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나눔의 세계> 알베르 카뮈의 여정
카트린
카뮈 지음 |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알베르 카뮈의 딸 카트린 카뮈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남긴 글이라 한다. 카뮈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온 가족으로서 딸의 시선에서 본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얼핏 보아도 상당히 많은 카뮈의 사진들과 카뮈가 주고 받은 내밀한 서신들이 사진 자료로 보인다. <카뮈-그르니에 서한집 1932~1960>를 번역했던 김화영 교수의 번역으로 만난다. 이 <서한집>에서는 두 사제간의 오랜 신뢰와 존경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면, <나눔의 세계>에서는 보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가족의 시선에서 카뮈의 인간적인 면모를 딸의 어께 너머로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과 <서한집>을 겹쳐 읽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2.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자유를 향한 철학적 여정’
손기태
지음 | 글항아리
- 출판사의 책소개를 훑어본다. 이미 스피노자에 관한 책 수십 권이 나와있을 터인데도 내가 관심을 더욱 가지게 된 한 구절은 ‘저자는 오로지 스피노자를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엄격한 유대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드물게 ‘의심하는 자유’를 누린 사람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고향과 본인이 소속된 유대교로부터 거부당한 ‘이단아’로서 스피노자의 삶은 절대 평범해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스피노자의 어려운 철학을 해설하기보다는 한 철학자의 삶을 따라가며 그러한 철학이 ‘잉태된’ 배경을 조명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상당히 궁금했다. 과연 스피노자란 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린 스피노자가 어떤 ‘절대성’을 의심할 수 있도록 만든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을 만났을까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혹은 어느 수도원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사람들에게 읽히고 근대의 시작을 견인했다는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와 같은 책을 만났던 것은 아닐까. 고난스러웠던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 스피노자의 ‘운명애’는 어떤 모습일지 이 책에서 고스란히 엿볼 수 있을 것같다.
3. <미래의 나라, 브라질>
(원제 Brasilien: Ein Land der Zukunft)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김창민 옮김 | 후마니타스
- 슈테판 츠바이크란 사람은 그가 쓴 저작만 보더라도 매우 독특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항상 받게 된다. 특히나 그토록 다양한 위인들(발자크, 에라스무스, 몽테뉴, 톨스토이,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 대한 ‘평전’시리즈를 엿보게 되면 이 사람의 폭넓은 관심과 호기심을 느끼곤 한다. 20세기 초반 인류가 경험했던 가장 암울한 두 세계 대전을 온 몸으로 겪은 인물이 어떻게 남아메리카로 닿게 되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나치 하에서 일하던 독일 장교들이 바티칸의 공공연한 도움을 받아 남아메리카로 도피를 했던 사실들을 떠올려보면, 나치에 쫒겨 브라질에 당도한 츠바이크가 이 들과 어울려 사는 모습은 어떠했을지도 자뭇 궁금하다. 아마도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와 닮은 구석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완전히 새로운 곳, 낯선
곳에
정착하게
된
츠바이크가
절망을
느꼈던
유럽과
달리
브라질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고
희망을
느끼게
되었는지, 이방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브라질의 모습이 닮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볍고 원자화된 정보가 넘쳐나는 브라질에 대한 여행책들과는 달리 20세기 최고의 지성인 중 한 명이라 불리는 츠바이크가 소개하는 브라질의 모습에 기대가 된다.
