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로 읽는 세계사 - 살아남기 위한 세계 왕실의 치열한 생존기
우야마 다쿠에이 지음, 전경아 옮김 / 책밥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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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은 유럽 역사의 자잘한 부분들까지 참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왕실이 아직 존재하는 나라이니 아직까지 남아 있는 왕조 국가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기는 하다.

21세기 대중민주주의 시대에 왕실이 왠 말인가 싶지만, 아마도 헐리우드 스타들을 동경하듯 대중들은 왕자와 공주님이라는 로맨스의 주인공들이 필요한 것 같다.

평등 좋아하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나라에서 드라마 주인공들은 거의 재벌 2세들이고, 심지어 가상 왕실 드라마까지 만들어 유행시키고 있으니 인간의 속성에는 뭔가를 숭배하고 싶은 심리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아이돌 팬덤 문화를 봐도 그렇다.

음악이 너무 좋다, 영화가 너무 멋지다, 이 정도면 될텐데 자발적으로 시녀 노릇을 하려고 든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정치인도 아이돌처럼 숭배하는 나라구나!

프랑스가 유럽을 좌지우지 하는 강국이 된 것은 2천 만명에 달하는 인구를 보병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 점은 소득이다.

사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영토와 인구수를 자랑하는 농업 대국이었다.

그래서 프랑스 혁명 이후 주변 각국의 공격을 물리치고 나폴레옹이 등장해 유럽을 좌지우지 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어떤가?

프랑스보다 훨씬 더 큰 국토와 인구수를 가졌지만 변방에 위치한 탓에 일류 국가가 되지 못한 것인가?

다양한 민족과 광활한 영토를 다스려야 하는 러시아 제국의 특성상 전제 군주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마치 중국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민자들이 모여 민주정을 수립하고 세계 최고의 선두 국가가 된 미국이 놀랍다.


<인상깊은 구절>

93p

국왕 루이 16세가 처형당하자 주변 왕국들은 혁명이 자국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프랑스에 군사 개입을 실행하려 했다. 혁명 후, 영국과 같은 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의 개입이 없었으나 대륙에 있는 프랑스는 사정이 달랐다.

 프랑스는 자국에 개입하려는 프로이센 왕국과 오스트리아 제국의 준대를 물리치기 위해 강력한 육군이 필요했다. 이 육군 병사를 구성한 것이 하층계급인 민중이었다. 전장에서 목숨 걸고 싸웠던 그들에게는 강한 정치적 발언권이 있어서 누구도 그들을 얕볼 수 없었다. 혁명 후, 영국의 크롬웰은 가차 없이 하층계급을 탄압했으나 프랑스에서는 하층계급에 대한 탄압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나라의 침략 위기에 노출된 프랑스에서는 하층계급 병사들이야말로 혁명 국가의 첫 번째 수호자였으므로 그들의 권리와 주장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병사들에게 추대되어 단숨에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나폴레옹 시대인 19세기 초에는 육군 병사의 수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했다. 그리고 19세기 후반부터는 병사의 수보다 장비와 병기의 질이 승패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나폴레옹이 강했던 이유는 인구수에 비례하여 징병 가능한 병력의 수가 다른 나라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프랑스의 강대한 군사력을 뒷받침한 것이 하층계급인 민중이었다.

131p

"개인 사이에는 법률과 계약서와 협정이 신의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권력자 사이에 신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힘밖에 없다." -마키아벨리

166p

러시아의 차리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러시아는 슬라브계, 아시아계, 노르만계 등이 모인 다민족 국가였다. 근대 이후 러시아의 영토가 확대되면서 민족의 다양성도 늘었다.

