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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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책덕후들을 위한 카툰인가 보다.

급공감했던 장면 하나.

여행 가방 쌀 때 책 넣는 거.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 여름휴가 1주일을 하와이에서 보내기로 하고 열심히 준비를 하는데 내가 제일 먼저 한 게 여행 가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목록을 정하는 거였다.

여행지에서 어울리는 책 고르는 게 나름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었고 도서관 가서 심사숙고 해서 고른 책들을 캐리어에 다 넣고 나니 여행 준비가 끝난 기분이었다.

남편이 짜증내면서 책 그렇게 많이 넣을 거면 가방 따로 가져 가라고 했던 거 생각난다.

한 해의 시작은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인가, 어떻게 시간을 배분할 것인가이다.

한 해의 마무리는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었나, 좋았던 책은 어떤 게 있었나, 내년에는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이다.

아, 정말 책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질리지가 않고 무궁무진한 즐거움의 세상인 것 같다.

가끔 너무 좋은 책을 읽을 때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이렇게 좋은 책들을 놔두고 죽으면 억울해서 어쩌지? 이런 생각도 든다.

서점에서 새 책을 볼 때도 좋지만 도서관에 어떤 책이 꽂혀 있나 살펴볼 때의 흥분감, 또 그 중 일부만 골라야 할 때의 안타까움.

그래서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남편과 아이들 이름으로까지 빵빵하게 대출 권수를 채워서 낑낑 대고 집으로 들고 오게 된다.

미처 다 읽지 못한 책들을 반납해야 할 때의 안타까움.

어쩌면 다시는 저 책들을 못 읽을지 모르는데 너무나 아쉬워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은 가능하면 다 읽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래서 정작 돈 주고 산 내 책들은 뒤로 밀리고 항상 도서관에서 빌린 책 우선으로 읽게 된다.

책+차=완벽한 주말, 이라는 문구에 공감이 간다.

내 경우는 책+커피이다.

커피가 없는 독서는 상상이 안 간다.

"어떤 곳에 살고 싶어?" "도서관!"

나도 그렇다.

도서관 바로 옆에 살고 싶다.

은퇴하면 국립중앙도서관에 매일 출근해서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마치 일하듯이 그렇게 원없이 책을 읽고 싶다.

눈이 나빠져서 책읽기가 힘들까 봐 그게 유일한 걱정이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아빠도 어느 순간 작은 글씨 읽기가 힘들어져 지금은 책을 거의 안 보시고 시를 읽는 거 보고 나도 저렇게 될까 봐 너무 걱정이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열심히 읽으려고 한다.


"만약에 무슨 소원이든 이루어진다면 뭐 하고 싶어? 나는 ...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고 싶어!"

"나는 힘들 때 책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지루할 때도, 도움이 필요할 때도"

(그런데 난 이건 아니다. 힘들 때 책 덕분에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라, 힘들지 않고 마음이 편안할 때 책을 읽을 수 있다)

"세상 그 무엇도 이 행복과 비교되지 않는다. 책을 펼치고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는 것"

(좋은 책을 읽었을 때의 기쁨!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터질 것 같은 충만함! 살아 있는 게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모든 날이 책 읽기 좋은 날이다"

"인생은 왜 이리 짧은 것이며 시간은 왜 이리 부족한 것일까? 항상 읽고 싶었던 책을 모조리 다 읽을 수 있다면."

"책을 펼치면 황홀한 마법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어디에도 책만한 세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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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세계사 히스토리아 문디 4
윌리엄 맥닐 지음, 김우영 옮김 / 이산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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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썼던 리뷰가 있는 걸 보니 읽었던 책인 모양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삼 전염병에 대한 역사책을 읽게 됐다.

그 당시에는 재밌게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읽을 때는 재밌으면서도 진도가 쉽게 안 나가 시간이 좀 걸렸다.

독서력도 퇴화하는 것인가, 아니면 너무 바빠서 그런가 싶다.

저자는 문명의 흥망성쇠를 인류가 얼마만큼 감염병에 잘 적응하느냐로 설명한다.

약간 논지 전개가 억지스럽다는 부분도 있지만 (확실한 근거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인간 역사 발전의 한 팩터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이 유럽인이 가지고 들어온 천연두 등으로 몰살당한 것이 아주 독특한 경우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 따르면 거의 모든 문명권이 전염병의 유행과 적응과정에서 흥하거나 몰락해 갔다.

대표적인 것이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이고 그 외에도 몽골 제국의 성립과 몰락도 이 흑사병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 이들이 초원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 때는 페스트에 대한 저항성이 있어서 가능했으나 14세기 이후 유럽에 대규모의 흑사병이 발발하자 몽골 역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었고 결국은 중국의 농민군에 의해 쫓겨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저자의 말대로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근대에서나 볼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경우이고 전 인류의 역사는 거의 대부분 질병과 자연재해와의 싸움에 시달리며 격투를 벌여 왔다.

