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수레바퀴 -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강대은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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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은 호스피스라는 말을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말기 암환자 같은 살아날 가망이 없는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자제하고 보다 인간답게 존중받으면서 죽어갈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그런 환자들을 돌보며 고통받지 않고 생의 남은 날들을 값지게 보내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호스피스 운동의 대모라고 할 수 있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남긴 자서전을 보면 처음부터 호스피스란 개념이 환영 받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녀는 죽어가는 환자를 이용해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려는 여자라는 비난에 맞서.. 죽어가는 사람과 그를 바라보아야만 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진료하는 의료진의 아픔과 상실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 최초의 여자였다.


평생에 걸쳐 수 많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면담하고, 그들과 그 가족을 위한 워크샵을 개최하고, 필연적으로 죽음에 맞닥뜨려야 하는 의료진들과 종교인들을 위한 세미나를 열며.. 그녀가 결국 꿈꾼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참되게 살 수 있는 인간의 권리가 아니었을까?


엘리자베스는 죽음이란 마치 벌레가 고치를 벗고 나비가 되듯, 육신이라는 허물을 벗어버리고 자유로운 나비가 되어 본래 자신이 태어난 생명의 근원(그것을 하느님이라고 하건, 신이라고 하건, 부처라고 하건 뭐라 부르건 간에.. 모든 생명과 존재의 바탕)과 하나 되는 기쁜 일이라고 여겼다.


그녀의 삶 자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연민을 지니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기꺼이 자신의 손을 내밀 줄 알았던 그녀 자체가 참 대단하게 여겨졌다. 신이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준 만큼, 최선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엘리자베스는 그래서 남보다 어려운 길을 걸어가면서도 스스로에게 당당했다.



책에 나오는 몇 몇 구절을 베껴 놓았다. 진짜 삶의 귀감이 되는 구절들이다.


"누구나 삶 속에서 고난을 경험한다. 쓰라린 경험을 하면 할수록 거기에서 더 배우고 성장한다."


진정으로 인간을 치유하는 것은 오직 조건 없는 사랑뿐이다.


사후의 삶의 입구에서 누구나 똑같은 질문에 직면한다. "얼마나 봉사를 해왔는가? 돕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그 때까지 기다린다면 대는 이미 늦는다.


삶의 유일한 목적은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과제는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같은 근원에서 왔고 같은 근원으로 돌아간다.


우리 모두는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매워야 한다.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고난과 모든 악몽. 신이 내린 벌처럼 보이는 모든 시련은 실제로는 신의 선물이다. 그것들은 성장의 기회이며, 성장이야말로 삶의 유일한 목적이다.


먼저 자신을 치유하지 않고는 세상을 치유할 수 없다. 준비가 되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오늘은 어제 한 일에, 내일은 오늘 하는 일에 좌우된다.

오늘 하루 자신을 사랑했는가?

곷을 공경하고 꽃에게 감사했는가? 새를 사랑했는가? 산을 올려다보며 외경심을 느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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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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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람이지만, 실제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종종 하지 않아야 할 말과 행동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며, 때때로 치명적인 잘못도 저지른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죽는 경우가 아니라, 이런 저런 사연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되면 숱한 후회와 아쉬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수십년간 호스피스 활동를 해 온 의사가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그 가족을 지켜보면서 써 내려간 담담한 에세이인 이 책은 어쩌면 이렇게 약한 존재인 우리 모두에게 건네지는 따뜻한 위로와 충고의 손길이 아닌가 싶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좀 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환자를 돌보며 그가 느낀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평소에 다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일들일 수 있다. [감사], [용서], [사랑] 등등 늘 우리가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이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책 속에는 수 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친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받은 후 받은 상처가 있는 딸이 죽음을 목전에 둔 아버지와 어렵게 화해하는 이야기, 어머니와 재혼한 새 아버지를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마음으로 아버지로 받아들이게 되는 딸 이야기, 딸을 엄하게, 때로 아주 폭력적으로 키워 온 어머니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딸에게 자신의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를 그런 식으로 대를 물려서 딸에게 폭력적으로 되갚은 것에 대해 사과하며 사실은 자신의 딸을 사랑했고, 자랑스러워 했다고 고백하는 이야기,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무시하고 외면하면서 숱한 상처를 준, 그래서 평생토록 미워하고 저주하던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 인간의 죽음은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며 태연(?)할 수 있었던 아들이 억지로 용서한다는 말을 하고 죽어가는 그와 몇 번의 만남을 가진 후, 극적으로 자기 아버지는 물론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의 아이들을 비로소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된 이야기 등등... 감동적이었다. 가슴에 많이 와 닿았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그러나, 어짜피 사람은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어떻게 이별하느냐에 따라 남아 있는 사람의 삶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가슴에 많이 와 닿는다. 자신의 인생에서 긍정적인 의미에서건, 부정적인 의미에서건 많은 영향을 준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 헤어지는가가 앞으로 살아갈 날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특히나 가족은 서로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다. 어쩌면 가족이기 때문에 더 쉽게 화내고 상처 주고, 미워하다가도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못을 사과하지도 않고 넘어간다. 내 편이기 때문에 내가 무슨 일을 하건, 무슨 행동을 하건 다 받아 주고 이해해 줄거라고 믿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서로 무수한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속으로 원망과 오해와 미움이 가득한데도 겉으로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내는 경우도 허다해 진다. 그러다가 족 중 누군가가 죽게 되면 마음 속에는 온갖 원망과 후회와 자책감과 그리움이 밀려 들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예전에 오빠가 권해 준 책 가운데, [호노포노포노의 비밀]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을 읽다보면 가장 많이 반복되는 이야기가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이 네 구절이었다. 인터넷에서 [I'm sorry, forgive me, thank you, I love you!] 이렇게 네 구절이 계속 반복되는 호노포노포노의 노래를 듣고 왜 그런지 가슴이 짠해지면서 눈물이 막 났던 기억이 났다.   

