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마돈나(2disc)
이해영 외 감독, 류덕환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참 재밌는 영화를 봤다

청룡영화제 시상식 때 류덕환이 이준기를 누르고 신인상을 받길래 상당히 의아했었는데 과연 받을 만 하다

연기 너무 잘 하고 참 신선했다

또 시나리오 쓴 작가나 감독도 상 받을 만 하다

아이디어가 참신해서 좋다

여성스러운 기질을 지닌 남자의 특성을 참 잘 표현했다

이준기 같은 꽃미남이 아니라서 더 현실적이고 정이 간다

그리고 류덕환 너무 귀엽다

영화 도중에 체중 재는 장면이 나왔는데 정말 80kg일까?

60kg 대 정도일 것 같던데

그 외 배우들도 모두 굿 캐스팅이었다

특히 오랜만에 이상아를 봐서 정말 반가웠다

결혼과 이혼의 반복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영화 속에서 예쁘게 나온다

결혼 생활만 원만했어도 연기 계속 했을텐데 아쉽다

옛날에는 심은하와 같이 나올 정도였는데 말이다

김윤석도 정말 연기 잘 한다

충무로의 보증 수표라더니, 그 말이 실감난다

오히려 백윤식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존재감이 너무 없다

초난강의 등장은 정말 쇼킹했다

일본인 동성애 코드에 딱 어울린다

한국말 더듬거리면서 욕 하는 거 재밌었다

전형적인 일본 미청년 같다

 

영화 속의 김윤석은 권투 하다가 부상으로 그만둔 후 노동판을 전전하는 알콜 중독자다

아내와 고등학교 때 만나 동구를 가진 후 술과 폭력으로 가족을 괴롭히고 직장에서도 잘린다

자식들이 자기처럼 되길 원하지 않아 운동도 못 하게 하고 걸핏하면 인생 똑바로 살라고 소리치고 한 발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겁을 준다

아마도 자기 인생에 투영해서 남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동구는 아빠와는 달리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적인 성향을 가진 스스로를 사랑한다

그게 가장 큰 차이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낙오됐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학대하지만, 아들은 세상을 이기는 대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래서 동구의 자아는 매우 건전하다

 

하리수 같은 트렌스젠더와는 좀 다른 것 같다

하리수는 아예 여성처럼 보이지만 동구는 성향만 여자일 뿐, 겉모습은 남자다

가슴이 나온 것도 살이 쪄서 그렇지 여성 호르몬 분비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동구는 씨름하기게 적합한 체격을 지녔다

결국 마지막에는 마돈나처럼 여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지만, 동구의 성정체성은 남자인 것 같다

아마도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동구의 엄마는 고등학교 때 동구 아빠를 만나 가출한 후 동구를 낳았지만 결국 가정을 버리고 뛰쳐나간다

왜 사랑의 끝은 이렇게 끔찍한 걸까?

동화 속의 왕자님과 공주님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데, 현실에서 사랑의 끝은 대부분 어처구니 없이 끝나고 만다

사랑에 대한 환상이 너무 큰 걸까?

아니면 원래 사랑이란 감정이 별 게 아닌 걸까?

그렇지만 엄마는 동구의 여성적 취향을 인정해 주고 그것을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건전한 자세가 참 마음에 든다

 

동구가 뒤집기 한 판으로 승부를 가릴 때 참 멋있었다

씨름도 흥미진진한 스포츠인데 오늘날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해 참 안타깝다

비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 점도 참신해서 좋다

으랏차차 스모부를 보는 기분이었다

류덕환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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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너무 좋았던 책
인지이론에 대해 새롭게 확인했다
프레임의 재구성은 인문학에서 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흔히 쓰는 말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패러다임의 재구성이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틀 자체를 바꾼다는 의미다
현실적인 충고들이 많아서 참 유용했다
고어 선거전 당시 민주당에서 무료로 이 책을 배부했다고 한다
민주당원들이 이 책에 얼마나 열광했는지 알 만 하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 책처럼 현실적으로 강력한 메세지인지 모른다
추상적이고 정의롭기만 한 뜬구름 같은 얘기는 현실에서 별 도움이 안 된다
재밌는 건 이 책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노암 촘스키의 제자인데 서로 대립 관계라고 한다
촘스키 책은 안 읽어 봐서 모르겠지만 그동안 알려진 이미지로 미루어 볼 때 레이코프와는 상당히 다른 사람일 것 같다
레이코프가 더 현실적이고 투쟁적이라고 해야 할까?

