 뜨거운 여름과 잘 어울린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당연히 외국 작가겠거니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뉴욕에서 다른 연인을 둔 수키는 필리과 모나의 결혼식으로 다시 엑상 프로방스를 방문하게 된다. ‘수키는 리버와 재회할까?’‘둘이 재회한다면 이번엔 다른 결말일까? 그렇다면 뉴욕의 연인은 어떻게 되는거지?’읽어나가며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과거가 떠오른다. 절절한 헤어짐이 다시 해피엔딩을 맞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나 는 수키의 해피엔딩을 바랐다. 깊어지는 그리움을 여름 날의 반짝이는 햇빛으로 날려주길 말이다. 지금같은 계절에 딱 어울리는 로맨스였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