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정재승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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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에 관련된 책에서 많이 인용된 걸 보고 흥미가 생겨 읽게 됐다. 

5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고 내용도 어려워 꽤 힘들게 읽었고 100%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밝히는 전반부는 직관적인 내용이 많아 흥미롭게 읽은 반면, 생물학적 설명이 주를 이루는 후반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넘길 수밖에 없어 아쉽다.

생물학을 전공했는데도 왜 이렇게 이해 수준이 떨어지는 것인가,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다.

인간과 다른 종의 궁극적인 차이는 높은 수준의 사회성에 있다고 하겠다.

우리의 친척인 침팬지나 기타 다른 종들도 사회적 무리를 이루기도 하지만, 인간처럼 고도의 사회적 조직을 이루는 경우는 전무하다.

이런 사회성에서 문화가 발생하고 오늘날의 문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마음 이론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집단에 속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이것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한다.

즉 다른 동물들은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확하게 안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상대의 행동을 보고 그 의중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게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게 놀랍다.

당연히 누구나 다 되는 건 줄 알았다.

반려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것은 인간의 감정을 투사하는 것에 불과하고 낮은 수준의 육체적 친밀감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냥을 하고 포식자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집단을 이루게 됐는데 집단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 즉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뇌의 크기가 커졌다는 이론도 흥미롭다.

우리의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다기 보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 커졌다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편을 가른다.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해 그 안에서 충성하고 리더를 추앙한다.

외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공격성을 갖는다.

오늘날 정치적 편을 갈라 열심히 싸우는 것도 본성에 충실한 행동인 셈이다.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생겨난 도덕적 모듈은 선천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쁜 짓을 들켰을 때의 수치심, 죄책감 같은 감정이 자연스러운 본성이고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도덕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이런 수치심과 죄책감이 결여된 사람인데 생물학적으로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일종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행동 결정에 감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사실 나는 감정 변화에 아주 취약한 사람이라 감정조절을 하는 것이 큰 딜레마인데, 원래 인간의 특성상 감정이 우선이라고 하니 약간 위로가 된다.

어떻게 감정을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 봐야겠다.

너무나 많은 지식을 주는 책이라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2021년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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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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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마음을 훅 끌어들이는 책이다.

6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때문에 선뜻 읽지 못하고 미뤄 두다가 연말이 가기 전에 드디어 완독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어렵지 않고 평이하게 잘 읽힌다.

별점을 4개 주나 5개 주나 고민을 좀 했는데 일단은 2021년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적이라 5개를 준다.

(2020년에는 팩트풀니스가 최고였다)

지금으로부터 한 10여 년 전에, 기후 변화가 거짓 선동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금방이라도 북극의 빙하가 녹아 버리고 북극곰들이 멸종할 것만 같았는데, 그 책에서는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기온 상승을 과장시켜 말하고, 이것을 정치인들이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에 대해서, 더군다나 기후 변화 같은 어려운 주제는 내 머리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 지구 온난화가 모든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절대적인 주류 과학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갔다.

다만, 요즘 들어서는 원자력 폐기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한다.

이 책에 따르면 원자력은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고 최고의 효율성을 지닌 고밀도 에너지이다.

환경을 위해서, 넘쳐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보다 더 값싸고 확실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원자력 발전을 두려워 하는 것은, 원자폭탄 이미지와 겹쳐져서 생긴 지나친 공포심이라고 한다.

오히려 핵무기는 가장 강력한 전쟁 억제책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는 공포심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근본 주제는,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값싼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할 것이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미 충분한 에너지를 누리고 있는 선진국의 환경주의자들은 개발도상국에게 환경보호를 내세워 신재생에너지라는 효율성이 매우 낮은 공급 방식을 강요하고 있음을 비판한다.

