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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비밀 - EBS 다큐프라임, 타인을 움직이는 최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설득의 비밀
EBS 제작팀.김종명 엮음 / 쿠폰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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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 혹은 비슷한 취향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살다보면 오히려 나와 전혀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을 훨씬 더 많이 만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며 살아가는 법, 게다가 그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설득의 비법이란 게 있다면 누구라도 다 배우고 싶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욕구에서 출발한다. 설득의 달인이 되고 싶은 지원자들을 모아서 여러 상황 하에서 대상자를 설득하는 모의 실험을 하고 그 과정을 분석하면서 사람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한단계 한단계 배워가는 과정을 서술했다.  

나는 설득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동화시키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책의 첫머리에서부터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득이란 단순하게 내 논리를 상대방에서 설파해서 그를 내 쪽으로 당겨오는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내가 먼저 한 발 다가가는 일이며, 결국은 서로간의 이해와 공감을 통해 합일점을 찾는 것이란다.  그래서 설득의 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는 7:3 정도로 상대방의 말을 더 많이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주장을 펴기 전에 먼저 진심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부족하게 되면 그 때부터 설득이 아니라, 일방적인 설교나 논쟁으로 끝나게 되는 것 같다.  

아주 예전에 나는 내가 말을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떤 상대든지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꼼짝 못하게 막아버리고 다다다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마구 해 대면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상대방이 더이상 반박을 하지 않은 것일뿐 나와 의견을 같이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거부감(?)만 더한 꼴이었다.   

설득은 논쟁이 아니라, 공감, 혹은 소통이며 어떤  면에서는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가 아니라,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맞다'라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승복하지 않는 논쟁은 무가치한 설교일 뿐인데, 그걸 아는 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또 피한다고 능사가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누군가를 설득해야하는 일 자체를 피하게 되었다. 논쟁하지 않고 상대방을 내 편으로 끌어당겨와야하는 상황 자체가 몹시 부담스럽고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니.. 나 자신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는 보였다. 일단.. 마음가짐부터.. 너무 상대방을 내편으로 당겨오려는 의도만 강했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면이 부족했고 단판 승부를 내려고 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들을 줄을 몰랐던 것이다. 또 사람의 유형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냥 일방적으로 내 스타일대로 밀어붙여 보다 안되면.. 이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아예 제쳐 두고는 했다.  

책 한권을 읽는다고 해서 그런 내 성향이 단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제부터라도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우선 남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또 단 한번에 모든 것을  것을 끝내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다른 협상의 여지.. '최선이 안되는 경우엔 차선!!'이라도 고를 수 있는 준비를 해 두어야겠다.  설득이라는 것도 결국 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 본질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자 소통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진심을 다해 하는 말은 결국 그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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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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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집어 놓은 괴짜들의 심리에 대한 책일까? 아니면 인간 심리에 대한 기상천외한 여러 실험들을 담고 있는 책일까? 암튼 제목부터가 괴짜와 심리학의 만남이니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읽은 책이다.  

몇몇 내용, 예를 들면 스키너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이라든가, 혈액형이나 별점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다른 책들에서 많이 접해 본 내용이었지만, 유령에 대한 심리 실험이라든가, 거짓말을 탐지하는 방법, 혹은 어느 계절에 태어난 사람이 운이 좋을까, 어떤 농담에 사람들이 많이 웃을까 등등.. 참 기발한 심리 실험이 많이 소개되어 있었다.  

심령 체험이나 약간 무언가 존재하는 듯한 신비 체험을 저주파와 연관된 현상으로 설명하는 점은 너무..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것을 합리적,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특정한 장소에 저주파가 흐른다는 자체가.. 어쩌면 신령이 나오기 좋은 조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믿는 것을 보기에... 과학을 신봉하는 사람이 경험하는 것과 신이나 영혼, 혹은 신명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체험하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라디오 채널을 어디에 맞추는가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달라지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 삶 전체도 우리가 믿고자 하는 바, 경험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건데, 그걸 일률적으로 자신이 경험한 것이 맞다고만 주장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실험들은 재미있기도 했지만, 알아두면 좋을 법한 내용도 많이 있었다.   

거짓말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눈 보다는  귀에 의존하는 게 더 좋다거나, 여름에 태어난 사람이 겨울에 태어난 사람보다 운이 더 좋은 이유가 아무래도 더 살기에 좋은 계절에 태어난 사람들이 더 낙관적이기에 인생의 기회를 더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공감이 많이 갔다. 몇년 전부터 자기 계발 서적에 끊임없이 강조되는 긍정적인 감정이 성공한 삶을 불러온다는 이야기와도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이다.   

또 과거에 대한 기억이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재구성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도 재미있었다. 예를 들자면 어린 시절 아빠가 자신을 안고 있는 평범한 사진의 배경을 놀이기구 위나 열기구으로 슬쩍 바꾸어서 보게 하면서 그 때 일을 떠올려보라고 했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지도 않았던 체험을 늘어놓았다. 드러난 증거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 혹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쉽게 과거 기억이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꼭 어떤 악의적인 의도가 있어서 기억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자체가 굉장히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거였다.  