이 책에서 계속 말하고 있는 주제도 결국 같은 것이었다. 죽어가는 불쌍한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을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 동안의 사랑을 표현하고, 지나간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하고 감사하면서 살아가라는 이야기이다. 죽어가고 있을 때가 아니라, 어쩌면 건강하게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랑을 표현하고 감사하고 용서하고 사과할 가장 최적의 시간대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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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서울, 북촌에서 -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지음, 하지권 사진 / 민음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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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에서 그나마 옛 정취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북촌을 떠올린다. 한옥과 굽이 굽이 골목길이 아직은 남아 있는 곳, 그래서 왠지 하염없이 골목을 배회해도 좋을 것 같은 곳, 꼭 잃어버린 고향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 북촌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느새 우리 삶의 터전이라기보다는 어쩌다 한 번 마음먹고 찾아가야 하는 곳 같은 느낌을 주는 그곳 북촌을 수없이 답사하고, 그 북촌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 곳에 흔적을 남겼던 사람들의 인생을 더듬어 보는 책이 나왔다.  

사람은 저마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 있다. 그게 나에게는 골목길의 기억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난 일부러 골목을 빙빙 돌아 집으로 가곤 했다. 사람 한 두명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만한 길 옆의  어떤 집은 낮은 슬레이트 담벼락에 쌓여져 있었고 어떤 집은 그냥 싸리 나무 울타리나 옥수수 같은 것으로 울타리를 삼아 집 안이 훤히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굽이 굽이 돌아가는 미로와 같은 그곳을 호기심 잔뜩 안고 걸었던 게 생각이 난다.  끝이 보이지 않아서, 막다른 길인줄 알았는데, 옆으로 난 또 다른 길을 만나기도 하고, 또 어디론가 연결되었을 거라 믿고 가다 보니 막혀 있어서 돌아나오기도 하고, 닫겨진 철문 뒤에 뭐가 있나 생각하기도 전에 개 짓는 소리에 지례 겁먹고 도망쳐 나오기도 하고..  낯선 골목을 배회하는 건 내가 그 당시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이었다.  

이젠 시골에 가도 그런 골목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시골은 집이 드문드문 있어서 골목이라고 할 만한 게 없고, 집이 모여 있는 곳에는 어디나 차가 들어갈 수 있는 소방도로가 뚫려 있다. 그래서 고향에 내려가도 어린 시절 나를 설레게 했던, 모퉁이를 돌아서면 어떤 집이 나올까,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하는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길을 만나지 못한다.  

오히려 그런 길을 제작년엔가, 난 삼청동 어디 쯤에서 만났다. 우연하게 직장 동료들과 인사동을 걷다가 처음 가본 곳 삼청동!! 서울에 이런 곳이 있어 하는 놀라움을 불러 일으켰다. 어떤 풍경이 아니라, 길 자체 때문에 계속 걷고 싶다는 느낌을 정말 오래간만에 만났다. 굽이 굽이 돌아가는 길 사이 사이에 만나는 신기한 가게들.. 신기한 박물관들.. 화랑들.. 물론 어김없이 음식점들이 꽉 들어찬 곳들도 많았지만, 오밀 조밀 무언가가 꽉 들어차 있는 제대로된 골목을 만난 느낌 이었다.  참 반가웠었다.  