인구가 저절로 그냥 늘어나는 것이 아닌 셈이다.

인간은 자연 재해에 잘 맞서 싸웠으나 눈에 안 보이는 병균과 싸우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19세기 들어 현미경으로 직접 세균을 확인하면서 점차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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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궁전
클라우스 라이홀트 지음, 김현우 옮김 / 예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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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은 훌륭하다.

그렇지만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서양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읽기에는 매우 불친절한 설명이고 너무 소략되어 있어 아쉽다.

번역도 오류들이 많이 보여 찾느라 시간이 한참 걸렸다.

대신 서양 궁전에 국한하지 않고 중국이나 일본, 인도, 태국 같은 동양 궁전들도 소개해 준 점은 신선하고 흥미롭다.

특히 19세기와 20세기에 세워진 모로코나 미국의 궁전 같은 대저택들도 소개되어 흥미롭게 읽었다.


<오류>

11p

'시시'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여제 엘리자베트 역시 궁정의 엄격한 예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녀로서는 당시 실세였던 계모가 두려웠던 것이다.

-> 시시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후이지 직접 다스리는 여제가 아니다. 그리고 그녀가 두려워 했던 사람은 계모가 아니라 시어머니 조피였다.

17p

도판4 <나폴레옹 2세 시대의 루브르> 빅토르-조제프 샤베, 1857년

-> 나폴레옹 2세가 아니라 3세이다.

46p

끝없이 펼쳐진 사냥터가 있는 이 숲속의 전원은 1200년 경 뚱보 루이 왕에 의해 발견됐다. ... 공평한 필립 왕은 퐁텐블로에서 처음으로 세상 구경을 했으며, 그가 56세로 생을 마감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 퐁텐블로 숲은 뚱보 루이 왕이 아니라 아들인 루이 7세(1120-1180) 시대, 즉 1100년대에 발견됐고, 공평한 필립 왕인 필리프 4세는 56세가 아니라 46세 때 사망했다.

57p

도판4 <펠리페 2세와 그의 가족> 엘 에스코리알에 있는 청동상, 폼페오 레오니. 1598년

펠리페 2세와 그의 두 번째 아내(앞줄), 펠리페 2세의 첫 번째 아내와 아들 돈 카를로스, 그리고 그의 배우자인 발로아의 엘리자베스(뒷줄)

-> 이 청동상의 세 여인은 펠리페 2세의 세 아내들, 즉 첫 아내인 포르투갈의 마리아 마누엘라, 세 번째 아내인 발로아의 엘리자베스, 네 번째 아내인 오스트리아의 안나이다. 두 번째 아내인 영국의 메리 1세는 엘 에스코리알이 아닌 영국에 묻혀 등장하지 않는다.

64p

루이 14세는 자신의 형 필리프처럼 화장이나 보석, 값비싼 옷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 루이 14세는 루이 13세의 첫째 아들이고 동생이 오를레앙 공 필리프이다.

78p

이곳에서 열렸던 최초의 큰 행사는 작센 지방의 제후 프레더릭 아우구스투스와 황제의 딸 마리아 안나의 결혼식이었다.

-> 아우구스투스와 결혼한 이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황제 요제프 1세의 딸, 마리아 요제파이다.

86p

사보이의 공작이자 사르디니아의 왕이었던 샤를 에마누엘 2세(1701-1773)는 

-> 샤를 에마누엘 2세가 아니라 3세이다.

110p

'시시'라고 불렸던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트 여제는 평생 도망을 다녔다. 빈 궁정의 예법과 구속, 새어머니, 그리고 남편이 그녀의 삶을 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 시시는 여제가 아니라 황후이고, 새어머니가 아니라 시어머니와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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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와 차이나 - 동서양 두 고대 제국의 비교연구
발터 샤이델 엮음, 임지연 옮김, 조윤재 감수 / 생각과종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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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흥미롭게 보이는 표지나 제목과는 달리 너무 어려웠다.

번역도 좀 매끄럽지가 않은 것 같고 자세한 내용들이 너무 많고 기술들이 직관적이지가 않고 은유적인 느낌이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감수자 역시 대중들이 교양서로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평이 있긴 하다.

번역이 좀 어색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인가 헷갈렸는데 알라딘이나 다른 싸이트에도 리뷰가 없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나 내용은 너무 흥미롭다.

표지도 아주 매력적이다.

현대 사회가 서구식으로 세계화가 돼서 그런지 막연히 서양 문명이 좀더 민주적이고 자본주의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편견임을 새삼 깨달았다.

사회가 다르게 발전했던 것이고 고대 사회를 현대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음을 느꼈다.