 

책 내용 자체는 아주 건전하다
보수주의자인 공화당의 프레임은 엄격한 아버지 모델이다
진보주의자인 민주당의 프레임은 자상한 부모 모델이다
벌써 단어부터가 다르다
공화당이 아버지만 있는 데 비해, 민주당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아우르는 부모라는 단어를 쓴다
공화당의 기본 강령이 가부장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공화당은 또 종교적으로도 징벌하는 엄격한 신을 숭배한다
도덕체계는 상벌로 유지되고 내면적 규율을 습득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것은 열심히 일하지 않은 탓이고, 부자는 본인이 노력했기 때문에 얻은 댓가이므로 가난한 자에 비해 도덕적으로도 우월한 사람들이다

 

반면 민주당은 가난한 사람들을 부유한 사람들이 돌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화당이 복지정책을 축소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이 가난한 이유가 바로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자상한 부모 모델을 지향하기 때문에 능력이 떨어진 사람들도 품으려고 한다
필연적으로 세금을 늘리고 큰 정부를 지향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작은 정부라는 단어 자체가 벌써 공화당의 프레임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한다
작은 정부라고 하면 왠지 좋은 쪽으로 들린다
세금을 줄이면 중산층은 노력해서 얻은 댓가를 국가에 뺏기지 않고 온당하게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공화당이 지지하는 정책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이므로 필연적으로 양극화가 따라오고 대부분의 중산층들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능력있는 사람이 다 갖는 게임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금을, 국민이 국가의 인프라를 이용하고 내는 회비라고 생각해 보자고 권한다
스포츠 클럽의 시설을 이용하려면 당연히 회비를 내야 한다
국민 역시 국가가 만든 고속도로나 인터넷 등을 이용하려면 그에 따른 회비, 즉 세금을 내야 한다
저자는 엄격한 의미의 자수성가한 사람은 없다고 단정짓는다
이 말이 당연한 것이, 사업을 할 때 사람들은 국가의 금융 시스템과 인프라를 이용해서 시작한다
빌 게이츠 역시 만들어진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 엄청난 부를 획득했다
그래서 그는 상속세 유지를 주장한다고 한다

 

또 저자는 세금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자고 한다
군대를 유지하고 복지 시설을 만들고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개인의 힘으로 안보를 유지하고 고속도로를 닦을 수는 없다
우리 세대가 내는 세금으로 국가는 사회 인프라를 닦고, 이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가 된다
부모가 자식의 미래를 위해 교육비를 투자하듯, 우리 역시 다음 세대를 위해 세금이라는 제도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다

 

스웨덴 등의 북유럽 복지 국가들이 큰 정부에 실패했다고 말이 많지만, 궁극적으로 복지 제도는 모든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
능력이 없어도 게을러도 머리가 나빠도 기본 생활 수준은 유지하고 살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사회가 대부분
의 사람들이 살기 좋은 그런 발전된 사회일 것이다
또 사회 밑바닥을 구성하는 계층이 누리는 질적 수준이 보다 높을수록 그들을 지원하는 우리 삶은 더욱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공화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하지 않고 오히려 가난은 스스로의 책임이라고 비난한다

 

보수주의자들이 왜 동성애와 낙태를 혐오하는지도 알게 됐다
엄격한 아버지 모델에 비춰 보면 설명이 된다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할 경우 진정한 아버지가 없으니, 이것은 곧 기존 세력에 대한 반역 행위다
낙태를 하는 미혼모는 혼전 섹스라는 범죄를 저질렀으니 아이를 낳음으로써 벌을 받아야 하고, 커리어우먼 역시 자기 일을 위해 아이를 안 낳으려는 것이므로 당연히 아이를 낳는 벌을 받아야 한다
만약 보수주의자들이 정말로 생명을 옹호해서 낙태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대체 왜 산전 진찰이나 어린이 의료보험 무상 지급에는 반대하는지 저자는 묻는다
그들은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낙태 반대를 외칠 뿐이라고 일갈한다

 

