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 오늘 만난 고양이, 어디서 왔을까?
바다루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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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인연이 돼서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

20여 년 전에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여러 번 수술 끝에 하늘나라 가고 난 후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서 다시는 반려동물을 안 키우려고 했었다.

그런데 마치 아이가 태어나듯 어느 순간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가족의 삶에 들어오게 됐고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강아지 키울 때만 해도 나는 그저 누나에 불과했고 아빠가 주인이었기 때문에 목욕 한 번 시켜 본 적이 없었다.

예뻐하기만 하고 책임감에서는 자유롭다고 할까?

동물은 동물일 뿐이지, 자식처럼 대하는 게 좀 웃긴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리 고양이 모카가 집에 들어온 후부터는 나도 자연스레 우리 아들이라는 말을 입게 달고 살게 됐다.

딸만 둘이라 아들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색했는데 어느 순간, 집에 오면 우리 아들 잘 지냈어?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사뿐사뿐 우아하고 너무 점잖다.

먹을 걸 달라고 칭얼대지도 않고 짖지도 않는다.

산책을 시킬 필요도 없고 심지어 목욕도 거의 안 한다.

화장실은 또 얼마나 깨끗하게 쓰는지!

높은 곳도 쉽게 점프해서 올라가고 사뿐하게 내려온다.

눈은 또 얼마나 초롱초롱하고 영민해 보이는지!

그동안 고양이 하면 주차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도둑고양이 이미지만 갖고 있었는데 고양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고 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물의 매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 책은 고양이보다도, 한국사의 고양이에 방점을 찍은 점이 특이하다.

개들에 비해 야생성이 훨씬 살아 있어 곡물을 축내는 쥐잡기에 쓰려고 길렀는데 어느 순간 실제 효용성은 사라지고 그 우아한 자태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반려동물로 격상한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돼 이집트 등지로 뻗어나간 집고양이가 수천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한데 비해, 동양에서는 삵이 그 역할을 했다는 게 신기하다.

집고양이가 중국으로 건너온 것은 6세기 무렵이고 한국과 일본에 퍼진 것은 장보고의 항해 등을 기점으로 9세기 무렵이라고 한다.

개에 비하면 인간과의 동거 역사가 훨씬 짧은 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애묘인 기록으로는 고려말 목은 이색이 있고, 조선 후반에 효종의 셋째 딸 숙명공주나 숙종 등도 고양이 사랑이 대단했다고 한다.

많은 환국을 일으킨 카리스마 넘치는 숙종이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정사를 보는 장면이 참 흥미롭다.

고양이라는 어원에 대해,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있는 이른바 식빵 자세를 보고 무릎을 괴다, 턱을 괴다에서 나온 "괴니"를 시초로 본다.

야옹하는 울음소리가 합해조 고양이가 됐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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