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먹이는 엄마
최에스더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보다 괜찮은 책이었다

어느 정도는 비웃을 생각에 읽은 책인데, 역시 진실함은 어디서나 통하나 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저자가 생각보다 예뻐서 더 호감이 간다

신앙이 깊다면 목회자의 아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홈 스쿨링에 대해서는 단정짓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좀 힘들지 않을까?

어쨌든 부모의 보통 결심이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일일 것 같다

적어도 홈 스쿨링을 한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저자가 얼마나 자기절제에 강하고 계획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경 암송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꼈다

제일 좋았던 대목은 성경 암송을 하면 말씀 선물을 줄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아픈 이를 위로할 때 한 구절 외워 준다면 굉장한 힘이 되지 않을까?

어쨌든 좋은 글귀를 많이 외우고 있다는 건 써먹을 때가 아주 많지 않겠는가

그런데 참 신기하다

겨우 아홉 살 짜리 꼬마애가 어쩜 그 어려운 개역성경 어투를 잘도 외우는지 신통하다

저자가 아이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게 만드는 학습 기법이 아주 바람직하다

이스라엘과 블레셋의 싸움을 마치 전쟁 영화 보듯 흥미진진하게 읽는 진석이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런데 홈 스쿨링을 하면 친구가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생긴다

사실 학교에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식 전달 보다는 또래 집단과의 교제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자칫하면 남과 사귀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클 것 같다

외로움을 타는 초등학생은 왠지 자연스럽지가 않다

친교의 장을 다양하게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

 

성경 암송은 고사하고 성경책이라도 열심히 읽자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 본다

나는 아무래도 저자처럼 혹은 엄마처럼 하나님께 완전히 봉헌하는 삶을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 성향이 축복 많이 받을 스타일이 못되나 보다

"구원방주 타고 하늘나라 가세"  같은 노래를 부르는 건 죽어도 못할 것 같다

 

체벌에 대해서는 물론 반대다

아이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전근대적인 학습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체벌 문제를 떠나서 아이를 상전으로 모시지 않는 것, 이게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아이 때문에 기러기 아빠가 된다든지 영재교육 보낸다고 가정 경제 파탄난다든지 이런 현상은 너무 끔찍하지 않을까?

 

책을 읽다 보니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일이 많이 떠올랐다

제일 하고 싶은 건 물론 책 보는 거다

아이랑 함께 책을 보면 얼마나 행복할까!!

같이 해외여행 가는 것도 기대된다

그렇지만 즐거움은 잠시고 고통과 슬픔의 시간이 훨씬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확실히 아이를 낳는 부모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희생정신이 정말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혹시 봉사의 의미로 입양을 하는 건 모르겠다

아이를 잘 키우고 못 키우고를 떠나서 아무리 나쁜 가정이라도 고아원 보다는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아동학대나 성추행 따위의 극단적인 경우는 제외하고

두 딸을 입양할 결심을 하고 이미 한 아이를 입양한 저자의 선택에 경의를 표하는 바다

입양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혈연 중심적인 나라에서 입양이란 보통 결심이 아닐 것이다

 

하나님을 과연 얼마나 내 생활의 중심에 놨는지 반성해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6-09-10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어주는 모습 너무 아름답다고 하니까, 울 언니가 그러더군요. 조카가 책만 붙들고 놓아주질 않아서 그것도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구요. 그래도 안 읽어주는 부모보다, 그리고 책 읽기 싫다는 아이보다는 나은 거겠지요^^;;

marine 2006-09-10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애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죠 저도 실은 조카가 책들고 오면 일단 긴장부터 한답니다^^ 그런데 전 애가 맨날 게임만 좋아하면 정말 속상할 것 같아요
 
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 - 읽고만 있어도 좋은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뭐 이 따위야, 서점에서 책을 본 후 괜히 심술맞게 생기는 첫 느낌이었다

그렇고 그런 유럽 여행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요즘은 유럽 가는 게 철지난 유행처럼 느껴질 정도로 워낙 흔해서인지, 유럽 여행기는 이제 지겹고 식상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영국이나 프랑스, 스페인 등등 한 나라만 집중적으로 여행한 책이나, 아예 한국인들이 아직 못 가 본 생소한 여행지에 관한 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다소 철지난 얘기 같기도 하다

한 3-4년 전 쯤에 나왔어야 할 책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점을 주자면 별 셋은 주겠다

