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박치기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인생은 박치기다 - 재일 한국인 영화 제작자 이봉우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책!
이봉우 지음, 임경화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종종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나 평전이 출판된다. 기회가 닿는 대로 그런 사람들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얼핏 보면 나와 다를 것이 없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써 낼만큼(? 아니, 쓴 책을 출판해 줄 만큼 ?) 성공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고, 기왕지사 실패해서 인생의 나락에 떨어진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것보다야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게 기분에도 낫다.  예전에 텔레비젼에서 [성공시대]라는 다큐 프로를 해 준 적이 있었다.  

우리 사회의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첫 시작과 첫 실패, 좌절, 그리고 계속된 도전과 결국 값지게 얻어낸 성공을 드라마처럼 재연해서 보여주고, 사이 사이에 인터뷰도 넣고 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몇몇 편은 참 감동적으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한계라고 느끼고 주저 앉게 되는 타이밍에서 그들은 한발짝 더 나간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백척 간두에서 한 걸음 더!!"이다. 원래 불가의 수행자들이 화두를 잡고 용맹정진할 때, 쓰는 말이다. 까마득한 절벽 꼭대기에서 한 걸음 더 내 딛는 마음 자세, 죽음도 불사하고 한 걸음 더 내딛는 순간에 비로소 정각의 순간이 다가온다고들 한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라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모두 안된다고 하는데, 그리고 객관적으로도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인 듯한데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감동과 존경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첫 장을 펴면서 마찬가지로 이 책도 우리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읽어나가면서부터 무언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정서라고 해야 되나?? 저자가 몸 담고 있는 현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인(? 조총련 계??)이란 처지 자체가 낯선 세계였다.  

막연하게 나는 한국 사람은 어디에 가서 살든 당연히 한국인으로서의 정서와 전통을 유지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포들이 한국말이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거나, 군대 문제 때문에 쉽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인임을 선언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이 썩었다거나, 부모의 교육부터 잘못 되었다라고 비난하기 일쑤였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배척받기 쉬운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일본처럼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나라(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처럼, 일본 사람들이 양심이란 게 있어서 우리 민족에게 지난 세기 동안 저지른 일을 생각한다면 무릎꿇고 빌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히려 그들은 일본 내 조선인들을 경멸하고 차별하고 있는 모양이다.)에서 끝까지 한국 사람으로 남아 살아내기란 쉽지 않았을 테고, 더군다나 일본 주류 사회에 편입해 성공한 영화인이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그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 영화에 대한 열정!, 수많은 시행착오, 비슷한 고민과 상황을 공유하는 재일 교포들과의 유대 등등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할 수는 있었지만, 제대로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책 자체에서 그의 삶의 이력 이야기보다는 주로 자신이 제작한 영화 [박치기]와 기타 자신이 수입한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독자의 공감을 사기 쉬운 이야기, 박해 받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야기 보다는 저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 재일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정체성에 대해,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로서, 혹은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영화를 수입해서 대중에게 소개시켜주는 영화 수입업자로서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가 제작한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보았더라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많이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다음 기회라도 이봉우라는 인물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보아야겠다. 공감이라는 것도 앎을 전제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일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