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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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고 남과 다른 방식으로 살면서도 후회하지 않는 것, 그 속에서 자신이 꿈꾸던 진짜 자신을 만나는 것, 진짜 행복을 만나는 것!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다 원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 연연하기에, 선뜻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튀지 않게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만 살아가려고 한다.
책은 저자는 그런 면에서 좀 다른 사람이다. 고아였지만, 자신의 인생을 참 열심히 살아오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는 삶을 선택했던 여자.. 그래서 홀홀 단신으로 그 옛날에 독일 유학까지 가서 건축 관련 분야의 박사 학위까지 딴 여자. 그 과정에서 하우스 메이트 였던 독일 남자를 만나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멋지게 살고 있는 여자. 돈 많이 버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 지구 환경을 위해 차 대신 자전거를 선택한 여자, 사회에 대한 개인의 책임, 특히 배운 사람들의 책임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여자. 자신의 아들, 딸을 사랑하지만, 그들을 개별적 한 인간으로 존중할 줄 아는 여자, 한마디로 멋진 여자!! 부러운 여자!!
영어 속담에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란 말이 있다. 그런데, 용감한 사람은 미인만 얻는 게 아닌 것 같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대해 용감한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일에 대해 용감한 사람들만이 어쩌면 진짜 인생을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평생 지켜가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와 저자의 남편은 그런 면에서 약간 별종에 속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배운 사람들(부부 모두 박사란다!!)이기에 우리 사회가 그토록 원하는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애초부터 사다리 자체를 거부한 사람들이고, 보다는 가족과의 함께하는 시간을 선택했고, 직장에서의 출세나 돈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걸 선택한 현명한 사람들이다.
물을 아끼기 위해 욕조에 물 받는 것도 꺼리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뜨거운 고무팩을 안고 잠을 자며,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커다란 집 대신 가족과 함께 알콩달콩 살 수 있는 작은 집을 선택한 이야기, 겨울에 샌들 신고 다니고, 수업 빼먹고 아르바이트하면서도 대학을 잘 다니고 있는 아들, 이집 식구들 같지 않게 멋쟁이인 딸 이야기,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노력한 일화들.. 등등 어떻게 보면 소소한 일상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삶과 원칙에 충실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독일인과 결혼에서 독일에서 수십년을 살고도 여전히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인 저자가 독일의 철저한 나치에 대한 반성과 역사 청산 노력을 언급하면서 그와는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는 일본에 대해 가하는 비판이라든가, 부모의 경제력과 교육 정도에 따라 자녀의 교육 정도가 결정되어지는 현 독일 시스템의 한계(이건 우리 나라도 언제부터인가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공부는 자신의 노력보다 부모의 재산과 정보의 힘이 더 중요하다란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에 대한 비판, 통독이후 2등 시민으로 전락해 버린 동독 사람들의 잠재된 불만이 다시 신나치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 인간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집단 광기와 집단 이성 마비에 휩쓸러 버릴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 지성인으로서의 사회에 대한 책임 문제!! 등등가볍게 읽고 그냥 넘기기엔 버거운 이야기들도 많이 실려 있었음에도.. 읽는 내내 편안했다.
아마도 그런 무거운 주제들을 무겁게 다루는 게 아니라, 삶에서 부딪치는 이웃의 이야기로, 자신의 이야기로 다루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암튼 책을 다 덮고 나서 내가 느끼는 느낌은 "참 멋진 여자구나. 멋진 사람이구나. 그러니까 자신과 똑같이 닮은 사람을 만나 자신의 소중한 삶을 알알이 가치있게 만들어가고 있구나!"였다.
사람은 모두 유일무이한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각기 다 나름대로 소중한데, 우리는 남들에게 내가 소중하게 대접받기를 원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또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진짜 자신이 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이미지에 일희일비하는 경우도 많다. 타인의 우호적 시선 내지는 존중을 갈망하기에 돈이나 지위에 집착하게 되고 평판에 신경을 쓰게 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대다수가 갈망하는 삶을 자신도 살려고 허덕거리다가 결국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회의에 빠지거나,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메말라 간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는 사람만이 타인에게서도 같은 존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걸 저자를 통해 다시 한번 배웠다.
책에 나온 이야기중.. 저자가 자신의 딸에게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한 두번 실수로 망쳐지는 인생은 없어!" 나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