어떤 독자 서평에서는 정신 산만하고 쓰잘데기 없는 얘기로 책 한 권을 채웠다는 말도 있지만, 글쓴이의 성실한 집필 태도에는 박수를 보낸다

사실 한 군데도 빼 놓지 않고 주저리 주저리 다 늘어 놓는 바람에 무려 400페이지에 달하는, 그것도 사진 한 장 없이 글씨로만 빽빽하게 채운 만만찮은 분량의 책이 됐다

그렇지만 결코 지루하지는 않다

저자가 어느 정도 필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일상적인 말투를 남발해서 글의 깊이가 좀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유머가 넘치고 무엇보다 가식이 없어서 좋다

버스에서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은 부분이 많다

 

만약 내가 그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유럽을 다녀 오지 않았다면 과연 이 책에 몇 %나 공감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유럽에 가 보지 않은 사람이, 혹은 배낭 여행이 아닌 편안한 패키지 투어로 간 사람이 나처럼 구구절절 하게 책 부분 부분 마다 다 공감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그러고 보면 소유물 보다는 경험에 투자하는 삶이 행복하다는 명언이 맞긴 맞는 말이다

겨우 3주 되는 방학 기간을 3주 다 써서 다녀온 유럽 여행, 동생들 둘까지 대동해 1000만원에 달하는 여행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해 준 부모님께 새삼 감사드리는 바다

 

유럽 하면 제일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바로 야간 열차다

이 놈의 야간열차, 정말 너무너무 너무너무 싫다

너무 싫다를 한 백 번은 강조하고 싶다

방학 기간에 갔기 때문에 당연히 최성수기였고 발에 치이는 게 대한민국 학생들이었다

더구나 유럽 애들도 방학이라고 집채만한 배낭 메고 기차 안을 돌아다닐 때라 사람에 치여 죽는 줄 알았다

야간열차 예약도 끔찍했고 쿠셋 같은 우아한 슬리핑카는 아예 있지도 않았다

야간 열차 대여섯 번 타면서 단 한 번도 쿠셋에서 잔 적 없다

항상 미어 터지는 좁디 좁은 컴파트먼트에 끼여서 잠이라곤 한숨도 못 잤다

또 같은 일행들끼리 한 컴파트먼트에 들어갔는데 대체 왜 그렇게 떠드는지 시끄러워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

차라리 외국인이면 어차피 못 알아들으니까 더 낫겠는데 한국말로 다 귀에 쏙쏙 들어오니 앞에 앉은 그 커플들 정말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우등 고속을 타도 불편해서 한 숨도 못 자는 예민한 성격의 나로써는 야간열차 타고 잔다는 사람들이 인간 같이 안 보였다

다음에 여행 가면 무조건 낮에 움직인다

야간열차, 이런 거 내 사전에 없다

 

책에는 도둑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난 운이 좋았는지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맨날 떼로 몰려 다녀서 그랬나?

말 거는 외국인 남자도 없었고 소매치기 하러 접근하는 놈들도 없었다

그래서 집시 애들에 대한 경계가 살갑게 와 닿지가 않는다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이 책 뿐 아니라 하루키 아저씨도 "먼 북소리" 에서 이탈리아의 늑장 행정이나 대충대충 시스템에 대해 성토했지만, 사실 난 오히려 이탈리아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편이었다

한국에서 호텔을 미리 예약하고 갔기 때문에 아무리 가까운 곳에 숙소가 있어도 죽으나 사나 무조건 숙소 찾아 가야 하는 호텔팩 여행자였던 나는, 가는 도시마다 호텔들이 어찌나 먼지 정말 미쳐 버릴 뻔 했다

그나마 우리 팀은 미국서 살다 온 애가 있어서 좀 나은 편

같은 여행사에서 호텔 예약한 어떤 애들은, 브뤼셀에서 호텔 찾느라 얼마나 헤맸던지, 원래 그 전 날 체크인 했어야 하는 애들을, 다음날 아침 조식 먹으러 가는데 만난 적도 있다

말 그대로 기차에서 내려 하루 종일 호텔 찾아 헤매다가 새벽에 찾았다는 거다

진짜 기도 안 찼다

그 기막힌 여행사의 이름은 내일 여행사다

그 해 배낭 여행자들에게 어찌나 원성이 높았는지, 욕 좀 하려고 게시판 들어갔더니 아예 폐쇄를 시켜 놨더라

 