이를테면 그리스나 로마의 공화정은 동양의 전제 군주정에 비해 민주적이고 우수하다는 막연한 느낌을 받았는데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대중 민주주의라기 보다는, 일종의 과두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중국이 이른 시기에 넓은 영토를 통일하고 관료제를 발달시켜 확고한 정치체제를 이룩했으니 산업혁명 이전에는 중국이 가장 안정적이고 부유한 나라였다는 말이 이해된다.

단순히 좋고 나쁘고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런 정치 체제가 발생했는지 배경을 살펴보고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좀더 쉽게 쓰여진 책을 읽어봐야 할 듯 하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들

1) 로마와 한나라는 농민들을 보병으로 징집해 대규모 군사 정복을 실시했고 외부의 위협이 없어지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자 이민족에게 변경 수비를 맡기게 됐다.

결국 이 국가들은 이민족 병사들에 의해 망하게 된다.

군대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큰 비용이 들었는지 새삼 알게 됐다.

송나라가 이민족들과의 평화를 막대한 조공으로 얻은 것이 결코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농민이라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관료제가 발달하게 된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의 치열한 경쟁 끝에 놀라운 관료주의적 전제 군주정을 만들게 된 것이다.

반면 로마는 주변 국가와의 동맹을 통해 발전한다.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대신 조세와 군역의 부담을 지운다.

전에는 이 시민권이 놀라운 현대적 개념으로 생각했는데 오늘날의 시민권과는 다른 의미 같다.

로마 역시 관리해야 할 제국이 커지자 여러 명의 집단지도체제 같은 원로원을 버리고 동양식 전제 군주정으로 탈바꿈한다.

로마는 끊임없이 이민족에게 시달린 반면 중국은 지리적 특성상 북방의 유목민들을 제외하고는 큰 위협이 없었던 점도 안정적인 통일 제국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

법치주의 역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보다 효율적으로 농민이라는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발달했다는 시각이 인상적이다.

황제들은 종종 사면권을 통해 자신의 너그러움을 과시했다.

로마는 한나라처럼 관료제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금 징수를 위해 지방 엘리트들의 협조를 구해야 했다.

유럽에서 세금 징수업자들이 나온 이유가 이해된다.

2) 로마 귀족들은 커다란 장원을 경영하면서 도시 생활을 한 반면 한의 엘리트들은 소규모의 땅을 상속받아 경영하기 때문에 농촌에서 거주했다.

로마의 엘리트들이 건축물을 통해 공공자선을 실행한 반면 한나라는 농촌이 생활 터전인 탓에 흉년에 곡식을 나눠 주는 등의 다른 형태의 자선을 베풀었다.

목조 건축과 석조 건축 문화의 차이인가 싶다.

화폐 같은 경우도 로마가 귀금속을 화폐로 사용한 반면 중국에서는 구리 화폐나 비단 등을 사용했는데 이는 금 생산량 부족과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화페 자체의 무게가 나타내는 실질 가치보다 동전에 기록된 숫자, 즉 명목가치를 높힘으로써 주조를 통해 이익을 보려고 했다.

오늘날처럼 종이로 돈을 찍어내는 시스템이 아니라 직접 구리를 구입해 동전을 만들어야 했으니 정부가 독점적으로 화폐를 만들지 않아도 현대와 같은 위조지폐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중국의 청동 화폐는 많은 부분이 세금으로 국가에 귀속되어 주로 국가와 백성들 사이의 순환이 있었던 반면, 로마에서는 훨씬 더 광범위한 화폐화가 일어나 무역 등의 거래에 활발하게 쓰였다.

확실히 지중해 세계에서는 한 제국보다 훨씬 상업 활동이 왕성했던 듯하다.

수나라 때 대운하가 건설된 이후 중국에서의 남북간 교역이 비로소 활발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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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투어 그리스 : 고전학자와 함께 둘러보는 신화와 역사의 고향
강대진 지음 / 도도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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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좋고 표지도 예쁜데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다소 난삽하고 지루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가능하면 고유명사도 원어에 가깝게 표현한 거겠지만 미케네를 뮈케나이로 표기하는 식이라 정말로 와 닿지가 않아 읽는데 고생했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인문 답사기의 정석은 유홍준씨 책 같다.

독자들에게 생소한 지역의 역사적 의의와 여행 루트를 함께 전달한다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대충 그리스 유명 지역 둘러보고 사진 찍고 가벼운 감상 날리는 책은 아니라서 고대 그리스 세계를 이해하는데 약간의 도움이 됐다.

내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이 적어 배경지식이 부족해 더 지루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막연하게 알고 있던 테베, 델로스 섬, 산토리니, 스파르타 등등 이런 지명들을 지도에서 확인하고 눈에 익힌 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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