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풀꽃 정채봉 전집 동화 2
정채봉 지음, 정해륜 그림 / 샘터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책장을 덮으니 정채봉이라는 이름 밑에 눈내린 새벽 깊은산사의 풍경이 그리워집니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못하고 있는 내면에서는 동시에 삶의 깊은 성찰을 하게끔 만드는 잔잔한 감동이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가능한 직설적인 방법을 피하면서 우회적인 방법이 통하는 그만의 특별한 문체들은 하나하나 내 가슴의 정곡을 찌르는 비수가 됩니다.

 

오세암이라는 작품을 통해 알게된 작가는 길손이와 감이의 아름다운 모습이 영원하듯 우리아이들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작가였습니다. 그렇게 친숙함에 비해 너무도 늦게 두번째로 마주한 작품이 정채봉 전집의 5번째로 15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바로 이책 바람과 풀꽃이었습니다.

 

그렇게 뒤늦게 만난 15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과연 이 작가의 영혼은 얼마나 맑았던것일까 생각해봅니다. 정말 어른이었을까!. 세상에 동화되어 살기는 했던 사람일까 !. 마음의 여유를 찾아 간혹 찾아드는 사람을 마주하며 그렇게 수도자적 삶을 살다간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니 우리와 같은 세상에서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속 주제들은 마의 태자의 애닮은 마음을 전해주는 용문사 은행나무,천상의 소리를 들려주는 대금이 되어버린 오죽등 전설속에서 이야기가 끄집어내지고 한 소년이 찾아헤매던 사금파리 한조각으로 완성되어가는 성모상과 같이 하나의 모티브속에서 살아나오고도 있었습니다.

 

또한 개똥벌레의 비상을 통해 화려한 욕망을 쫓아 무참하게 사그라드는 인생의 허무함을 논하고 있기도 하며 마음을 찍어내는 사진기를 통해 가면뒤에 감춰진 인간군상들의 감추고싶었던 비리가 드러나기도합니다.

 

하지만 가냘픈 몸으로 거센 비바람을 이겨낸 풀꽃, 그 풀꽃의 어여쁨은 들녘을 나는 나비들을 위하여 피어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듯 그렇게 따뜻함을 전해줍니다.

생각의 깊이와 울림의 폭이 넓었던 이야기를 통해 삶이 무엇인지 철학적 사고를 해봄과 동시에 정감있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