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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이 책은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불행한 사건들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상처, 일명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트라우마라는 말을 일상생활에서 뜻도 잘 모르면서 사용하고 있다. 이해 안되는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을 보고 "너 무슨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애."라고 쉽게 말하기도 하고, 타인의 약한 면을 보고 그게 그사람의 트라우마라고 선포해 버리기도 한다. 

네이버를 검색해 보았더니, 트라우마란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병, 다른 말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外傷後─障碍,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란다. 한마디로 극심한 고통 뒤에 남은 상처로 삶이 피폐해져가는 증상 정도가 적절한 표현일 듯 싶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진료실에서 일반적인 항우울제 처방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많이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또 과거의 상처와 고통의 기억이 얼마나 남은 인생을 피폐하게 만들수도 있는지, 트라우마를 진짜 치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영화라는 창을 통해 우리에게 설명하고자 한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 중 몇몇은 내가 본 영화들도 있었고, 전혀 보지 못한 영화도 있었다.  

포레스트 검프가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였던가?? 어? 밀양을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도 있네!! 아, 나비효과에서 주인공이 자꾸 기억 상실증을 겪는 이유가 이거였어?? 굿 윌 헌팅은 나두 재미있게 봤던 것 같은데, 다시한번 봐야겠네... 이런 식으로 이미 보았던 영화들도 저자의 설명을 듣고 보니, 완전 새로운 영화처럼 다가온다. 또 미처 보지 못했던 작품들은  꼭 한번 보고 싶은 작품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트라우마다.. 저자의 말처럼 어느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며, 또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누군가는 별 일 아닌 일에 상심하고 누군가는 실직을 한다. 삶의 순간 순간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누구에겐가는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고, 그게 바로 나 일수도 있다. 

트라우마란 정의 그대로 하나의 질병이다. 정신력이 약해 빠져서가 아니라,  극심한 고통의 경험을 하게 되면 생리적으로 그 순간의 기억이 뼈속 깊이, 무의식 깊이 각인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그전과 같은 삶을 사는 게 힘들어 지게 된다고 한다.  고통의 기억이 무한 반복되어 재생된다면 온전한 삶을 사는 건 기적처럼 힘든 일일 것이다.  

갈수록 개별화, 파편화 되어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점점 감각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바쁜 현대 산업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기위해 발버둥 치느라, 자기 자신이 무얼 원하는 지, 무얼 느끼는 지 생각할 사이도 없이 사는데, 하물며 타인에게 눈 돌릴 겨를이 없다. 그러니, 상처 받은 사람 곁에서 말 없이 앉아 있거나, 손을 잡아 주거나, 함께 눈물 흘리는 일은 점점 드물어 지고, 마찬가지로 나의 아픔에 함께 울어줄 사람도 갈수록 적어져간다.  

그러니, 점점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가는 게 아닐까??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공감일 거란 생각을 해 본다. 그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 외면이 아니라, 다그침이 아니라, 잊어버리라는 충고가 아니라, 그저 옆에서 함께 아파해주는 마음!! 그런데 제일 어려운 것도 아마 그것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고통 만큼은 철저하게 개별적이다. ,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도 가끔은 따뜻한 손을 내밀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보듬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