진보주의란 작은 파이를 나눠 먹자는 얘기가 아니다
저자는 단어에 실린 프레임을 파악하고 그것을 깨뜨려 우리 식으로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끼리란 바로 미국의 공화당을 일컫는 말이다
공화당을 이기려면 공화당이 하는 말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
아예 공화당의 캐치프랜치 자체를 거부한 후 민주당의 시각으로 다시 언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보주의에 대한 내 시각이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정립됨을 느꼈다
진보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을 의미한다
동성애자, 여자, 유색인종, 빈민층, 장애인, 소수민족 등등 좀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하고 함께 발전하자는 얘기다
현실적인 조언들이 많아 참 유익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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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6-12-2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책이죠. 저도 이책을 보면서 우리 일상에서 부딛히는 것들이 많이 들어왔는데요. 첫째는 다양성이나 배려심이 척박하다는 것, 둘째 진보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대응, 답만 이야기한다고 할까? 거꾸로 문제를 제기하는 유연성과 폭 넓음이 일상에 많이 번졌으면 하구 바램을 하게 되었죠. 즐거운 나머지 성탄절 되시구요.

marine 2006-12-2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습니다 여울마당님도 좋은 성탄 보내세요 ^^
전 지금 근무 중이랍니다

여울 2006-12-2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코, 이를 어쩌나, 일터에 계셨군요. 쯧~. 저도 일터이긴 하였지만... ㅎㅎ
마지막 주 재미있게 보내세요. 힘 !!!

marine 2006-12-2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습니다^^
 
[VCD] 생날선생
김동욱 감독, 김효진 외 / 대경DVD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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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평이 워낙 안 좋아서 기대를 안 한 영화인데 의외로 괜찮았다
특별히 아주 훌륭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쓰레기 영화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게 쓰레기면 문근영 나오는 "어린 신부" 나 가문 시리즈 등등도 다 쓰레기 아니겠는가

 

박건형이 이렇게 괜찮은 남자인 줄 미처 몰랐다
댄서의 순정에서 한 번 봤고 특별한 느낌이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온다
특히 예식장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제일 멋있었다
역시 뮤지컬 배우라 목소리가 참 좋다
키도 크고 스타일도 괜찮고 얼굴도 개구쟁이 이미지가 있어 느끼하지 않아서 좋다
김효진도 어찌나 날씬한지...
새삼 다시 봤다
다리가 너무 가늘고 키도 커서 박건형과 거의 엇비슷하다

 

귀먹은 선생님으로 나온 배우도 참 좋았다
어쩜 그렇게 힘없는 늙은 선생 역을 잘 하는지...
결국은 제자가 보청기까지 사 줬지만 쫓겨나고 만다
힘없는 사람은 늘 서럽지

 

마지막에 김효진과 박건형이 다시 만나는 장면이 참 좋았다
영화 도중에 박건형이 불러내자 김효진이 영화 끝나버렸다고 징징댄다
그러자 박건형이 하는 말, 무슨 소리, 이제부터 영화는 시작이야...
난 그 말이 굉장히 로맨틱하게 들렸다
정말 이제부터 두 사람만의 영화가 시작될 것이다
의외로 두 배우가 참 잘 어울린다
시나리오가 좀 빈약하긴 하지만 그저 그런 영화들 틈에서 두 배우의 매력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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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드라이버 - [할인행사]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니로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말로만 듣던 택시 드라이버를 드디어 봤다
제목이 영화 내용을 전혀 암시하지 않아 대체 무슨 영화인지 정말 궁금했었다
1970년대 제작된 영화인데 베트남 전쟁 증후군이 배경이라고 한다
로버트 드니로의 젊은 시절과 조디 포스터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로버트 드 니로, 지금도 멋지지만 젊었을 때도 참 매력적이다
연기도 어찌나 잘하는지 음울한 뉴욕 배경에 완전히 녹아 들어갔다
조디 포스터가 열 두 살 때 출연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섹시한 초등학생이 과연 있기나 할지 정말 의문이다
키가 크고 다리가 어찌나 긴지 또 허리는 완전히 개미 허리...
감탄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참 예쁘지만 어렸을 때도 정말 환상적이다
특히 그 긴 다리...

