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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의 관심도서 선정은
공교롭게도 지난 두 가지 큰 사건들을 기억하자는 맥락에서 결정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겪은 아픔을 기억하자는
것. 하나는 다가오는 4월 16일이 2주기가 되는 세월호와 관련한 책 한 권, 다른
하나는 이제 지난 3월 11일 5주기를 맞았던 동일본 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작업에 관한 책을
선정하였다.
1.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서경식, 정주하,
다카하시 데쓰야, 한홍구 외 지음 | 형진의 옮김 | 반비
사진작가 정주하 작가의
후쿠시마 지역에 대한 기록과 서경식 교수, 다카하시 교수의 후쿠시마 지역 답사 이후 ‘비가역적’으로 변해버린 일본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특히 원전사고 이후 사람 뿐 아니라 동물마져도 사라져버린 듯 적막한 후쿠시마 지역의 모습을 담은 정주하 작가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스스로를 일본에서 살아가는 디아스포라로 자처하는 서경식 교수, 그리고 이방인인 정주하
교수 및 한홍구 교수 그리고 여러 일본인 지식인들과의 대담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은 이미 2013년 출판사 반비를 통해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된
<후쿠시마 이후의 삶>의 후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아울러 여러 일본 학자와 사상가가 3∙11 대지진으로부터 비롯된 일본 원전 문제이후의 문제에관하여
논의한 <사상으로서의 3∙11>
(쓰루미
슌스케
외 16인| 그린비 )로 같이 참조해도 좋을 듯 하다.
2. <다시 봄이 올 거예요>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세월호사건은 한국사회에 지울 수 없는 큰 트라우마를 안겨준
참사이다. 이 책은 이제 세월호참사
2주기를 앞두고 세월호사건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과 유가족들이 보낸 지난 2년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라고 한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생존 단원고 학생 및 유가족과 만나 이야기했던
구술의 기록이다. 아프니까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더 아픔을 살피고 어루만지고, 생존자 및 유가족과 함께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 물론 말하기 조심스러우나
작가기록단과 단원고 학생 및 유가족이 만나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된 이들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치유의 역할도 되었을 것 같다.
목련이 활짝피고, 벗꽃이 만개한 봄이 다시 왔다. 활짝 핀 꽃을 보며 살아 있음이 다르게 느껴진다.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를 다시 읽어보게되는
봄이다.
3. <지미 헨드릭스> ‘새로운 록의 신화를 쓴 뮤지션의 자서전’
원제 <Starting
at Zero: His Own Story> (2013)
지미 헨드릭스 (Jimi Hendrix) 지음 | 최민우 옮김 | 마음산책
<음반의 역사>
원제 His Master’s Voice (2011년)
헤르베르트 하프너 지음
| 홍은정
옮김
|
경당
이번엔 예술분야 중에서 그동안 선정하지 않았던 음악분야에 관심을 가져본다. 특히 록이란 음악 장르의 역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음악인인 지미 헨드릭스가 쓴 자서전이 출간되어 주목해본다. 다시 보니 지미 헨드릭스는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을 했다고 하는데, 이 책은 전기 영화 제작자 피터 닐이라는 사람이 지미 헨드릭스에 관한 자료, 지미 헨드릭스가 직접쓴 글들과 육성을 모았다고 한다. 우리 사회를 떠올려보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디딜만한 나이에 요절한 이 천재 기타리스트의 삶은 분명 우리의 젊은이들과 달랐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독서의 관심영역이 넓어지면서부터, 해가지날수록 나는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점점 더 관심을 갖게된다. 내 시간의 무게가 커질 수록 타인의 자취에 관심을 갖게되는 아이러니다. 생명을 가진 존재의 삶이 유한하다는 자각에서 온 것일까. 타인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지미 헨드릭스의 자서전 뿐 아니라 지난 3월에 출간된 음악분야의 도서로 <음반의 역사>도 흥미롭다.