어쨌든 기본으로 몇 시간은 헤매 줘야 할 위치에 예약을 하던 여행사가, 신기하게도 로마에서는 테르미나 역 바로 옆, 정말 말 그대로 걸어서 5분 밖에 안 걸릴 곳에, 그것도 꽤 크고 괜찮은 곳에 숙소를 잡아 놨다

역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은 로마 뿐이었다

그래서 난 로마에 대한 기억이 매우 좋다

그렇지만 베네치아는 여행지 중 최악이었다

이 책에서도 하소연한 바대로, 너무 더워서 정말 구이가 되 버린 느낌이었다

전날 야간열차 타고 잠 설친 후 아침에 베네치아에 내렸으니 정신도 몽롱했고 어찌나 덥고 습기가 많은지 딱 죽고 싶었다

바닷바람이 짠기가 섞인 듯 시원한 게 아니라 끈적끈적 했다

결국 뚜깔레 궁전 들어 가려고 한나절은 줄 서는 관광객들을 뒤로 하고 우리 팀은 궁전 입구 바닥에 드러 누워 잠만 쿨쿨 잤다

그리고 배 들어 오자 마자 역으로 나가서 계속 잤다

바닥에 등이라도 닿아야 촉감 때문에 살 것 같은, 정말 최악의 도시가 바로 베네치아였다

남들은 베네치아가 물의 도시니 어쩌고 하지만 난 정말 완전히 황이었다

다행히 이 책의 저자도 비슷한 불평을 토로해 줘서 기쁘다

 

한국인 가는 루트가 다 거기서 거기인지, 이 책에 나오는 곳은 다 가 봤다

그래서 더욱 공감하기 쉬웠다

이 책의 저자도 삽질 많이 했지만, 나도 만만치 않았다

빠리 드골 공항에 내린 우리는, 유럽 땅에 발을 디뎠다는 감격도 뒤로 한 채 한 나절 내내 숙소 찾느라 온 힘을 탕진했다

아침 7시에 파리 시내로 들어 왔는데, 세상에서 오후 2시가 넘어서 숙소에 도착했으니 정말 미칠 일 아닌가?

차라리 숙소는 나중에 가고 구경부터 했으면 더 나았으련만 동생들에다가 동생 친구들까지 책임진 나로써는 일단 숙소부터 찾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숙소 찾느라 빠리의 한 나절을 허무하게 길에서 보냈다

그 뿐이 아니다

다음 날은 기차 예약 하느라 북역에서 아예 하루 종일 보냈다

대체 이 놈의 나라는 무슨 예약 시스템이 이렇게도 철저하단 말인가?

여행사에서 어떻게 루트를 짰는지 죄다 만원이고 자리는 하나도 없고 취소표 나올지 모른다고 기다려 보라고 하길래 정말 하루 종일 기다렸는데 결국은 야간열차 포기하고 밝은 대낮에 일반열차 타고 니스에 갔다

우리 팀만 그런 게 아니라 그 여행사로 호텔팩 온 모든 팀들이 다 같이 일반 열차 타고 와서 밤중에 니스 도착한 후 다음날 체크인 하기로 되어 있는 호텔 앞에서 노숙했다

그나마 공터가 좀 넓다 싶었더니 주차장이라고, 새벽 6시 되니까 차 빼야 한다고 나가라고 쫓는 바람에 말 그대로 길가에 앉아 식당 문 열기 기다리던 처참한 생각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책 읽으면서 정말 새록새록 옛 추억이 떠오른다

주로 안 좋은 쪽으로

그래도 우리 팀은 미국에서 살다 온 애가 있어서 하루만 북역에서 고생하고 베르사유 갔는데, 어떤 팀은 아예 빠리에서 3일 내내 역에서 실갱이 하느라 루브르 밖에 못 봤다고 한다

보통 런던 인 빠리 아웃인데 우린 특이하게 여행사에서 빠리 인 런던 아웃으로 잡는 바람에 첫 도착지인 프랑스에서 말이 안 통해 특히 많이 헤맸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리는 정말 너무너무 아름다운 도시다

가는 곳 마다 너무 좋았다

특히 상젤리에 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향하는 길이 무척 아름다웠다

지리 교과서에 방사형 도시라고 늘 나오는 그 개선문에 도착하니, 정말 차들이 개선문을 중심으로 퍼져 가는 게 아닌가?

