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점에서 눈에 띈 책
스스로 존재가치가 없음을 `예언`한 책으로 인정하겠다.
이 글도 사실 순실여사가 검토해줬을까.
이 책이 팔릴 것이란 기대로 구입한 책방도 안타깝다.

가수 조영남의 cheating사건 이후 중고 서점에 조영남이 쓴 책이 매물로 많이 나온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중고서점에서 박 대통령이 `썼다는` 혹은 대통령에 관한 책들이 많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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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온 똥에 대한 사색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소란> 송찬호 시인의 <산토끼 >이라는 시로부터 출발한 꼭지 하나가 있다. 시인에게 똥이란 나의 일부였으며 방금 전까지 나와 깊이 연루되어 숨쉬던, 뜨끈뜨근하고 (어쩌면) 아직도 살아 있는 존재이자 사건이다라고 하였다. 시인에게 똥은 싸는 아닌 두고 오는 이란다. 나아가 두고 오는 가해자의 입장이고, 당하는 똥의 입장에서 똥은 홀로 남겨진, 버려진 존재라고 바라본다. 따라서 똥을 두고  오는 사건은 시인에게 일종의 이별로서 다가가는 모양이다. 나아가 똥을 누는 것은 칼로 베어내듯 단호한 이별이 아니라, 몸에서 자연스럽게 이탈하는 이별인 것이다. 똥울 두고 오는사건은 친절했던 엉덩이들의 개체가 맞이하는 타자화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송찬호 시인의 <산토끼 > 읽어보면 신기하게도 읽힌다.’

토끼가 똥을

누고 후에

혼자 남은 산토끼 똥은

까만 눈을

말똥말똥 하게 뜨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토끼는

어느 산을 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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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면)

"'바라보다'함은 시선을 떼지 않고, 공들여 바로 본다는 것이니까.

다른 모든 것을 제외하고 한 곳을 선택한다는 뜻이며, 눈과 마음과 몸이 합작하여

(대상을) 바라 (대상을) 보는 일이다."

 

그리하여 박연준 시인은 그를 '자주 바라보았'노라 고백한다.

 

(44면)

"그를 생각하는 일을 '손톱 걸음'이라고 불렀다. 손끝이 눈을 시켜, 생각을 걷게 하는 일이니까."

 

시인은 또 한 명의 시인인 '그'에 대해 좋은 것을 질투나게도 구구절절 이야기한다.

도대체... 시인은 '그를' 얼마나 바라보고 사랑했기에

이렇게 그에 대해 좋은 것을 술술 이야기할수 있을까싶다.

 

또 시인은 그를 생각하며 손톱 걸음을 걸을 때면, 모래알처럼 쏟아지고 싶다라고 표현한다.

물에 젖게되면 무거워지는 모래알 처럼, 한 사람을 생각할 때 모래알만큼 무거워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45면)

 

'손톱 걸음'을 걸으며 시인이 지은 시는 그야말로 타작을 거친 알곡만 모아놓은 소쿠리 같은 시이다.

 

(46면)

'한 남자를 사랑하는 일은

그의 육체와 정신, 영혼뿐 아니라

장점과 강점, 눈부심이나 의협심뿐 아니라

 

비겁함과 비루함

어두운 미래와 헝클어진 과거,

때와 땀과 똥을

 

똑같이!

사랑하는 일이란다.

 

바다가 뒤척이는 것은 바다가 덜 무겁기 때문

사랑이 뒤척이는 것은 사랑이 덜 무겁기 때문'

 

 

 

그리고 이어 시인은 '나는 자주 그를, 바라보았다.'라고 되뇌인다.

이 과거형의 문장은 내겐 미래형이자 다짐으로 보인다.

 

이 시에서 '남자'를 '여자'로 바꾸면 나에게 그대로 해당될 수 있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대상을 보다 면밀히 그리고 공들여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내겐 꽤 인상적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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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부부'라는 제목의 (10년도 더 된)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고 김정흠 교수의 에피소드를 본 기억이 난다. 고 김정흠 교수는 해외 유학 1세대에 속하는 물리학자로서 한국전쟁 당시 국내 물리학계를 일으켜 세운 분이다. 다큐멘터리 방영 당시 사모님은 10년 넘게 '식물인간'과 같은상태로 집에 누워계셨던 모양이었다. 내가 십 수년도 지난 이 프로그램의 장면을 기억하는 것은 김정흠 교수의 매일 매일의 일과 때문이었다. 그는 매일 출근 할 때, 그리고 퇴근 하고 나서 항상 부인의 사진을 하루도 빠짐없이 담으셨다. 언어로 의사 소통도 안되고, 본인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부인 앞에서 매일 부인의 사진을 찍고, 때로는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고 기사를 매일 읽어주셨던 모양이었다. 부인이 언젠가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서 알려주고 있노라 말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울러 부인의 사진을 찍는 이유를 담당 PD가 물어보자, 김정흠 교수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부인의 사진을 매일 찍는 이유는 평소에는 부인을 제대로 보지않기 쉬운데, 사진을 찍게 되면 부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있다."