수요를 낮추자는 주장은 실현 불가능하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번 정권에서 보여준 부동산 정책을 통해도 너무나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누구나 돈을 벌면 "자기 소유의" 큰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집은 단지 거주하는 곳에 불과하므로 소유하려고 욕심내서는 안 된다는 정부 권고에 누구도 따르지 않는다.

더 크고 안락한 집을 원하는 국민의 수요를 만족시키려면 많이 짓는 수밖에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같은 주장을 한다.

개발도상국 사람들도 선진국 국민들이 누리는 만큼의 에너지를 원한다.

아무리 환경보호가 중요하다고 해도 아마존을 지키는 것보다 당장 편하게 샤워하고 하루 종일 전기가 공급되는 곳에서 사는 게 더 먼저라는 것이다.

과연 환경보호를 개도국에 강요하는 게 도덕적으로도 옳은 일일까?

저자는 오늘날 서구의 환경주의를 일종의 유사 종교로 보고 있다.

자연은 완벽하고 인간이 그것을 이기적인 욕구 때문에 망가뜨리고 결국에는 지구가 망할 것이라는 일종의 기독교적 종말론과 유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환경 휴머니즘을 주장한다.

"환경" 보다 인격을 가진 인간 즉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자연을 관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에너지를 누리고 편리한 삶을 영위할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고 단순한 규제가 아닌, 보다 나은 경제 성장을 통해 자연을 돌볼 여력을 갖는 게 더 먼저라고 한다.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무엇이 먼저인가?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사람이 먼저라고 하더니 "내 사람"이 먼저고, 같은 동물이어도 더 평등한 동물이 있다는 동물 농장의 글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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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이야기 - EBS 다큐프라임
서준.김규섭 지음 / EBS BOOKS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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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에서 방영된 중앙아시아 다큐멘터리의 뒷이야기를 풀어 쓴 책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원본으로 한 책은 밀도가 떨어져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의외로 잘 쓰여졌다.

중앙아시아 유목민과 가축들에 대한 사진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문장에 위트가 있어 잘 쓰여진 에세이로서 손색이 없다.

유머러스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유목민은 곧 가축이라고 한다.

가족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이면서 최고의 재산이고 이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이 키우는 가축들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아직도 몽골이나 시베리아, 유라시아 초원에서는 양과 말, 염소 등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유목민들이 존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가축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도시인들이 반려동물을 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라는 것이다.

말이나 낙타에 재갈을 물리고 제압하는 과정은 매우 폭력적이고 잘 보살피면서도 어느 순간이 되면 도축해서 먹는다.

가축은 인생의 모든 것이고 전재산이라 도시인들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반려동물을 대하는 감정과는 비교가 안 될 무게인 것 같다.

유목민들이 사냥을 잘 할 것 같지만 총을 가지고서도 많은 부분 실패를 한다고 한다.

그러니 수렵 사회에서 사냥꾼들이 고기를 얻기 위한 사투는 얼마나 끔찍했을지 짐작이 간다.

안정적으로 고기를 먹고 싶은 소망이 야생동물들을 우리에 가둬 가축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산업화 이전에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은 이 가축들에게서 나온 셈이니 현대사회의 채식 운운하는 사람들과 고대인들은 전혀 다른 부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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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 오늘 만난 고양이, 어디서 왔을까?
바다루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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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인연이 돼서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

20여 년 전에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여러 번 수술 끝에 하늘나라 가고 난 후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서 다시는 반려동물을 안 키우려고 했었다.

그런데 마치 아이가 태어나듯 어느 순간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가족의 삶에 들어오게 됐고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강아지 키울 때만 해도 나는 그저 누나에 불과했고 아빠가 주인이었기 때문에 목욕 한 번 시켜 본 적이 없었다.

예뻐하기만 하고 책임감에서는 자유롭다고 할까?

동물은 동물일 뿐이지, 자식처럼 대하는 게 좀 웃긴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리 고양이 모카가 집에 들어온 후부터는 나도 자연스레 우리 아들이라는 말을 입게 달고 살게 됐다.

