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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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가 열렸던 게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때, 우리 국민들은 36개월 이상의,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 있을 수도 있는 소내장의 수입까지를 포함한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결과에 반발해서 하나 둘 씩 서울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왔었다. 그 과정에서 현 정권과 국민들은 정면으로 충돌했었고 그 뒤4대강 문제, 세종시 문제, 천안함 사태 등등 숱한 문제들에 있어서 대립과 소통 부재가 계속 되고 있다.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서점에서 이 책의 제목을 본 것이..  광우병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심해져 있을 때라, 광우병에 대한 책이나, 쇠고기를 먹는것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던 시절이라, 이 책 역시도 출판사가 이번 기회에 한 몫 보자는 식으로 펴낸 책이라고 생각해서 아예 읽지 않았었다.

그런데 책의 저자가 제레미 리프킨이란다!! [소유의 종말]과 [엔트로피]를 쓴 사람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누가 무엇을 소유하는가보다 누가 무엇에 접속할 권한을 가졌는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유의 종말]은 현대 사회에 대한 꽤 예리한 통찰을 담고 있고 있었다. 또 엔트로피란 책을 통해서.. 과학 발전에 따라 더 효율적인 에너지를 사용해 온 것이 아니라, 더이상 손쉽게 에너지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수고와 노력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을 찾게 됨을 설명한 내용에서는 내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내용이라 꽤 흥미로웠었다.  이 책에서는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까? 순전히 저자에 대한 믿음 때문에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앞부분에서 부터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아주 명확하게 드러난다. 육식, 특히 쇠고기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사회는 옳지 않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소득이 증가한 사람들은 너도 나도 쇠고기 소비를 즐긴다. 그 수요에 맞추기 위해(? 어쩌면 이 말은 거짓인지도 모르겠다. 이윤 추구를 위한 대량 생산과 수요 유발이 더 먼저일 수도 있으니까) 대량으로 축산 단지를 운영하고,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정육 가공 공장에서 포장을 한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는 인간이 먹을 곡물을 생산하던 곳에서 이제는 소를 위한 사료작물을 재배한다. 세계 인구 중 10억 이상이 굶주리고 있는 이 지구에서, 오히려 인간들이 식용으로 키우는 소들은 배부르게 먹는 (?) 아이러니가 생겨나게 된다. 가난한 농민들이 자신의 땅에서 쫓겨 나고,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의 열대 우림은 나날이 더 훼손된다.  

소들이 먹는 풀들로 가득찬 목초지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황무지나 사막처럼 바뀌어 버린다. 소들이 땅을 밟아 대어서 땅이 지나치게 다져지기 때문에 미생물이 살기 힘들어지고 생물 다양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취약해져서 비바람에도 흙이 쉽게 쓸려가버린다.  갈수록 지구촌 곳곳이 사막화되어 가는 것이 소의 대량 방목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방이 많은 맛 좋은 쇠고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소는 제 몸하나 보다 더 작은 비좁은 축사에서 비인간적인(? 소한테 인간적이란 말은 좀 어폐가 있을까?) 방식으로 곡물과 온갖 잡다한 쓰레기(다른 동물의 폐기물, 시멘트, 등등)를 먹이고,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을 마구 투여하며 살충제를 대량 살포해 가면서 키운다. 도축되는 과정은 더 끔찍하다. 전체 물량의 약 3%만이 검사 대상이고 나머지 소들은 질병 유무와 상관없이 마구 도축되어 쪼개지고 부위별로 소포장 상태로 만들어져 나온다.  그 과정에서 오염물질이나 간이나 조직에 농양 같은 것들도 마구 한데 섞여 버린다. 마치 자동차의 조립 라인처럼 비숙련 저임금의 이민 노동자들이 소를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맞춰 소를 해체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다시 소의 사료로 가공되고, 해체된 소는 부위별로 그럴듯하게 소포장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한때 인간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자 친구였던 소가 생명체가 아니라, 이윤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자본주의의 상품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지구 곳곳이 환경 재난에 신음하고 있고, 가난한 제 3세계의 농민들은 자신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그 반대로 부유한 나라의 국민들은 각종 성인병으로 고통받는다.  또한 쇠고기를 소비할 여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차별, 또 대량으로 쇠를 양육하기 위해 저질러 졌던 버팔로 대학살과 인디언들에 대한 억압.. 등등 수없이 많은 문제를 양산하는 것이 바로 쇠고기 소비와 연관이 있다.  

쇠고기를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이 모든 문제들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쇠고기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 차가운 범죄(절도나 강간, 살인처럼 당장 눈앞에서 저질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는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촌의 배고픈 사람들에게서 먹을 것을 빼앗고, 살아있는 소로부터 생명체의 존엄을 말살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을 소외시키는 종합 범죄행위)라고 성토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경제, 환경, 역사,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서 쇠고기 소비가 우리에게 가져온 문제점들을 낱낱히 파헤치면서 우리에게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쇠고기를 먹고 싶은가?'라고!!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음이 참 무겁다.. 저자의 준열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쇠고기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비싸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우리 땅에서 키운 한우는 괜찮지 않을까?, 어쩌다 한 번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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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3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