비가 약간 뿌렸지만 평생 언제 개선문 가겠냐고 비 철철 맞고 기어이 가서 그랬는지 더욱 기억에 생생하다

나폴레옹 시신이 안치됐다는 성당과 군사 박물관의 정원도 너무 좋았다

그 벤취에 앉아 한가하게 낮잠도 잤는데...

루브르는 또 얼마나 거대하고 아름다운지!!

평생 여기서 그림 보면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콩코드 광장도 좋았고 거리의 까페도 너무 예뻤다

프랑스어만 잘 하면 여기서 직장 구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으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저자도 빠리가 제일 좋았다고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빠리는 매력적인 도시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녹색 자연도 정말 좋았다

가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느낌을 모를 것이다

호수의 물도 정말 저자의 표현대로 파란 피죤 색 같다

집은 또 얼마나 아기자기 하게 예쁜지, 창가 쪽에는 꼭 화분이 나와 있어 경관이 너무 예쁘다

그렇지만 물가는 끔찍하다

베른에서 하룻밤 자고 퐁듀도 먹고 중국집도 갔는데 하여간 스위스가 젤 비쌌다

트램은 참 신기했다

전차를 본 적이 없어서 그랬나?

한국 같은 교통지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느릿느릿한 참 귀여운 교통수단이 아닐 수 없더라

 

서유럽은 바로크 시대의 전통적인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본 곳 마다 새롭고 이색적이었는데 체코의 프라하는 마치 서울에 온 듯한 현대적이긴 하지만 메마른 느낌의 도시였다

대신 호텔은 여기가 젤 넓었다

흥, 그러고 보니 런던 호텔 말 안 할 수가 없다

화장실이 어찌나 좁은지 세면대가 밖으로 나와 있었다

내 참 기가 막혀서...

당근 샤워 못 하는 구조였다

하여간 그 내일 여행사, 잊을 수가 없다

 

여행 일정이 3주였기 때문에 스페인은 못 갔다

한 달 코스면 들르는데 3주 코스에 스페인 들르는 일정은 없다

파리에서 기차 타면 열 몇 시간을 가야 하는, 피레네 산맥 너머 멀긴 먼 곳인가 보다

그래서 다음 여행 때는 꼭 스페인에 가 보고 싶다

바르셀로나 가서 가우디 건축물도 보고 피카소 미술관도 가고, 알 함브라 궁전도 보고,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고야 그림도 봐 야지

플라멩고도 보고 요즘은 투우 금지 됐다고 하니까 이건 못 보겠지

(사실 나도 옛날부터 이거 동물 학대 아닌가? 이런 생각 들었는데 다행히 금지되는 추세라고 함 굶긴 후에 창으로 찔러 죽이는 거, 21세기 동물에게는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저자가 해 본 건 나도 거의 다 했는데,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다

먼저 오스트리아 가서 자연사 미술관 못 본 거

이게 유럽에서도 손 꼽히는 크기라고 한다

대체 왜 못 봤을까?

쉔부른 궁전만 가고 여길 못 갔다

같이 간 어린 동생놈의 시키들이, 여행 중반에 이르르니 죽어도 한식을 먹어야 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한인 음식점 찾아 헤매느라 못 갔다

그 날 비도 왔었고

 

다음은 뮌쉔 가서 알테 피나코텍 못 간 거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알브라이트 뒤러의 그림도 있다는데, 대체 왜 뮌쉔 가서는 호프브로이에서 술만 처 마시고 다음날 호텔에서 뻗어 잠만 잤는지...

사실 매우 피곤하긴 했다

전날 야간열차로 이동해서 잠을 한 숨도 못 잤고 여행의 피로가 쌓이는 중이었다

그래서 호텔에서 하루 종일 먹고 자고만 반복했다

그래도 편의점 찾아서 먹을 거 사 오고 자고 일어나면 다른 편의점 가서 군것질 거리 사 오고, 이게 너무 재밌었다

그만큼 피곤했던 모양

 

런던에서는 런던 아이 못 탄 게 아쉽다

내셔널 갤러리가 너무 좋아서 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반해서 대영박물관이나 자연사 박물관 등 할 게 너무너무 많았지만, 그래도 그 회전열차 한 번 타 봤어야 하는데

