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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람이지만, 실제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종종 하지 않아야 할 말과 행동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며, 때때로 치명적인 잘못도 저지른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죽는 경우가 아니라, 이런 저런 사연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되면 숱한 후회와 아쉬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수십년간 호스피스 활동를 해 온 의사가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그 가족을 지켜보면서 써 내려간 담담한 에세이인 이 책은 어쩌면 이렇게 약한 존재인 우리 모두에게 건네지는 따뜻한 위로와 충고의 손길이 아닌가 싶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좀 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환자를 돌보며 그가 느낀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평소에 다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일들일 수 있다. [감사], [용서], [사랑] 등등 늘 우리가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이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책 속에는 수 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친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받은 후 받은 상처가 있는 딸이 죽음을 목전에 둔 아버지와 어렵게 화해하는 이야기, 어머니와 재혼한 새 아버지를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마음으로 아버지로 받아들이게 되는 딸 이야기, 딸을 엄하게, 때로 아주 폭력적으로 키워 온 어머니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딸에게 자신의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를 그런 식으로 대를 물려서 딸에게 폭력적으로 되갚은 것에 대해 사과하며 사실은 자신의 딸을 사랑했고, 자랑스러워 했다고 고백하는 이야기,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무시하고 외면하면서 숱한 상처를 준, 그래서 평생토록 미워하고 저주하던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 인간의 죽음은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며 태연(?)할 수 있었던 아들이 억지로 용서한다는 말을 하고 죽어가는 그와 몇 번의 만남을 가진 후, 극적으로 자기 아버지는 물론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의 아이들을 비로소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된 이야기 등등... 감동적이었다. 가슴에 많이 와 닿았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그러나, 어짜피 사람은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어떻게 이별하느냐에 따라 남아 있는 사람의 삶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가슴에 많이 와 닿는다. 자신의 인생에서 긍정적인 의미에서건, 부정적인 의미에서건 많은 영향을 준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 헤어지는가가 앞으로 살아갈 날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특히나 가족은 서로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다. 어쩌면 가족이기 때문에 더 쉽게 화내고 상처 주고, 미워하다가도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못을 사과하지도 않고 넘어간다. 내 편이기 때문에 내가 무슨 일을 하건, 무슨 행동을 하건 다 받아 주고 이해해 줄거라고 믿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서로 무수한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속으로 원망과 오해와 미움이 가득한데도 겉으로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내는 경우도 허다해 진다. 그러다가 족 중 누군가가 죽게 되면 마음 속에는 온갖 원망과 후회와 자책감과 그리움이 밀려 들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예전에 오빠가 권해 준 책 가운데, [호노포노포노의 비밀]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을 읽다보면 가장 많이 반복되는 이야기가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이 네 구절이었다. 인터넷에서 [I'm sorry, forgive me, thank you, I love you!] 이렇게 네 구절이 계속 반복되는 호노포노포노의 노래를 듣고 왜 그런지 가슴이 짠해지면서 눈물이 막 났던 기억이 났다.
이 책에서 계속 말하고 있는 주제도 결국 같은 것이었다. 죽어가는 불쌍한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을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 동안의 사랑을 표현하고, 지나간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하고 감사하면서 살아가라는 이야기이다. 죽어가고 있을 때가 아니라, 어쩌면 건강하게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랑을 표현하고 감사하고 용서하고 사과할 가장 최적의 시간대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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