 나아가 그들은 부족사회를 형성했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유럽의 상업국가처럼 법과 사회의 규범에 따른다기보다는 오히려 힘의 강약이 시비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었다. 이렇게 크고 작은 부족 세력이 패권을 다투며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통치자인 러시아 황제는 절대적인 힘을 갖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반 4세가 잔악무도한 황제이긴 했지만 러시아를 이끌기 위해서는 그런 통솔력 뛰어난 카리스마의 소유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황제가 조금이라도 유약한 모습을 보이면 부족 세력이 커지고 국토가 분단되어 전란에 휘말리게 된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강한 황제가 필요했다.

 이러한 사회풍토가 러시아만의 독특한 차리즘을 낳았고, 그것이 오늘날 러시아 정치의 DNA로 계승된 것이다.

168p

표트르 1세는 이러한 주변 지역의 코사크들을 제압하고 이들을 러시아 제국의 군대로 편입시켰다. 그리고 북방 전쟁을 일으켜 그들에게 활약의 장을 마련해주었다. 북방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러시아에 산재하던 코사크 세력이 모여 러시아 제국하에 결속했기 때문이다. 1721년, 승리한 러시아는 발트해로 진출하여 발트해 안에 새로운 수도 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다.

204p

약 270년간 계속된 에도의 쇼군이 사쓰마, 조슈라는 변경의 다이묘에 굴복하는 치욕을 맛봤다면 막부 세력은 사력을 다해 혁명군과 싸웠을 것이다. 그러면 정권을 쉽게 건네받지 못하고 피로 피를 씻는 끔찍한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컸다.

 막부는 어디까지나 대정봉환으로 천황의 뜻에 순순히 따른 것이다. 사람들에게 천황이 초월적인 존재로 여겨진 덕분에 일본은 내전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231p

부탄 국왕은 GDP를 중시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GNH(국민총행복지수)를 기준으로 정신의 풍요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GDP가 매우 낮다. 그래서 이를 은폐하기 위해 GNH 라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지표를 만들어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한 것이다.

 2011년,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국왕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의 좌파 세력은 GNH 를 열심히 추켜세웠다.

 하지만 부탄 왕국의 수도 팀푸에는 약물에 의존하는 청년과 알콜 중독자로 넘쳐난다. 가뜩이나 높은 실업률과 범죄율은 낮아지기는커녕 상승일로에 있다. 인구 85만 명이 안 되는 부탄에서 정부가 GNH만 강조하고 어떤 조취도 취하지 않고 있으니 상황은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다.

279p

고대 아프리카에서는 이집트의 파라오가 왕국을 형성했다. 특히 아프리카 동부는 이집트와 아라비아반도 같은 외부 세력에 둘러싸여 있어 이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강대한 왕권이 필요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왕국이 존립했다. 하지만 외부 세력이 없어 집권적 왕국이 필요 없었던 서,중남부 아프리카에는 여러 부족이 난립했다

 그러다가 8세기 이후, 아프리카 전역에서 이슬람 상인과의 교역이 활발해지자 교환물자로 쓰이던 황금을 관리하기 위해 강력한 왕권이 필요하게 되었다. 8세기 니제르강 유역에 탄생한 가나 왕국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오류>

70p

부활한 서로마 제국은 오토 1세가 죽은 후, 동프랑크 왕국, 서프랑크 왕국, 중프랑크 왕국으로 나뉘는데

-> 오토 1세가 아니라 카를 대제의 아들 루트비히 1세 사후 843년 베르됭 조약에서 셋으로 나뉜다.

105p

부부가 영국 왕에 공동으로 추대된 이유는 영국 왕실과 별다른 연고가 없는 빌럼 3세와 달리 아내 메리가 스튜어트 왕가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 메리가 제임스 2세의 딸이기도 하지만, 빌럼 3세 역시 어머니가 찰스 1세의 딸로, 제임스 2세의 외조카이다.

이 둘은 사촌간의 결합인 셈이다.

115p

그림 9-3

마리 테레즈는 펠리페 4세와, 앙리 4세의 딸 이사벨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카를로스 2세는 어머니가 다르다.

즉 둘은 이복남매이다.