딸만 둘이라 아들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색했는데 어느 순간, 집에 오면 우리 아들 잘 지냈어?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사뿐사뿐 우아하고 너무 점잖다.

먹을 걸 달라고 칭얼대지도 않고 짖지도 않는다.

산책을 시킬 필요도 없고 심지어 목욕도 거의 안 한다.

화장실은 또 얼마나 깨끗하게 쓰는지!

높은 곳도 쉽게 점프해서 올라가고 사뿐하게 내려온다.

눈은 또 얼마나 초롱초롱하고 영민해 보이는지!

그동안 고양이 하면 주차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도둑고양이 이미지만 갖고 있었는데 고양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고 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물의 매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 책은 고양이보다도, 한국사의 고양이에 방점을 찍은 점이 특이하다.

개들에 비해 야생성이 훨씬 살아 있어 곡물을 축내는 쥐잡기에 쓰려고 길렀는데 어느 순간 실제 효용성은 사라지고 그 우아한 자태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반려동물로 격상한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돼 이집트 등지로 뻗어나간 집고양이가 수천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한데 비해, 동양에서는 삵이 그 역할을 했다는 게 신기하다.

집고양이가 중국으로 건너온 것은 6세기 무렵이고 한국과 일본에 퍼진 것은 장보고의 항해 등을 기점으로 9세기 무렵이라고 한다.

개에 비하면 인간과의 동거 역사가 훨씬 짧은 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애묘인 기록으로는 고려말 목은 이색이 있고, 조선 후반에 효종의 셋째 딸 숙명공주나 숙종 등도 고양이 사랑이 대단했다고 한다.

많은 환국을 일으킨 카리스마 넘치는 숙종이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정사를 보는 장면이 참 흥미롭다.

고양이라는 어원에 대해,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있는 이른바 식빵 자세를 보고 무릎을 괴다, 턱을 괴다에서 나온 "괴니"를 시초로 본다.

야옹하는 울음소리가 합해조 고양이가 됐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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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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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매력적인 제목에, 관심있는 작가의 독서론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도서관에서 실물을 보니 분량이 너무 적고, 본격적인 한 권의 책이라기 보다는, 여기저기 발표한 간략한 에세이와 짧은 경구 몇 줄이라 전체적으로 편집은 매우 아쉽다.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소설에도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 시리즈, 해리 포터 등을 영화로 보긴 했지만 거의 다 졸았다.

유명하다고 하니까 의무감에 가서 봤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작가에게 관심이 생긴 계기는, <순전한 기독교>라는 책 때문이다.

오래 전에 읽어 기억은 가물가물 한데,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을 읽고 무신론자가 된 후 우연히 저자가 쓴 기독교론을 접하고 신앙으로서의 기독교에 대한 마음의 여지를 남겨 두게 됐다.

책 읽는 삶이라니, 정말 매혹적인 제목이다.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저자는 독서를 통해 우리 존재가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정말로 공감이 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도, 세상사가 궁금해서 책을 통해 지적 욕구를 만족시키는데, 한 권의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그만큼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 느낌이 든다.

저자가 말하길, 유행가는 흥얼거리면서 듣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버리고 그저 배경음악으로서 기능하지만, 클래식은 집중하면서 듣게 되고 들을 때마다 마음의 감화를 받게 된다고 했다.

단순히 배경음악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고 몰입하게 만드는 게 예술인가 보다. 

좋은 책이란 한 번 읽고 끝인 게 아니라 읽을 때마다 마음에 감동을 주고 인식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 같다.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책을 접했을 때의 그 기쁨이란!

왜 천국이 거대한 도서관이라고 했는지 너무나 이해가 된다.

글쓰기는 양떼를 몰고 길을 가는 행위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하나의 주제에 수렴하는 글을 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다못해 이 가벼운 감상문 하나를 쓸 때도 그렇다.

마음에 올라오는 감정과 생각들은 많은데 한 줄의 글로 정리하기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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