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온 똥에 대한 사색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소란> 송찬호 시인의 <산토끼 >이라는 시로부터 출발한 꼭지 하나가 있다. 시인에게 똥이란 나의 일부였으며 방금 전까지 나와 깊이 연루되어 숨쉬던, 뜨끈뜨근하고 (어쩌면) 아직도 살아 있는 존재이자 사건이다라고 하였다. 시인에게 똥은 싸는 아닌 두고 오는 이란다. 나아가 두고 오는 가해자의 입장이고, 당하는 똥의 입장에서 똥은 홀로 남겨진, 버려진 존재라고 바라본다. 따라서 똥을 두고  오는 사건은 시인에게 일종의 이별로서 다가가는 모양이다. 나아가 똥을 누는 것은 칼로 베어내듯 단호한 이별이 아니라, 몸에서 자연스럽게 이탈하는 이별인 것이다. 똥울 두고 오는사건은 친절했던 엉덩이들의 개체가 맞이하는 타자화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송찬호 시인의 <산토끼 > 읽어보면 신기하게도 읽힌다.’

토끼가 똥을

누고 후에

혼자 남은 산토끼 똥은

까만 눈을

말똥말똥 하게 뜨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토끼는

어느 산을 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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