169p

엘리자베타 여제는 예카테리나 2세의 시백모로

-> 엘리자베타의 언니 안나 페트로브나의 아들인 표트르 3세의 배우자가 예카테리나 2세이므로 시백모가 아니라 시이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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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 - 황윤 역사 여행 에세이, 개정증보판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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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다른 책들을 아주 흥미롭게 읽어 신간 신청을 했다.

제목도 시선을 확 끈다.

일상이 고고학이라니.

본격적인 학술서는 아니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의 눈으로 보는 고고학에 관한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신청해서 받아보니 일단 책의 판형이 작고 200 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라 놀랬다.

문고판처럼 가볍게 들고 읽기는 좋은데 내용은 전작들에 비해 많이 아쉽다.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서일까?

앞서 읽은 도자기 관련 책들은 저자의 전문성이 돋보이고 당시 시대상까지 접목시켜 아주 유용했던 것에 비해 이번 책은 솔직히 너무 가볍다.

백제라는 나라를 주제로 하여 풍납토성부터 시작해 석촌동 고분, 공주, 부여, 익산까지 쭉 여행하는 컨셉 자체는 좋지만 블로그 수준의 여행기라 많이 아쉽다.

전작들을 보면 필력이 딸리는 분은 아닌 것 같은데 다음 책들은 좀더 많은 내용을 포함시켰으면 좋겠다.

가장 좋은 답사기 모델이 유홍준씨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과 문화재에 대한 식견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에세이스트로서의 좋은 문장력을 갖기 힘들다면 내용이라도 독자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 줄 수 있어야 비로소 의미있는 책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 역시 답사에 관심이 많아 저자처럼 이런 답사 여행을 늘 꿈꾸고 있다.

현실은 주말에도 일을 하는 자영업자라 답사는 커녕 일요일에 늦잠 한 번 못 자고 있지만 언제나 마음 속으로 꿈꾸고 있다.

오래 전 결혼하기 전에 공주와 부여를 갔던 생각이 난다.

책에 나온 정림사지 석탑이나 부소산성 등에 대한 생각도 아스라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부여의 백제문화단지도 구경하기 좋게 잘 복원되어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박물관도 유물이 꼭 많지 않더라도 역사 공부하기 좋게 잘 꾸며놔서 관람하기 좋은 듯하다.

올림픽공원은 가끔 가보면서도 그 옆에 한성백제박물관은 한번도 안 들어가 봤는데 날잡고 구경 가봐야겠다.

도록이 훌륭하다고 하니 더 기대된다.


책 내용 중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주장은, 미륵사지 서탑에서 발견된 사리명문에 탑의 발원자가 삼국유사 설화의 주인공 선화공주가 아니라 사택왕후라고 기록된 이유에 관한 것이다.

여전히 선화공주는 또 다른 왕비일 것이다는 주장이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설화로 치부하고 왜 이런 설화가 생겼느냐에 대해 자신만의 추론을 펼친다.

백제의 옛 영토를 다스리기 위해 백제와 신라가 연관된 지역 전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전에 어떤 학자도 이런 추론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경상도 상주 출신 견훤이 옛 백제 영토에 나라를 세울 때 사실은 백제인의 후손이었다는 식의 전설이 만들어진 것과도 비슷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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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만만해지는 이과식 독서법 - 필요한 만큼 읽고 원하는 결과를 내는 힘
가마타 히로키 지음, 정현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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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하는 마음에 읽게 되는 책, 결과는 늘 실망...

그러고 보면 독서법도 특별한 방법이 없나 보다.

도서관 갔다가 신간 코너에 줄줄이 진열된 신간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여러 권 빌렸는데 하나같이 그저 그렇다.

저자가 교토대 교수이고, 제목이 다른 것도 아니고 "이과식 독서법"이라고 하니 기대를 좀 했는데 내용은 평이하다.

나 같은 열혈 독서가 보다는 이제 막 독서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문학이 아닌 이과식 독서법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있나 싶었는데 역시 별다른 건 없었다.