 

결국은 부인의 사진을 매일 찍었던 고 김정흠 교수의 일과는 박연준 시인의 '손톱 걸음'과 '바라보기'와 결국 같은 행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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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우산 (양장) 보림 창작 그림책
류재수 지음, 신동일 작곡 / 보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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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음악에 무지한 내가 그림책을... 그것도 중년이 되어 샀다. CD음악이 길었다면 듣고는 분명 졸았을텐데, 짧으니 아쉬워서 여러 번 듣게된다. 반복해서 들으니 노란 우산을 든 아이가 마치 내 조카 모습같고, 비오는 날의 등교길을 엿보듯 정겹다.

큰 가방을 메고, 노란 장화를 신고 등교길에 만나는 친구들과 도란 도란 이야기하는 모습. 냇가에 떨어지는 비와 이들이 만드는 수면 위의 물결 무늬를 보느라 정신없이 한눈을 팔다가도 이내 친구들과 허겁지겁 횡단보도를 걷는다. 아이들은 곧 계단을 총총 걸어 내려가는 듯 통통거리는 피아노 소리에 맟추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하다. 자꾸 들으니 이내 다시 내가 어렸을 때 우산을 들고 등교길에 보던 풍경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우리가 흔히 아동을 위한 동화책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음을 열고 보면 행복해지는 그런 그림책이란 바로 이런 그림책이 아닐까. 아내와 싸우고 몇일간 냉전 상태였는데, 그림을 좋아하는 아내 앞에 이 책을 불쑥 내밀고 (서먹한 상태에서) 음악을 같이 들었다. 그리고 화해했다. ^^;; 이 책에는 아무런 텍스트가 없다. 때로는 사람사이의 관계도 말이 필요없이 마음만이라도 교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사람이 있어 참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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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텅스텐 - 올리버 색스의 과학 탐험기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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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아끼는 몇 안되는 책중에 한 권이 추가되었다. 1933년 7월 9일 출생하여, 작년(2015) 8월 30일 사망한 올리버 색스 박사가 65세가 되던 1990년대 말 자신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써내려나간 이 책, <엉클 텅스텐>은 화학과 물리학에 대한 간약한 역사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올리버 색스 박사를 형성하게한 요소들이었다. 의사 부모님을 둔 지식인 가족의 자녀로서 색스 박사는 공학도 같기도 하고 때로는 식물학자와도 같은 어머니와 피아노 및 음악에 대한 큰 역할을 한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띈다. 색스 박사가 14살 즈음 자신의 나이 또래인 소녀의 죽은 시체를 해부하도록 한 색스 박사의 어머니의 일화를 보면 너무 놀라 할말을 잃게하였다.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또래 아이의 시체를 해부하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겠는가? 아무튼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색스 박사가 화학에 대한 열정을 지속할 수 있었던 요인은 형들 뿐 아니라 `텅스텐 삼촌`이라고 부르는 `데이브 삼촌`의 역할이 매우 컸다. 데이브 삼촌은 텅스텐 필라멘트를 이용한 백열 전구 생산에 집중하였고, 조명관련 공장에서 동업을 했던 `에이브` 삼촌은 냉열에 관한 연구를 지속했는데, 이들의 과학에 대한 존경과 열정은 어린 올리버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던 모양이다. 광물학, 화학, 물리학에 대한 강한 지적 호기심과 끊임없는 탐구정신은 올리버 색스의 평생 지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엉클 텅스텐>이 저자가 65세 때 쓴 회고록에 가깝다면, 82세로 사망하기 전에 마무리 한 마지막 자서전 <온더무브>는 그의 성인기에 대한 회고가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겠다. 이렇게 두 책이 주목하는 범위가 다르다보니(물론 근 20년의 시간 차도 있다), <온더무브>만을 봤을 때 몰랐던 올리버 색스의 어린 시절의 모습들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단순히 `공부만 잘 한` 신경과 위사가 아니라 화학, 물리학. 지질학 등에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갖춘 전방위적인 지식인이었다는 점이 놀랍기만 했다.

이 책은 198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알드 호프만(Roald Hoffmann)에게 바친다라고 되어 있다. 이 책의 시작은 아마도 저자가 헌사로 밝힌 호프만의 선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인다. 특히 신경과 의사로 거의 반평생을 지내오면서 잊고 있던 화학에 대한 열정과 개인적인 추억은 호프만의 선물(주기율표와 텅스텐 막대)이 불러들인 마술 때문이었을 것이다. 호프만의 선물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처럼 올리버 색스의 기억을 불러들이고, 기억을 붙들어두는 차와 마들렌 과자와도 같았다. 저자가 남긴 이 후기의 추억을 불러오는 장면은 다시봐도 멋진 부분이다.

이 책을 보고서야 나는 화학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주기율표의 원소 하나 하나에 깃든 수많은 과학자들의 숨은 노력과 인내, 그리고 성찰의 시간들을 좀더 이해할 수 있었다. 나아가 양자론의 등장으로 보다 분명하고 명확한 자연의 체계로 보강된 주기율표의 역사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깨닫게 되었다. 이 것은 내가 과학분야의 책읽기를 게을리한 나의 무지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좀더 일찍 과학분야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재미있고 실감나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처럼 명료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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