5파운드나 한다고 비싸다지만, 30분이나 런던의 야경을 볼 수 있다면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난 오히려 유람선 타는 게 아깝더라

물론 유레일 패스에 있는 공짜 티켓이라 빠리에서나 스위스에서 안 빼 먹고 다 탔지만 솔직히 잠 오더라고

노부부나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옛 생각이 마구마구 떠 올라 행복했다

직장인이 된 후 이제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곳이 바로 유럽이다

EU 통합 후 환전할 필요도 없고 국경 통과시 여권 검사도 필요없게 됐으니 더욱 여행하기 좋아졌으련만, 더구나 이지젯 같은 저가 항공기 때문에 시간도 단축될텐데, 이제는 그렇게 멀리 떠날 시간이 없다

돈이 있으니까 시간이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다시 유럽을 간다면 물론 학교 다닐 때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배낭 여행은 안 할 거다

여행은 고생이라는 말도 난 안 믿는다

늙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제는 쾌적하고 편하게 다녀 오고 싶다

말 그대로 재충전을 하고 싶지, 꼬질꼬질 하게 죽도록 고생하는 거 사양한다

이번에 여행을 간다면 당연히 미술관 투어를 하고 싶다

영국에서는 당연히 내셔널 갤러리, 빠리는 루브르와 오르쉐 (북역에서 예약 때문에 삽질하느라 못 갔다 통탄하는 바다) 뮌쉔에서는 알테 피나코텍, 피렌체는 우피지, 마드리드는 프라도, 빈은 자연사 미술관, 아 갈 곳이 너무 많다

숨 찬다

 

박종호씨의 유럽축제순례기를 읽으면서 휴가철 마다 차를 몰고 유럽의 축제 현장을 돌아 다니는 그 분의 여행법이 너무 부러웠다

아직 내 귀는 클래식은 좀 약하니까 눈으로 즐기는 미술관 투어를 꼭 하고 싶다

저자는 아예 가이드 내지는 여행 기자로 나섰다

난 직업으로 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내가 속하지 않는 새로운 문화가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사실 여행은 굉장한 투자고 결심이다

누가 그러더라

유럽 가는 데 든 300만원 있으면 차라리 명품을 사겠다고

여행은 갔다 오면 끝이지만 명품은 끝까지 남는다나?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의 차이지만, 사람들이 끊임없이 많은 돈을 들여 가며 또 고생을 각오하면서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몇 배의 가치를 하는 여행의 즐거움이 따로 있기 때문이리라

이번에 가면 사진도 많이 찍고 (디카 있으니 걱정 없다 무려 2기가까지 나오지 않았겠는가?) 꼼꼼하게 기록도 열심히 할 거다

나만의 여행기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마천 2006-09-1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길게 쓰셨군요. 나중에 꼭 참조하겠습니다.

marine 2006-09-10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장에 쓴 걸 옮긴 거라서... 항상 옮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합니다 너무 개인적인 글을 리뷰로 등록하는 게 옳은 건지, 어쩐 건지... ^^

DJ뽀스 2006-09-1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장점은...가장 현실적인 여행기랄까요?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일반적인 배낭여행임에도 참 재미있게 쓰신 듯. 그럴 듯한 사진 한장없어도 술술 넘어가는 책.

marine 2006-09-1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없이 기행문으로만 채웠다는 게 다른 책과의 차이점 같아요 저로써는 학생 때 떠난 유럽 배낭 여행의 향수에 젖도록 만든 책이기도 하구요
 
열광하는 스포츠 은폐된 이데올로기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7
정준영 지음 / 책세상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만큼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

전작 TV 비평과 비슷한 수준?

대중을 위한 글쓰기라서 그런지, 또 전공 분야가 대중문화다 보니 쉽게 글을 쓰는 것 같다

 

이데올로기라는 말이 들어가서 잔뜩 진장했는데 걱정할 필요 없다

사실 너무 나가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타고난 신체적 차이마저 불평등이라고 말한다면 대체 어떤 식으로 평등을 이뤄야 한단 말인가?

그럼 수명도 다 같아야 하는 거 아닌가?

먼저 죽고 늦게 죽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가장 큰 불평등 아닐까?