발췌독,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기, 자료 잘 정리해서 나중에 써먹기, 뭐 이 정도?

완벽주의를 버리고 모르는 부분은 과감히 넘어가고 전체적인 줄기에 초점을 맞춰라, 일단 진도를 쭉쭉 나가고 궁금한 부분은 나중에 찾아 보라고 한다.

나도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지루해지고 막히는 부분이 있는데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오히려 지루해져 중단할 때가 생긴다.

그럴 때는 좀 쉬었다 읽던지, 아니면 건너 뛰어 뒷부분을 읽다가 다시 돌아와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혹은 너무 지루해지면 다른 책을 읽다가 다시 읽기도 한다.

하여튼 독서는 절대 강제 사항이 아니고 재미를 위해서 즐겁게 읽어야 하니까 정말 어렵거나 나랑 안 맞는 책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라고 한다.

나도 읽다 보면 이건 아니다 싶은 책들이 있어서 끝까지 읽을까 말까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는 다 읽게 되고 어떤 책이든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책을 문구처럼 사용하라고 한다.

책에 밑줄도 긋고 참조 사항도 써 놓고 메모도 하는 식이다.

저자가 말하는 이과식 독서라면 자료 수집을 위해 책을 반드시 구입해서 필요한 부분을 즉시 찾아보는 게 좋긴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맨 마지막 장에서 저자가 밝힌 바대로 책은 무한히 확대되는 특성을 가져 곧 공간이 잠식되고 만다.

저자도 10%만 남기고 다 정리했다고 한다.

소유보다는 flow, 즉 지금 읽고 있는 흐름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나는 비단 책뿐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에 소유욕이 없는 사람이라 이 말에 공감한다.

당장 이용할 게 아니라면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군다나 저자처럼 생산을 위한 독서가 필요한 학자가 아니니 책의 표현대로 지적 소비를 위해서라면 굳이 사지 않고 도서관을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문구가,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는 90% 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을 다듬고 확인하기 위해 읽고, 나머지 10% 정도의 새 지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혀 새로운 정반대 성향의 책을 읽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어려운 책은 이해를 못할 것이고 저자의 의견과 반대면 읽을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정말 그런 듯 하다.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책을 읽으면서 재인식을 하고 추가로 일부 새 지식을 습득하게 되는 듯하다.

이런 점은 저자가 대학교수라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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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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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중독이라 카툰은 안 보는데 주제가 책이라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빌리게 됐다.

역시나...

짧게 압축된 몇 컷의 삽화와 이야기가 뭘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책 읽어야 성공한다는 자기계발서 보다는 훨씬 낫긴 한데 특별한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어떤 리뷰에서 본 것처럼 미국식 유머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그냥저냥 몇 가지 공감하는 바만 써 본다.


1) "참다 못한 아내" 나는 정상이 아니야...

내가 바로 이런 경우다.

다만 내 경우는 "참다 못한 남편"이라 할 수 있다.

확실히 나는 책에 많이 빠져 있고 남편은 나를 이해불가라고 한다.

연애 시절 남편의 집에 처음 놀러 갔을 때 책꽂이에 무슨 책이 있을까 정말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전공 서적 몇 권과 주식책이 다라서 정말 놀랬던 기억이 난다.

어쩜 이렇게 책을 안 읽을 수가 있지? 

반대로 결혼해서 내 책들을 신혼집으로 옮겼을 때 집들이 오신 시어머니가 책꽂이를 보면서 하시는 말씀

넌 뭔 짐이 왜 이렇게 많냐

아 정말 문화적 충격이었다.

우리집에서는 이사갈 때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아빠 책을 박스에 넣는 거였다.

당시는 포장이사도 없을 때라 직접 짐을 싸고, 이사해서도 직접 정리해야 할 때라 책 싸고 푸는 게 제일 큰 일이었다.