 

트래비스는 뉴욕의 우울한 택시 기사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즐거움도 없고 그저 매일 심야 택시를 운전하면서 뉴욕 밤거리를 배회하는 남자
선거 사무실 창문 너머로 본 베시와 잠깐 데이트를 했지만, 너무 성급하게 진도를 나가는 바람에 버림받는다
두 번째 데이트에서 포르노 영화를 보는 건 좀...
(그런 건 혼자 봐야지)

 

트레비스가 베시에게 대쉬하는 장면은 정말 멋있었다
서로 호감을 느낀 탓일까?
택시 기사이면서도 그는 사회적 지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오피스걸인 베시에게 직접 대쉬한다
그녀가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말이다
이런 남자 만나면 얼마나 행복할까?
서로 끌릴 수 있는 관계, 저 사람이 내 청혼을 받아 줄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관계...
그러나 강한 끌림은, 포르노 영화 한 편으로 무산되고 만다
그 후 다시 반복되는 지루하고 무의미한 일상들...

 

나는 자꾸 폴 오스터의 소설 "환상의 책" 이 생각났다
그 주인공 헥터만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후 헐리우드 최고의 스타에서 부두 노동자로 전락하고 만다
일자무식이었던 헥터만은 뜻밖에도 뉴욕 공공 도서관에서 희망을 찾는다
책 읽는 즐거움을 발견한 것이다
낮에는 부둣가에서 육체 노동을 하고 저녁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노동의 댓가로 얻는 돈은 방 한 칸에서 세 끼 식사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대출증만 있으면 원없이 책을 빌릴 수 있다
헥터만은 단순함 그 자체인 삶에서 무한한 만족감을 느낀다

 

택시 드라이버의 트레비시도 헥터만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는 왜 일상이 무력함에 지쳐 우울해 하는가?
두 사람의 차이는 뭘까?
현실에서라면 아마도 트레비시 쪽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집중할 대상을 찾느냐 못 찾느냐이지 않을까?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의 기술이야 말로 행복의 근원이 아닐까?
아마도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행복은 소통과 나눔일지도 모른다
연인이나 가족의 존재, 사랑을 나눌 대상이 있다면 아무리 일상이 비루하고 초라해도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은, 트레비시가 선배에게 조언을 구할 때 그가 해 준 충고였다
남자가 직업을 가지면 그것은 곧 그의 삶이 된다는 얘기였다
비단 남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먹고 살 생계수단이 정해지면 그 때부터 그 일은 곧 나 자신이 된다
나 역시 내 직업에 나를 맞춰 가고 있다
변호사든 의사든 어떤 고귀한 직업이든 택시 기사든 누구든 다 마찬가지라는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결국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것은 생계수단, 직업인지도 모른다
선배 택시 기사는 실망하는 트레비시에게 자조적으로 중얼거린다
나 같은 택시기사에게 뭘 기대한 거야? 우린 낙오자들이야...

 

택시 기사가 낙오자인가?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렇지만 곰곰히 따지고 보면 사회적 지위로 볼 때 가장 아래 계층을 형성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다 하다 할 게 없으면 기사로 취직한다고 하지 않는가
별다른 기술 없이 운전만 잘 하면 되니까
대체적으로 기사들은 사회의식도 낮은 편이다
트레비시 역시 뉴욕의 밤거리를 청소해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 쓰레기들을 말이다
실제로 그는 어린 아이리스를 창녀로 잡고 있는 포주와 그 일당을 쏴 죽인다
그리고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다
매우 반어적으로 말이다

 

어찌 보면 트레비시는 인종 우월주의자와 비슷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흑인을 차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다른 의미로 차별주의자다
창녀, 노숙자들, 사회 하층민들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가 생각하는 쓰레기들이란, 매춘업을 일삼고 직업도 없이 떠도는 사회 부적응자들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인생이든 나름의 가치는 있다
사회 정화 운동이란 말처럼 무서운 단어가 또 어딨는가?
크게 보면 이것도 결국 나치즘의 인종 청소와 다를 게 뭐겠는가?
왜 자신의 지루하고 우울한 일상을, 사회 탓으로 돌리는지 알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이 트레비스라는 인물은 매우 위험한 종류임이 분명하다
범죄자나 포주를 죽였다고 그 행동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마치 죄와 벌에서 고리대금을 일삼는 노파를 주인공이 응징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누가 그에게 판단할 권리를 줬는가?