지나치게 확대된 평등주의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저자가 지나치게 나간 건 아니다

그렇지만 학문적으로, 사회 현상에 대해 자꾸 파고 들어 엉뚱한 결론을 내는 것, 맘에 안 든다

 

그래도 스포츠는 규칙을 가지고 내면의 폭력성을 순화시킨 훌륭한 경쟁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국민의 눈을 가리기 위한 3S 정책이다, 이 따위의 저급한 논리는 아니라서 마음에 든다

스포츠가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행하게 된 건지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데올로기라는 교조적 표현을 쓸 필요가 없지 않을까?

 

프로 스포츠 보다 아마추어리즘이 더 고귀한 정신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 다소 수정됐다

왜냐면 돈을 벌기 위해 스포츠를 하는 사람은 노동자 계급이고, 신사답게 규칙을 준수하면서 페어 플레이 정신으로 임하는 즉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고 순수한 의미의 경기를 하는 사람은 귀족 계급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아한 귀족들께서, 일 안 해도 먹고 살 재산이 든든한 귀족들께서 천박스럽게 돈 몇 푼 벌자고 관중들 앞에서 악에 받쳐 경기를 하겠는가?

프로 스포츠는 어쩌면 노동자들을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프랑스 대혁명 이전에만 해도 의사나 법률가가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중인 계급이었던 것처럼, 노동자 계급은 돈을 벌기 위해 스포츠를 한다

당연히 규칙을 어기는 경우도 많고 승패에 목숨을 걸게 된다

왜 안 그렇겠는가?

밥줄인데

그러고 보면 올림픽의 정신이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것도 다 허구인지 모른다

누가 생업을 가지고 일하다가 잠깐 경기 때만 나와서 실력을 겨룰 수 있겠는가?

쿠텐베르크 남작께서는 지나친 관념주의에 빠지신 게 아닌지...

 

그렇다고 해서 미국처럼 아주 노골적으로 산업화 된 프로 스포츠가 꼭 좋다는 건 아니다

가끔 미국 프로 농구나 미식축구 같은 걸 보면 저렇게까지 철저하게 상업적이어야 할까 회의적일 때가 많다

또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몸값에 입이 딱 벌어지기도 한다

광고 모델들의 억대 출연료에 뒤로 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데올로기는 나름의 타당한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런 게 전혀 없다면 피지배 계급이 순수하게 받아들일 리 없다

다만 문제는 지배자적인 입장만 너무 강조하다 보니 한쪽으로만 흐르는 것이다

교조주의의 폐해라고 할까?

 

마라톤에 대해 생각해 봤다

저자 역시 중산층과 마라톤을 연결해서 생각한다

1970년대 마라톤 열풍이 분 미국처럼, 한국도 9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 격으로 마라톤 대회가 생겨났다

대체 한국인이 언제부터 그렇게도 열심히 그 먼 거리를 달렸단 말인가?

그것도 취미로 말이다

그런데 나만 해도 나름대로 조깅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왜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는가?

그리고 실제로 진짜 좋아하긴 한 걸까?

 

한 가지 위안은, 누구나 운동을 하기 싫어한다는 점이다

정말 너무 좋아서 미치고 환장할 만큼 훈련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열혈 마라토너들도 달리기 연습에 임하기 위해 기분을 밝게 가지려고 애쓴다니, 우리처럼 평범한 이들은 말 다 했지 뭐

그렇다면 왜 그 힘든 달리기에 열정을 바치는 걸까?

저자는 마라톤이 주는 자기 극복 이미지에 주목한다

일단 마라톤은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 골프처럼 괜히 남들에게 으스대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빈축을 살 일이 없다

또 별다른 기술도 필요없이 그냥 달리면 되니까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또 달리기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은 3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인내심과 끈기로 버틴다

검약과 더불어 자기 절제 혹은 고통의 극복이라는 중산층의 두 가지 덕목을 함께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운동이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나도 마라톤에 덧씌워진 사회적 의미가 좋아서 누구에게든 자랑스럽게 내 취미는 달리기라고 말했던 것 같다

내가 정말 달리기를 좋아하는가?