그 때 당시 기분으로는 주말마다 삼청동 나들이를 할 것 같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뒤로 한번도 그 곳을 가지 못했다. 바쁘기도 했었고, 또 일부러 용무없이 찾아가기에는 그곳이 낯설고 멀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서울 북촌에서를 처음 펴 보았을  때, 내가 걸었던 그 길들과 그 아기자기한 골목들, 작은 가게들이 떠올랐다. 구석 구석 수많은 곳을 누빈 흔적들, 예쁜 사진들.. 또 그곳에 얽힌 옛 이야기들과 사연들.. 재미있었다. 어느 햇볕이 좋은 오후에 책 한권 들고 저자가 소개해준대로 삼청동이며, 평창동, 성북동, 서울 성곽을 따라 걸어보고 싶다. 특별히 예술 이라고 할 것 없이 삶 자체가 격조 높고 아름다웠던 조선 조 선비 문화의 자취를  쫓아가고 싶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서울 북촌도 변해가고 있다. 옛 사람들의 흔적은 점점 묻히고 자본주의 상업 문화가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한적하게 걷던 길은 없어지고 터널이 뚦리고 나름대로 정겹던 건물들은 철거되어 빌라촌으로 바뀌어가고 위엄있던 저택들은 죄다 쪼개져서 일부는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 되고 일부는 상업 시설로 바뀌고 찻집이 되어 버리고.. 

서울에서 그나마 가장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곳, 북촌도 자본주의의 무시무시한 변화의 손길을 피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옛날 선조들은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을 간데 없다고 아쉬워했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 체제 하에서는 산천 조차도 그대로일 수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개발이나 건설이니 하면서 아파트나 도로 골프장, 리조트 등으로 바뀌어 버린다.  

잃어버리기 전에 아끼고 보살펴야 하는데, 뒤늦게 잃어버리고 나서야 후회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책이 반갑다.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취재,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하는 진솔한 일상, 그리고 사진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북촌은 조금씩 달라져갈 테고.. 언젠가 우리가 조선 시대의 풍물을 이야기해주는 글을 신기한 마음으로 접하듯, 우리 후손들이 이 책을 접하게 될 거란 생각을 해 본다.  그 후손들은 우리 세대에 대해 무엇이라고 평가할 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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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박치기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인생은 박치기다 - 재일 한국인 영화 제작자 이봉우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책!
이봉우 지음, 임경화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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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종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나 평전이 출판된다. 기회가 닿는 대로 그런 사람들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얼핏 보면 나와 다를 것이 없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써 낼만큼(? 아니, 쓴 책을 출판해 줄 만큼 ?) 성공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고, 기왕지사 실패해서 인생의 나락에 떨어진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것보다야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게 기분에도 낫다.  예전에 텔레비젼에서 [성공시대]라는 다큐 프로를 해 준 적이 있었다.  

우리 사회의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첫 시작과 첫 실패, 좌절, 그리고 계속된 도전과 결국 값지게 얻어낸 성공을 드라마처럼 재연해서 보여주고, 사이 사이에 인터뷰도 넣고 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몇몇 편은 참 감동적으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한계라고 느끼고 주저 앉게 되는 타이밍에서 그들은 한발짝 더 나간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백척 간두에서 한 걸음 더!!"이다. 원래 불가의 수행자들이 화두를 잡고 용맹정진할 때, 쓰는 말이다. 까마득한 절벽 꼭대기에서 한 걸음 더 내 딛는 마음 자세, 죽음도 불사하고 한 걸음 더 내딛는 순간에 비로소 정각의 순간이 다가온다고들 한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라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모두 안된다고 하는데, 그리고 객관적으로도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인 듯한데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감동과 존경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첫 장을 펴면서 마찬가지로 이 책도 우리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읽어나가면서부터 무언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정서라고 해야 되나?? 저자가 몸 담고 있는 현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인(? 조총련 계??)이란 처지 자체가 낯선 세계였다.  

막연하게 나는 한국 사람은 어디에 가서 살든 당연히 한국인으로서의 정서와 전통을 유지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포들이 한국말이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거나, 군대 문제 때문에 쉽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인임을 선언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이 썩었다거나, 부모의 교육부터 잘못 되었다라고 비난하기 일쑤였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배척받기 쉬운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일본처럼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나라(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처럼, 일본 사람들이 양심이란 게 있어서 우리 민족에게 지난 세기 동안 저지른 일을 생각한다면 무릎꿇고 빌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히려 그들은 일본 내 조선인들을 경멸하고 차별하고 있는 모양이다.)에서 끝까지 한국 사람으로 남아 살아내기란 쉽지 않았을 테고, 더군다나 일본 주류 사회에 편입해 성공한 영화인이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그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 영화에 대한 열정!, 수많은 시행착오, 비슷한 고민과 상황을 공유하는 재일 교포들과의 유대 등등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할 수는 있었지만, 제대로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책 자체에서 그의 삶의 이력 이야기보다는 주로 자신이 제작한 영화 [박치기]와 기타 자신이 수입한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독자의 공감을 사기 쉬운 이야기, 박해 받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야기 보다는 저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 재일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정체성에 대해,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로서, 혹은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영화를 수입해서 대중에게 소개시켜주는 영화 수입업자로서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가 제작한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보았더라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많이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다음 기회라도 이봉우라는 인물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보아야겠다. 공감이라는 것도 앎을 전제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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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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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고 남과 다른 방식으로 살면서도 후회하지 않는 것, 그 속에서 자신이 꿈꾸던 진짜 자신을 만나는 것, 진짜 행복을 만나는 것!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다 원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 연연하기에,  선뜻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튀지 않게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만 살아가려고 한다.  