책이 어찌나 무거운지 이사할 때 제일 큰 짐이이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전혀 읽지 않은 남편, 매일 세 시간씩 책을 읽는 아내, 이런 조합으로도 살아가고 있는 게 지금도 신기하다.


2) 책 읽을 시간이 많은 사람들 - 부랑자, 할 일 없는 재벌 2세, 수감자

그렇다.

우리는 모두 생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 충분한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할 일 없는 부랑자나 일 안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재벌 2세가 되면 충분한 여유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독서 시간 부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열심히 가용 시간을 찾아내 읽는 수 밖에 없다.

사실 요즘 더 문제가 바로 유튜브 같은 영상물이다.

나는 드라마나 영화 게임은 안 좋아하는데 유튜브에 빠져서 독서 시간을 잡아 먹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독서 보다는 수면 시간을 뺏기고 있다.

유튜브의 장점은 영상 길이가 짧고 2배속이 가능해 빨리 빨리 볼 수가 있고 컨텐츠가 다양하며 내 성향에 맞게 보여주는 추천 영상을 거르기가 참 힘들다.

관심있는 영상들만 콕콕 집어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인공지능의 놀라움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사실 독서의 가장 큰 적은 마음의 갈등과 고민인 것 같다.

독서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행위라 일단 마음이 편해야 활자가 눈에 들어온다.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독서의 가장 큰 전제조건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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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투쟁기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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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이긴 한데 내용은 평이한 느낌이다.

크게 공감이 안 가고 확 끌리는 내용이 아니라 아쉽다.

책표지나 편집은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이 들 만큼 신선해서 좋긴 한데, 책에 관한 에세이로서는 그다지 재밌지가 않다.

이런 걸 보면 역시 포장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문장력이 좋은 에세이스트가 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몇 가지 공감했던 점들

1) 좋은 번역이 어려운 이유

번역서들은 그 나라에서 많이 팔린 이른바 검증된 책들을 번역해서인지 대체적으로 주제가 흥미롭고 내용이 괜찮은 책들이 많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역사책이나 사회과학 서적들은 거의가 번역서다.

그래서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이 간다.

책이 좋으면 대체적으로 번역도 매끄러운 경우가 많지만, 비문이거나 수동태 형식으로 번역되어 어색한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번역가가 그 분야의 전공자가 아니면 번역자 자신도 무슨 얘길 하는지 이해가 안 가서 제대로 번역을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성의없는 번역에 화가 났었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번역하는데도 굉장한 돈과 시간이 든다고 한다.

400페이지 정도의 책이 나오려면 적어도 1년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대체적으로 번역료는 4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번역가는 1,2년 동안 이 책에만 매달려 있어야 하니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1억은 줘야 제대로 된 번역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 저작권이 소멸되어야 같은 책을 여러 번역가들이 출간할 수 있어 양질의 번역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대해서도 저자는 부정적이다.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역시 뭐든 돈을 많이 들이고 경쟁이 있어야 양질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영어 공용화론도 일견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는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고 구체적으로 저자가 비판해 마지 않는 복거일의 영어 공용화론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저자가 잠시 인용한 복거일씨의 글을 보면, 영어를 잘하면 인식의 지평이 크게 확산된다는 게 사실 아닌가?

책에도 북경이나 동경 도서전, 혹은 유럽의 헌책방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외국을 나가면 서점에 들려 무슨 책이 있나 살펴보고 구입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언어의 한계 때문에 포기하게 된다.

그래도 영어로 쓰여진 책은 더듬더듬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림이 많고 글씨가 별로 없는 화집 같은 걸 구매한다.

인터넷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쓰여지고 있는 시대에 영어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미 나이가 들어 큰 의지가 없지만 적어도 지금 세대 아이들에게는 좀더 획기적인 영어 노출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비싼 돈 들여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만 영어를 잘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일종의 문화적 차별이 아닐까?

