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와 차이나 - 동서양 두 고대 제국의 비교연구
발터 샤이델 엮음, 임지연 옮김, 조윤재 감수 / 생각과종이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흥미롭게 보이는 표지나 제목과는 달리 너무 어려웠다.

번역도 좀 매끄럽지가 않은 것 같고 자세한 내용들이 너무 많고 기술들이 직관적이지가 않고 은유적인 느낌이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감수자 역시 대중들이 교양서로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평이 있긴 하다.

번역이 좀 어색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인가 헷갈렸는데 알라딘이나 다른 싸이트에도 리뷰가 없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나 내용은 너무 흥미롭다.

표지도 아주 매력적이다.

현대 사회가 서구식으로 세계화가 돼서 그런지 막연히 서양 문명이 좀더 민주적이고 자본주의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편견임을 새삼 깨달았다.

사회가 다르게 발전했던 것이고 고대 사회를 현대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음을 느꼈다.

이를테면 그리스나 로마의 공화정은 동양의 전제 군주정에 비해 민주적이고 우수하다는 막연한 느낌을 받았는데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대중 민주주의라기 보다는, 일종의 과두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중국이 이른 시기에 넓은 영토를 통일하고 관료제를 발달시켜 확고한 정치체제를 이룩했으니 산업혁명 이전에는 중국이 가장 안정적이고 부유한 나라였다는 말이 이해된다.

단순히 좋고 나쁘고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런 정치 체제가 발생했는지 배경을 살펴보고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좀더 쉽게 쓰여진 책을 읽어봐야 할 듯 하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들

1) 로마와 한나라는 농민들을 보병으로 징집해 대규모 군사 정복을 실시했고 외부의 위협이 없어지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자 이민족에게 변경 수비를 맡기게 됐다.

결국 이 국가들은 이민족 병사들에 의해 망하게 된다.

군대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큰 비용이 들었는지 새삼 알게 됐다.

송나라가 이민족들과의 평화를 막대한 조공으로 얻은 것이 결코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농민이라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관료제가 발달하게 된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의 치열한 경쟁 끝에 놀라운 관료주의적 전제 군주정을 만들게 된 것이다.

반면 로마는 주변 국가와의 동맹을 통해 발전한다.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대신 조세와 군역의 부담을 지운다.

전에는 이 시민권이 놀라운 현대적 개념으로 생각했는데 오늘날의 시민권과는 다른 의미 같다.

로마 역시 관리해야 할 제국이 커지자 여러 명의 집단지도체제 같은 원로원을 버리고 동양식 전제 군주정으로 탈바꿈한다.

로마는 끊임없이 이민족에게 시달린 반면 중국은 지리적 특성상 북방의 유목민들을 제외하고는 큰 위협이 없었던 점도 안정적인 통일 제국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

법치주의 역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보다 효율적으로 농민이라는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발달했다는 시각이 인상적이다.

황제들은 종종 사면권을 통해 자신의 너그러움을 과시했다.

로마는 한나라처럼 관료제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금 징수를 위해 지방 엘리트들의 협조를 구해야 했다.

유럽에서 세금 징수업자들이 나온 이유가 이해된다.

2) 로마 귀족들은 커다란 장원을 경영하면서 도시 생활을 한 반면 한의 엘리트들은 소규모의 땅을 상속받아 경영하기 때문에 농촌에서 거주했다.

로마의 엘리트들이 건축물을 통해 공공자선을 실행한 반면 한나라는 농촌이 생활 터전인 탓에 흉년에 곡식을 나눠 주는 등의 다른 형태의 자선을 베풀었다.

목조 건축과 석조 건축 문화의 차이인가 싶다.

화폐 같은 경우도 로마가 귀금속을 화폐로 사용한 반면 중국에서는 구리 화폐나 비단 등을 사용했는데 이는 금 생산량 부족과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화페 자체의 무게가 나타내는 실질 가치보다 동전에 기록된 숫자, 즉 명목가치를 높힘으로써 주조를 통해 이익을 보려고 했다.

오늘날처럼 종이로 돈을 찍어내는 시스템이 아니라 직접 구리를 구입해 동전을 만들어야 했으니 정부가 독점적으로 화폐를 만들지 않아도 현대와 같은 위조지폐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중국의 청동 화폐는 많은 부분이 세금으로 국가에 귀속되어 주로 국가와 백성들 사이의 순환이 있었던 반면, 로마에서는 훨씬 더 광범위한 화폐화가 일어나 무역 등의 거래에 활발하게 쓰였다.

확실히 지중해 세계에서는 한 제국보다 훨씬 상업 활동이 왕성했던 듯하다.

수나라 때 대운하가 건설된 이후 중국에서의 남북간 교역이 비로소 활발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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