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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dts]
멜 깁슨 감독, 제임스 카비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의 무서운 광기, 특히 집단의 신들린 광기...
도대체 멜 깁슨은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이게 흥행이 되리라 생각했을까?
너무 잔인해 볼 수가 없다
영화는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든다
미쳤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언젠가 스팽킹이라는 포르노를 접한 적이 있다
그 때도 견딜 수 없는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가냘픈 여자를 근육이 울퉁불퉁한 남자 둘이서 채찍으로 때리는데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필름이 과연 성적인 흥분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
인간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파괴적인 본성, 잔인함을 생생하게 화면으로 보는 일은 너무나 괴롭고 힘든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 신앙심이 오히려 돈독해진다길래, 신이 아닌 인간 예수의 고통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호기심에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잔인해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인간이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비단 이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고문의 끔찍함을 수많은 매체를 통해 생생하게 알고 있다
내가 정말 견딜 수 없었던 건 채찍질을 하면서 미친듯이 웃어 대는 로마 병사들과 관중들이었다
아무 저항도 할 수 없게 형틀에 묶어 놓은 후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채찍질을 하면서,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그 광기가 무서워 공포감마저 들었다
정말 그랬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역사적인 고증 여부를 떠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병사들은 도저히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을 때리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 일명 새디스트인데 이것도 정신병의 일종이다
그런데 웃긴 건 때리는 장면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스팽킹 필름들이 인터넷의 바다를 점령하고 있겠는가
우리 내부에 숨어 있는 파괴적이고 잔인한 본성이 무섭다
특히 집단 안에서 뿜어 나오는 광기가 너무나 두렵다
영화에서 유태인들이 예수라는 가냘픈 인간을 두고 끔찍한 형벌을 가하는데, 유태인만 그런 게 아니다
유태인들이 이 영화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고 하지만, 우리 주변에 이런 잔인한 광기는 널려 있다
힘없는 자를 가운데 두고 집단이 가하는 잔인한 폭력
무리 중에 섞여서 한 일이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일종의 소속감마저 느끼게 되는 인간의 잔인한 속성이라니...
왕따라는 것도 결국 집단의 폭력 아닌가
신앙심은 고사하고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끔찍한 광기를 보는 것 같아 공포스러웠다
정말 비추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