공교육에서도 더 많은 영어 노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 저자는 인터넷 서점이 많이 팔리는 책들을 주로 노출시킨다고 비판했는데 내 경험상 이건 정반대이다.

전에는 나도 서점 가는 게 큰 나들이라서 외출할 일이 있으면 꼭 서점에 따로 들려 신간을 확인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예 서점을 가지 않는다.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 정도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대형 서점들의 절반은 문구용품이 차지하고 있고, 그나마 있는 공간들도 독서 공간 비슷하게 만들어 놓아 진열되는 책의 숫자들이 매우 줄었다.

특히 나처럼 덜 팔리는 책을 읽는 사람들은 신간 구경도 매우 어려워졌다.

아예 손이 잘 닿지 않는 윗서가에 배치해 놔서 어떤 책인지 꺼내 읽기도 어렵다.

책을 진열하고 소개하는 공간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인터넷 서점에서는 훨씬 쉽게 책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추천 검색이 잘 되어 있어 관심있는 분야의 책들을 계속 보여준다.

전에는 신문 서평이나 책날개를 보고 새로운 책을 만나 봤다면 요즘에는 거의 인터넷 서점을 통해 고르고 있다.

다른 사람의 서평도 읽어 볼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

서점으로서도 온라인 서점에 대항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변화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서점에 가면 고를 수 있는 책이 많지 않으니 더더욱 인터넷 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저자는 좋은 책을 읽을 때의 기쁨을 놀이기구 탈 때의 말초적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정말 그렇다.

그런 즐거움 때문에 책을 읽게 된다.

단순히 지식을 넓히거나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읽는다기 보다 그 행위 자체가 너무너무 즐겁기 때문에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저자는 독서가 매우 내밀한 사적 취향이기 때문에 권장도서 같은 건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나도 일견 동의하는 바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읽어서 나에게 기쁨을 주는 책이 필요한 것이다.

항상 이런 독서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궁금한 게 도대체 장서가들은 책을 어떻게 보관하냐는 문제다.

나는 정말 책값이 전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책을 구입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보관할 공간이 문제다.

전에 읽은 어떤 장서가는 아예 창고를 임대해서 거기에 보관한다고 했다.

나도 혼자 살면 얼마든지 내 책으로 온 집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좁은 아파트에 가족이 살고 있으니 지금으로서는 애들 책 보관하기도 힘들어 내 책은 구입을 안하고 있다.

그래서 E-book 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문학 분야는 활발하게 출간되는 것 같은데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분야의 책들은 전자책이 거의 없어 어쩔 수 없이 지금은 도서관에서 빌리고 있다.

금방 전자책 시대가 올 것 같았는데도 여전히 종이책이 기본인 걸 보면 시대의 흐름이 일순간에 확 바뀌지는 않는 모양이다.


224p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말하고 있듯이 모차르트는 비록 세속적인 행복을 누리지는 못했으나 예술이라는 그 영혼의 세계에서는 항상 누구보다도 더 행복했다.

굶주림에 허덕이고 비탄에 잠겨 있을 때조차도 그는 결코 울부짖거나 몸부림치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의 음악은 언제나 명랑하고 경쾌한 듯이 보여 사람들은 흔히 그의 음악은 달콤하고 즐겁기만 한 것으로 오해하기 일쑤다.

그러나 그의 표면적인 즐거움 속에는 얼마나 깊은 오열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랴. 눈물이 방울진 채 웃음 짓고 있는 얼굴처럼 감격스러운 모습은 없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언제나 해맑게 흐르면서도 그 밑바닥에 연연히 흐르고 있는 우수의 그림자로 인해 우리를 순수하고 황홀한 슬픔으로 이끈다.

(이 문장은 너무 좋은데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 세대가 함께 하기에는 너무 순수했던 한 지도자가 마지못해 저세상으로 떠나는 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부분은 공감이 참 어려웠다. 정말 우리 세대가 함께 하기에는 너무나 순수했던 지도자가 있기는 했었나? 나도 이 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런 지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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