‘소리’를 기록하는 매체의 역사로서
관심을 가진 독자, 오디오에 관심을 가진 독자, 음악을 즐겨듣는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인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에디슨의 축음기를 떠올리게되고,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소리기록 매체인 MD(Mini Disc)에 대한 기억도 새롭게 해보게 된다.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이 ‘튀어오르는’ 봄이다.
봄에 어울리는 음악을 다시 찾아 들어봐야 겠다.
3. <내 방 여행하는 법>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알찬
여행을 위하여’
원제 Voyage
autour de ma chambre (1796년)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지음
|
장석훈 옮김 | 유유
‘내 방 여행하는 법’이라는 제목이 흥미롭다.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알찬 여행’이라는 부제가 나를 자극한다. 이 책의
정체가 뭐길래, 알랭 드 보통이 반했다거나 수잔 손택의 추천글이 있는 책일까 궁금해진다. 이 책의 출판년도를 보니 1796년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는 누구였을까가 다시 나의 관심 대상이 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저자의 정보를 보면 예사롭지 않다.
저자는 평생 직업군인으로 보낸 사람이라고 하는데 어느 날 결투를 벌이고 42일간
가택연금형을 받은 후, 방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쓴 글이라고 한다. 책의 제목은 <내 방 여행하는 법>인데 목차를
보면 심상치 않다. ‘의자’나 ‘침대’와 같은 제목이 나오다가 대뜸 ‘형이상학’,
‘영혼’, ‘철학’ 등의 제목이
나온다. 우리가 흔히 ‘여행’을 이야기할 때 언급하는 특정 장소 및 소재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물신숭배’적인 집착이라 볼 수 있다면, 이 책은
인간 개개인이 갖고있는 ‘발견의 능력’을 다시 보게끔하는 책이라 보인다. 인간의 능률을 제고하기위해 만들어진 현대의 수많은 이기들은
다시 인간의 삶을 구속하고 분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어딘가에 연결되어있어 혼자 있을 때 무료함때문에
스스로 못견뎌하기도한다. 아주 오래전 키케로가 <공화정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언급했다는 경구가 생각난다. “겉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는 때는 없으며, 홀로 고독에 빠져 있을 때만큼 덜 외로운 때도 없다.”
이 경구를 다시 떠올려보니 왜 알랭 드 보통과 수잔 손탁이 흥미를 가지고 추천글을 쓰고, 많은 이들에게 되풀이 되어 읽혀왔을지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다. 가장 값싸지만,
가장 알차다는 표현이 전하듯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시간을 줄 것같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이 곧 ‘여행의 본질’
아니겠는가.
4. <타인의 땅>
이갑철 지음 | 이영준 글 | 열화당
사진작가 이갑철의 사진집이다. <충돌과
반동>이라는 대표적인 사진집을 통해 큰 ‘충격’과 울림을 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열화당에서 그의 새로운 사진집을 선보여 무척 반갑다. 기울어진 프레임, 정면의 응시, 부분적인 신체의 포착, 원시적인 정신세계에
대한 직시의 시선을 보여준 그는 ‘독학’을 했다는 독특한 이력으로도 기억에 남는다. 오랜 시간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던져
주제를 탐구했던 작가의 사진들이기에 그가 담은 사진 한 장 한 장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미국의
50년 대 말 비트 세대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는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집 <The
Americans>는 수많은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준 책이기도하다. 50년 대 말
공군에 복무하던 필립 퍼키스가 이 <The Americans>을 보고 본격적으로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되었듯이, 이갑철 작가에게도 큰 울림을 준 모양이다. 이번
사진집 제목은 ‘타인의 땅’인데 사실은 ‘우리의 땅’을 담았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밀턴 로고빈(Milton
Rogovin)이 그의 사진집 <The Forgotten Ones>에서
잊혀지고 소외된 계층의 가족들을 수십 년에 걸쳐서 담아냈듯이 이갑철 작가도 소외되고 잊혀져가는 사람들과 풍경을 담으려고 노력했을 듯하다.
사진은 글보다 보는 매체이므로 훨씬 자유로운 반면, 또 그만큼 더 모호하기도하다.
이번 이갑철 작가의 사진집은 어떤 시선을 선보였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