책은 저자는 그런 면에서 좀 다른 사람이다. 고아였지만, 자신의 인생을 참 열심히 살아오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는 삶을 선택했던 여자.. 그래서 홀홀 단신으로 그 옛날에 독일 유학까지 가서 건축 관련 분야의 박사 학위까지 딴 여자. 그 과정에서 하우스 메이트 였던 독일 남자를 만나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멋지게 살고 있는 여자. 돈 많이 버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 지구 환경을 위해 차 대신 자전거를 선택한 여자, 사회에 대한 개인의 책임, 특히 배운 사람들의 책임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여자. 자신의 아들, 딸을 사랑하지만, 그들을 개별적 한 인간으로 존중할 줄 아는 여자, 한마디로 멋진 여자!! 부러운 여자!!  

영어 속담에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란 말이 있다. 그런데, 용감한 사람은 미인만 얻는 게 아닌 것 같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대해 용감한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일에 대해 용감한 사람들만이 어쩌면 진짜 인생을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평생 지켜가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와 저자의 남편은 그런 면에서 약간 별종에 속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배운 사람들(부부 모두 박사란다!!)이기에 우리 사회가 그토록 원하는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애초부터 사다리 자체를 거부한 사람들이고, 보다는 가족과의 함께하는 시간을 선택했고, 직장에서의 출세나 돈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걸 선택한 현명한 사람들이다.   

물을 아끼기 위해 욕조에 물 받는 것도 꺼리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뜨거운 고무팩을 안고 잠을 자며,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커다란 집 대신 가족과 함께 알콩달콩 살 수 있는 작은 집을 선택한 이야기, 겨울에 샌들 신고 다니고, 수업 빼먹고 아르바이트하면서도 대학을 잘 다니고 있는 아들, 이집 식구들 같지 않게 멋쟁이인 딸 이야기,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노력한 일화들.. 등등 어떻게 보면 소소한 일상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삶과 원칙에 충실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독일인과 결혼에서 독일에서 수십년을 살고도 여전히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인 저자가 독일의 철저한 나치에 대한 반성과 역사 청산 노력을 언급하면서 그와는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는 일본에 대해 가하는 비판이라든가, 부모의 경제력과 교육 정도에 따라 자녀의 교육 정도가 결정되어지는 현 독일 시스템의 한계(이건 우리 나라도 언제부터인가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공부는 자신의 노력보다 부모의 재산과 정보의 힘이 더 중요하다란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에 대한 비판, 통독이후 2등 시민으로 전락해 버린 동독 사람들의 잠재된 불만이 다시 신나치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 인간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집단 광기와 집단 이성 마비에 휩쓸러 버릴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 지성인으로서의 사회에 대한 책임 문제!! 등등가볍게 읽고 그냥 넘기기엔 버거운 이야기들도 많이 실려 있었음에도.. 읽는 내내 편안했다.  

아마도 그런 무거운 주제들을 무겁게 다루는 게 아니라, 삶에서 부딪치는 이웃의 이야기로, 자신의 이야기로 다루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암튼 책을 다 덮고 나서 내가 느끼는 느낌은 "참 멋진 여자구나. 멋진 사람이구나. 그러니까 자신과 똑같이 닮은 사람을 만나 자신의 소중한 삶을 알알이 가치있게 만들어가고 있구나!"였다.  

사람은 모두 유일무이한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각기 다 나름대로 소중한데, 우리는 남들에게 내가 소중하게 대접받기를 원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또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진짜 자신이 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이미지에 일희일비하는 경우도 많다. 타인의 우호적 시선 내지는 존중을 갈망하기에 돈이나 지위에 집착하게 되고 평판에 신경을 쓰게 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대다수가 갈망하는 삶을 자신도 살려고 허덕거리다가 결국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회의에 빠지거나,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메말라 간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는 사람만이 타인에게서도 같은 존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걸 저자를 통해 다시 한번 배웠다.   

책에 나온 이야기중.. 저자가 자신의 딸에게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한 두번 실수로 망쳐지는 인생은 없어!" 나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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