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감히 우리 집안을
장병주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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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만 보아도 뭔가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여성 들이라면 누구라도 다 한 번쯤 겪어봤을 시집 살이가 떠오르고, 답답하리만큼 숨을 틀어막는 결혼 제도를 생각하게 된다. 세대가 많이 바뀌었다 해도 여성은 아직도 약자이기에 이 제목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런 느낌은 아직도 억압된 내상이 나에게도 존재하기 때문이며 여자로 태어난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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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장병주의 네가 감히 우리 집안을이라는 책은 나에게 위로와 큰 공감을 주었다. 나만 시어머니에게 시집살이 당하고 산다고 했지만 작가도 나처럼 같은 생각을 하고 살고 있었고, 순종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모습도 나와 비슷했다. 아무것도 내 앞으로 되어 있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이 남편의 명의로 되어 있어 내가 사는 모습은 도대체 무엇이며,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억울하고 답답하고 때론 분노하고 세상을 비툴 어진 마음으로 살았지만 이젠 좀 더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 자신을 찾아 변하는 장병주의 모습은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죽음과 치매를 걱정하고 늙어 자식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여자, 삶은 생각하지만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세상을 덤덤하게 말할 줄 아는 아주 멋진 여자이다. 이젠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혼자 유럽 여행을 다닐 줄 아는 자신을 잘 돌볼 줄 안다.

장병주가 쓴 이 책은 자식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내기도 했다. 아들이 맞을까 봐 걱정이 되어 학교에 차를 몰고 갔지만 아들이 갖다 달라는 스케치북 대신 얼굴을 내밀었던 이야기, 가방을 두고 학교에 가서 전화했던 이 이야기는 나의 막둥이를 연상케해 내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자식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자녀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거라고 생각 된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해도 다들 그래... 어디 가도 다 같아... 어느 집이나 다 똑같아...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좁히기 위해 노력도 해야겠지만 사고방식이 변하니 항상 불통일 수밖에 없지 않은 불화는 계속 남을 것이다. 다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자아가 강하다면 잘 극복할 문제라고 생각이 되는 세대간의 갈등을 다룬 에세이집이었고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주는 좋은 책이었다

놀란의 오랜 친구는 '진정 원하는 삶이라면 나이가 문제겠는가, 선택이 중요하다'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매일 하루라는 빈 종이를 채우면서 산다. 그러다 보면 어딘가 도착하게 된다'라고도 말한다. 그 매일 매일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현재의 자신을 놓치지 말라고, 그 아까운 시간을 가식과 위선으로 채우지 말고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아 살라고 영화는 말한다.(176)

첫 눈을 보았을 때의 가슴 설레임 같은 감정을 가지고 결혼 생활을 이어 간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가.

그저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겠다는 약속 뒤에 감춰진 보이지 않는 현실을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와 희생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대화가 따라야 한다는 것을 꿈에라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159)

젊다는 것은 모든 것이 회복되리라는 느낌이다. 그러나 경험한 일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된다면 우리는 늙은 것이다.-필립로스(에브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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