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읽은 소설은 손에 꼽는다. 이번에 읽은 단편 소설집은 그가 유달리 애정을 보인 6편의 소설이 실려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TV피플>은 1989~1990 쓰여진 짧은 소설들로 묶여있고 그 중 <TV피플>과 <잠>은 자신의 최고 단편이라 칭했다. 6편의 작품들은 딱히 연결고리가 없지만, 가치관이나 태도같은 것들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떤 작품들은 ‘연작소설인가?’ 느낄 정도로 동일한 표현들이 등장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은 클라이막스로 치닫은 상태로 끝이 난다. 분명 글이 더 있을 것 같은데, 아쉬운대로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으로 떠올려본다. 어떤 의도로 작품을 썼는지 함께 고민하며 말이다.<TV피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실패한 탓인지 계속 읽어나가는 것에 의문을 둔 것도 잠시,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와 <좀비>, <잠> 3개의 작품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외로워졌다. 인간의 고독함이 소외가 표현되는 방식이 서글프다가도 폭력적이라 주춤했다. 독서를 마치고 책의 인물들이 둥실둥실 부유하다 소멸되기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가 머릿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었다.*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