 

트레비스가 갑자기 삶의 의욕을 느끼고 열심히 몸을 만들 때는 참 보기 좋았다
일단 목표가 생기니까 놀랍도록 집중하는 모습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그 목표의 방향은 잘못 된 거였다
암살이나 인간 쓰레기 청소라니...
어쨌든 인생의 행복은 목표를 정하고 매진하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BBC에서 만든 "행복" 이라는 책에서도 목표가 있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의 목표는 뭘까?
한 번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다
앞으로는 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무기력한 태도는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키고 좀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때 우리 삶이 더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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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케인 특별소장판
오손 웰즈 감독 / 리스비젼 엔터테인먼트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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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무 독특했던 영화다

버스 안에서 PMP로 보고, 집에 와서 tv out로 이어서 봤다

기계 산 보람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 영화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건 아니다

워낙 명작이라고 하길래 호기심에서 본 거라 정보가 전혀 없었다

막연하게 칼레의 시민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시민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나?

케인이라는 사람이 도시를 위해 희생한 영웅주의 영화, 대략 이렇게 상상했었다

그러고 보면 이미지란 참, 얼마나 편견 가득한 단어인지...

 

인상적인 면은 많았다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독특한 영화인 건 분명하다

신문 재벌 찰스 케인

어머니의 광산을 물려 받아 신문사를 인수하고 주지사 선거에도 나간다

두 번의 결혼 실패

선거 낙방

결국 쓸쓸한 만년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운데 숨을 거둠

아메리칸 드림의 파괴를 의미하는가?

 

죽기 전에 남긴 말, 로즈버드의 의미를 찾아 기자가 케인의 지인들을 만나러 다니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여자 이름 같기도 하고, 아끼던 말의 이름인 것도 같고 대체 로즈버드는 뭐란 말인가?

맨 마지막에 어린 시절 즐겨 타던 어찌 보면 유일한 위안이던 썰매에 새겨진 이름이 바로 로즈버드였음이 밝혀진다

그러나 그 의미는 관객들만 알 뿐, 영화 속의 기자들은 가치없이 불태워진 썰매 따위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케인이 바라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돈과 명예, 여자, 사랑...

다 가진 것 같지만 말년에는 불행했던 남자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다 마찬가지 아닐까?

꼭 많은 것을 쥔 사람만 허망함을 느끼는 건 아닐 것이다

돈이 있든 없든, 명예가 있든 없든 누구나 삶의 마지막은 쓸쓸하고 허망한 게 아닐까?

 

수잔에게 노래를 강요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름없는 가수의 목소리에 반한 케인은, 결국 그 외도 때문에 부인과 이혼하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떨어졌지만, 그녀와 결혼한 후 그녀를 위해 오페라 하우스를 지어 준다

뮤지컬에 억지로 출연시키고 유명 배우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지만, 혹평만 돌아올 뿐...

결국 그녀 역시 더 이상 노래부르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케인은 계속 노래를 강요한다

아마도 그는 수잔의 목소리에 반한 듯 하다

독특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보통 남자들은 여자가 밖에서 유명해지는 걸 달가워 하지 않는데 케인은 그녀가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을 원한다

본인 자신 마저도 자기 능력에 회의를 품고 그만두고 싶어 하는데 말이다

 

따지고 보면 케인의 사랑이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독재적인 방식이었다

다 가진 자의 오만이라고 할까?

여자들은 돈만 쥐어주면 만사 오케이라는 생각

권력과 돈을 가진 대다수의 남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혹은 인간적인 진실된 관계를 맺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결혼생활이 행복했다면 케인은 말년에 외롭지 않았을까?

무엇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 같다

주지사에 당선되고 대통령이 되고, 그랬다면 그는 행복하게 죽었을까?

평생 돈과 권력을 쫓았지만 결국 죽을 때는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썰매만 생각났던 그는, 불행하게 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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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2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 안에서 영화보기 흔들리지 않던가요? 머리가 아프다거나... 좀 궁금했어요^^
블루마린님 크리스마스 아침이에요~ 멜휘 클스마스~!!!

marine 2006-12-2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큰 문제는 없어요 지하철에서 책이나 영화 보는 것과 비슷하죠
마노아님도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