오, 노~~

런너스 하이는 나같은 초심자에게는 어불성설이고, 달리는 내내 정말 힘들어 죽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 7km 이상을 달렸다

체력이 약한 나에게 이건 어마어마한 노동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뛰고 나면 상쾌하다

그렇지만 아침마다 헬스 클럽에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늘 번뇌에 쌓인다

순수하게 재밌는 운동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골프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골프 자체가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성공한 사람, 혹은 왠만큼 산다는 이미지를 위해 골프채를 드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달리기와는 달리 초기 비용이 엄청나게 들고 혼자는 절대 못 배우고 비싼 돈 들여 강습을 받아야 하며 한 번 골프를 치려면 꽤나 비싼 돈을 들여야 하는 운동이니, 서민층은 아무리 골프가 좋아도 직접 필드에 나가 휘두르기엔 너무 힘든 운동이리라

그래서 골프는 선망의 대상이면서도 드러내놓고 좋아하기엔 다소 껄끄러운 운동이기도 하다

일단 위화감 조성에다가 돈자랑 하는 느낌이 풍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기는 다르다

누구나 운동화만 있으면 뛸 수 있다

그러니 나 달리기 좋아한다고 말해도 비난할 계층은 하나도 없다

물론 노동자 계급에서 보면, 고된 육체노동 후에 다시 트랙을 돌 여력이 없을테니 일종의 불평등이긴 하지만 말이다

 

노동자 계급이 축구를 즐기자, 그들과 구별짓기 위해서 럭비를 선택한 영국의 귀족 계급처럼, 마라톤은 중산층을 위한 운동이다

퇴근 후 야근을 할 필요가 없이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 근무 시간에 책상에 앉아 육체적 소모 없이 일을 하는 화이트 칼라들이 아니라면 사실 일부러 매일 시간을 내서 체력 소모가 큰 달리기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골프를 치면 어느 정도 지위가 있고 재력이 된다는 일종의 사회적 인정이듯, 마라톤을 완주하면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바람직한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얻는다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마라토너들은 날씬하기까지 하다

비만이 무능력과 가난의 동의어가 된 미국에서는, 정작 뛰어야 할 흑인 하층민들은 퇴근 후 육체노동에 지친 몸을 카우치에 눕히고 싸구려 감자 튀김을 먹으며 TV에서 하는 미식축구에 열광한다

반면 뛸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은 날씬한 백인 상류층들은, 편안하게 앉아 근무시간을 보낸 후, 남아 있는 체력을 모아 트랙을 돈다

또 그들은 싸구려 감자 튀김 따위는 먹지 않고, 유기농 야채처럼 값비싼 저칼로리 음식만 먹기 때문에 더더욱 살이 찌지 않는다

정말 비만은 가난의 댓가가 되버렸는가?

 

격투기 같은 종목에 불만이 많았는데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의 공격 본능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순화시켜 푼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갈수록 안전해진다

또 경찰력 때문에 치안이 확실하게 보장된다

함부로 공격 본능을 발산했다가는 영창가기 딱 좋다

그러니 사람들은 격투기나 권투 같은 과격한 스포츠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한다

특히 하층민들은 직접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관람하는 스포츠에 열광한다

훌리건의 경우, 영국 하층계급 젊은이들이 사회를 향해 발산하는 일종의 저항 행위라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뭐, 그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할 건 없지 않나 싶으면서도 달리 스트레스를 풀기 힘든 하층민들의 경우는, 약간의 필연성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범죄율을 자랑하는 집단이 흑인이 아닌, 백인 하층민이라고 하니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선진 사회로 갈수록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여가에 쓸 돈도 많아지기 때문에 (요즘같은 주5일제 시대에는 더더욱) 보는 스포츠 보다는 하는 스포츠의 비율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프로 스포츠, 혹은 엘리트 스포츠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저자의 말대로 직접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심미안을 가지고 보는 스포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잘 모르면 승패에만 관심을 갖지만, 많이 알수록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과 디테일한 부분까지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미술품 관람의 진리가 스포츠에서도 통하는 법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조화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울 2006-09-1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는 스포츠보단 하는 스포츠, 자기 몸과 나이에 맞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부자든 빈자든 몸은 한번만 소유할 수밖에 없음에 공평한가요??
몸은 아끼고 즐겨야 될 것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군요. ㅎㅎ
 