[과학]
4.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중력파를 찾는 LIGO와 인류의 아름다운 도전과 열정의 기록’
오정근 지음 | 동아시아
- 지난 12일 과학계는 하나의 놀라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아인슈타인이 예견한 ‘중력파’ 검출에 관한 기사였다. 지난 달 인문분야의 신간 평가 도서였던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에서도 잠시 언급되었지만, 아인슈타인이 남긴 여러 유산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닿아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에서 예견된 중력파의 존재가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실험으로 ‘관찰’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매우 힘든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주가 보내오는 미약한 신호를 ‘포착’해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관찰 도구를 만들어내기 까지 과학자들은 오랜 시간을 노력했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 일반인들은 이런 기사가 나오면 사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가끔씩 이러한 실험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궁금해지긴 한다. 중력파의 발견과 검출이 가지는 의의를 일반 상대론과 블랙홀을 전공한 국내 물리학자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주의 통찰>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
(원제 The Inflationary Universe: Quest for a New Theory of Cosmic Origins (1998) )
앨런 구스 지음 | 존 브록만 엮음 | 김성훈 옮김 | 이명현 감수 | 와이즈베리
- 우리가 흔히 ‘빅뱅이론’으로 알고 있는 ‘팽창하는 우주’ 중에서도 MIT교수 앨런 구스가 제안한 이론을 ‘급팽창이론’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에 따르면 우주가 ‘매우 빠르게’ 팽창함으로써 우주가 ‘불균질하게’ 되었다는 것이 요점이다. 이는 매우 거칠게 비유하자면 화산에서 용암이 튀어나와 매우 급하게 식을 때 암석의 입자가 불균일하고 작은 입자로 굳어지는 점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매우 천천히 식는다면 암석 내부는 보다 안정적인 결정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에서도 우주론을 다루는 부분에 옆 연구실에 있던 앨런 구스 교수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다. 리사 랜들 또한 이 책의 21명의 저자로서 본인의 대표 연구인 ‘브레인(막) 이론’에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중력파의 발견으로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된 우주의 실체, 나아가 우주의 기원에 대해 좀더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5.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
‘마르크스 40년 경제 이론 작업의 전모를 밝히다’
비탈리 비고츠키 (지은이) | 강신준 (옮긴이) | 길 | 2016-02-22
- 많은 독서인들이 언젠가 한 번은 만나게 되는 책 중의 하나가 마르크스의 저작들이다. 단순히 경제의 원론적인 지식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관련한 보다 내밀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조명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미 일찍부터 그래왔듯이, 우리 사회도 앞으로는 더욱 이런 방향으로 활성화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미 ‘고전’으로 받아들여지는(익히 이름은 알려져있으나 아무도 읽지 않은) 책들의 저자들. 이들이 그러한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고, 어떤 배경에서 자라왔으며, 누구와 만났을까 하는 그런 점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결국 인간이란 언제나 앞선 인류가 겹겹이 쌓아온 역사의 최종 산물이며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슈테판 츠바이크처럼 자신의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옮겨다니고, 새로운 사회의 이방인으로서 새로운 사회를 관찰해온 사람이라 볼 수 있다. 낯선 곳에서 우리의 무의식은 더욱 활발히 기존의 익숙한 삶의 패턴과 비교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이 책은 흔히 <자본론>으로 알려져있는 그의 두터운 3권짜리 저서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포괄적으로 알려주고있다. 출판사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아직 국내에 마르크스 저작 전집(114권)이
완역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게된다. 아직 마르크스 사상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 동아대 마르크스-엥겔스 연구소 총서 시리즈의 한 권으로서 앞으로 계속 나오게 될 마르크스 관련 저작들에 기대를 해본다.
6.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총4권) [개정판]
(원제 Sozialgeschichte der Kunst und Literatur)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 반성완, 백낙청, 염무웅 옮김 | 창비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올해 국내에 소개 된지 5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전세계 뿐만 아니라 국내의 수많은 지성인들에게 예술사회학의 고전이 되어왔다는 반증이겠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예술과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언젠가 한번쯤 만나게 되고 도전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발췌해서 읽어보긴 했는데, 예컨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으면서 기사도에 관한 ‘기사도의 패배’ 부분을 읽으며 작품의 이해를 높이는 방식으로 겹쳐읽기를 해본 적이 있다. 나처럼 끈기가 부족한 독자에게는 한 번에 도전하기보다, 생활하면서 언제든 찾아와 살펴보고 관련된 내용을 찾아 읽고하는 그런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말이 필요없다. 새로 개정된 이 책 이번에 한 번 장만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