고구려의 역사 - 왜곡되고 과장된 고대사의 진실을 복원한다
이종욱 지음 / 김영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꼼꼼하게 사료를 분석해서 쓴 성실한 자세가 돋보인다 민족주의적 시각에 함몰되지 않고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한 좋은 책이다 드라마 연개소문을 열심히 보는 사람이라면 안 보는 게 좋을 듯 하다 영웅 연개소문의 실체는, 고구려를 망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게 이 책의 시각이다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고구려 전반에 걸친 역사를 복원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정도 두께는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권으로 읽는 고구려 실록" 류의 가벼운 역사책이 아니고 저자의 역사적 견해가 풍부한 논거와 함께 잘 드러난 양질의 책이다 저자의 생각과 다른 관점을 갖더라도 전체적인 책의 수준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태조대왕 이전의 고구려 역사를 복원한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다 드라마 "주몽" 때문에 관심이 대상이 되고 있는 초기 고구려 역사가, 다양한 사료들의 뒷받침 속에서 꼼꼼하게 복원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삼국사기의 초기 고구려 부분을 신뢰하는 입장이라 삼국사기 인용 부분이 많다 특히 국사 교과서에 나온 5부 체제설을 부인하고, 고구려가 주변 소국들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부여, 예맥, 행인국 등등) 그들을 제후국으로 삼았다는 새로운 학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개소문의 쿠테타가 있었지만 고구려는 절대 귀족 연합 체제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정복 국가였던 고구려는 지방관을 파견했던 신라와는 달리, 주변 소국을 점령한 후 제후국으로 묶어 놨다고 본다 제가회의는 제후국 사이에서 일어난 회의 체제였을 뿐, 고구려 전체를 놓고 보면 왕을 중심으로 한 왕권국가였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 보면 과연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는 부분은, 발해를 한국인의 역사로 보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국사 교과서에도 발해와 신라의 남북국 시대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발해가 말갈인의 나라라니, 흥분할 독자들이 많을 듯 하다 그렇지만 저자는 발해가 한국인의 역사라는 주장의 근거가, 단순히 국사 교과서에 쓰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성토한다 왜 발해가 한국의 역사인지를 증명할 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발해의 건국자인 대조영을 고구려의 후예가 아닌, 속말말갈인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당연히 발해는 고구려 귀족들에 의해 지배된 나라가 아니라, 말갈족의 나라라는 것이다 당 태종에게 나라가 망한 후 20여만 명에 달하는 고구려인들이 당나라로 끌려 갔기 때문에 고구려 복원 운동은 이루어지기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또 고구려-발해-고려로 이어지는 북한의 역사관을 비판한다 저자의 견해로는, 고려는 명백히 신라의 제도와 문화와 인민을 이어받은, 신라를 계승한 나라다 그러므로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신라를 발해와 대등하게 놓는 현재의 주류 역사관을 부정한다

고구려의 멸망 원인도, 신라가 당에 파병을 요청해서가 아니라 대외정책의 실패로 본다 연개소문의 쿠테타 후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이 마비됐고, 당시 중국은 혼란기를 거쳐 당이라는 대제국이 등장했는데 강압적으로 맞서기만 했다 당으로써는 변방 지역의 안정을 위해 필연적으로 고구려 정벌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당 태종이 대군을 이끌고 침략했을 때 성을 지킨 사람은 중앙에서 파견한 고혜진, 고연수 부대가 아니라 (이들은 당에 투항해 오히려 길잡이 노릇을 했다) 연개소문에게 복종하지 않았던 안시성주였음을 주목한다 연개소문의 통치력이 지방에까지 미치지 못했고, 연개소문의 전제 정치 하에서는 효율적인 방어를 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결국 연개소문의 죽음 이후 세 아들의 내분으로 큰아들 남생은 당 태종의 공격시 길잡이 노릇을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고구려사는 워낙 사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고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막연히 민족주의적 시각에 입각해, 만주 벌판을 누비던 고구려인의 기상, 이런 식의 카피로 역사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후대인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 옳은 것, 위대한 것으로 미화한다면 또다른 의미의 역사 왜곡이 될 것이다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책이지만, 사료에 근거하여 자신의 논거를 분명하게 밝힌 점에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다른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6-09-05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불편해할 사람이 많겠군요. 잘 보았어요^^

marine 2006-09-0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대사는 사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렇다고 단정짓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전 다양한 관점의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게 좋다는 주의라 여러 저자가 쓴 글들을 읽어 보려고 합니다 책은 좀 딱딱한 편이예요
 
일상의 경제학
하노 벡 지음, 박희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는 있지만 깊이가 얇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같은 수준을 기대했기 때문일까? 하여간 다소 실망스럽다 가볍게 읽기는 좋다 내용이 아주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얘기 민주주의는 1인 1표지만, 자본주의는 1원 1표라는 경제학의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기분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