하긴, 사람은 누구가 과거 체험의 총합으로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의 내가 끊임없이 변하는 것처럼.. 과거의 내 체험 역시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구성되어.. 현재 속에 녹아 있을 것이다. 물질의 화학 변화가 그 반대 방향으로의 변화와 같은 속도를 가질 때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화학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적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여지는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그것처럼 우리 현재와 과거의 기억 사이의 상호작용도 혹 그런 평형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암튼.. 뭐 이런 실험을 다 해 보았을까 싶을 정도의 기발한 실험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과 동시에 인간 사고 방식의 유사성(어짜피 다 사람은 거기서 거기다!!)도 같이 발견할 수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나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 소개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유머를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쳐야겠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여교사 아이들에게 분풀이를 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기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일어나볼까!"라고 말했다.  몇초 후 한 아이가 천천히 일어났다. 여교사가 그 아이에게 물었다."네가 바보라고 생각하니?" 

아이가 대답했다. "아니요.... 하지만, 선생님 혼자 서 계시면 창피하실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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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 - 사랑했으므로, 사랑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권문수 지음 / 나무수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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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란 직업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텔레비젼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들은 대개 지적이고 따뜻하게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멋진 사람처럼 보여졌다. 내심으로는 뼈 빠지게 육체를 써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창조적인 일을 하느라 자신의 뇌를 혹사시킬 것도 없고, 다른 의사들처럼 힘든 수술을 해야 하거나,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 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에 시달릴 필요도 없고,  환자나 상담자들의 이야기나 들어주면서 적당히 맞장구만 잘 쳐 주면, 설렁설렁 하면서 돈도 벌고 존경도 받으니, 더할 나위 없는 직업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보니, 타인의 말을 진심을 다해 듣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기에, 이젠 더이상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란 직업이 만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보편적인 애정과 신뢰가 나에게 있는가? 라는 면에서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인 듯 싶고 무엇보다 이제와서 업종 전환을 꿈꾸기에는 내가 너무 나이를 먹어 버렸다.  그래도 늘 타인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더듬는 그들의 직업에 대해 적당한 정도의 호기심과 존경심은 여전히 간직하게 된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바로 그런 사람이 쓴 이야기이다. 정신과 의사는 아닌 것 같고, 테라피스트라니까, 심리 치료사(?), 혹은 상담사(?) 인 듯 싶다. 미국에서 사랑의 상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수많은 환자들을 상담한 사례를 들어서, 어쩌면 모두가 갈망하고 간절히 원하지만, 필연적으로 우리를 아프게 하고 절망케 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하게도 했다가 사라져버리는, 움켜쥐려고 할 수록 더 금새 빠져나가버리는 사랑의 경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번번히 상처 받을 줄 알면서 나쁜 남자에게 끌려 다니는 여자, 혹은 습관처럼 이여자 저여자와 관계를 맺고, 상처를 주면서도 죄의식이 없는 남자, 사랑이 두려운 사람, 혹은 더이상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운 사람, 모든 것에 무감각해진 여자, 외도를 하는 여자와 남자 등등 많은 사람들의 진솔한 고백과 그 고백을 듣고 때론 이해하고 때론 충고하고 때론 함께 안타까와하는 저자의 생각들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의 주제는 한 마디로 사랑이다.. 가수 양희은의 노래처럼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에 한번은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 사랑, 혹은 외사랑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상대에 대한 애타는 갈망, 기대, 초조감, 애착, 그리움, 망상, 원망, 황홀감 등등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 과정에서 현명한 처신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청소년기를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들 하지만, 어쩌면 진짜 질풍노도의 시기는 바로 한 인간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부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는가에 따라 한 사람의 나머지 인생이 좌우된다고 말하면 지나친 걸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그 사랑을 겪는 과정에서 무언가 순탄하지 않았고, 그게 자신의 삶의 앙금으로 남아 다른 모든 부분까지 힘들어져버린 사람들이다. 우리는 쉽게 타인의 삶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옳지 않다거나, 어리석은 일이라거나, 무모한 일이라거나 지금은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다 편안해질거라거나, 여러 가지 말로 충고하거나 판단을 내려 버린다. 그런데, 과연 그런 판단이나 충고를 할 만큼 우리 자신은 사랑에 대해, 삶에 대해 자신만만한가??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내가 감탄한 부분은 저자의 태도였다. 상담자들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뭐, 이건 직업 상담사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소양이니까,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이 아니라, 판단을 배제하려는 마음, 선입관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 보려는 마음,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그들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해 주려는 그의 태도였다.   

사실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에게 무엇이 옳다거나 이게 더 나은 방식이라고 가르치는 것보다는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들어주면서 그들이 자신 속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해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참 그게 어렵다는 걸 종종 느낀다.  

얼마전에 오래 동안 아끼던 동생이 술을 왕창 먹고 와서 한참 울다 간 적이 있었다. 서른을 훌쩍 넘은 뒤에 찾아온 첫 사랑의 아픔 때문에 마음을 추스리지 못한 탓이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남자의 지극한 구애에 넘어갔다가, 뒤늦게 남자가 전 애인과 여전히 만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숱하게 싸우고 상처주고 결국 이별하고 등등.. 누구나 주변에서 한 두번을 들어보았을 법한 사랑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안타깝기도 했고, 동생이 바보 같다는 생각도 했다. 어짜피 이루어지기 힘들 상대였음에도 그 상대가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았다며 자책하며 아파하는 후배와 함께 아파해주기보다는 나는 그 정도 남자 때문에 왜 네가 힘들어야 되냐고, 바보 같이 굴지 말고 정신차리라고  다그쳤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어쩌면 그 동생이 부러웠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새 책에 나온 첫 번째 여자처럼 모든 것에 무감각해져버려서 어느 누구에게도 아무런 감정을 품지 않게 된 나 보다는 그 후배가 훨씬 더 아름답게, 더 여자 같이 느껴졌었다. 책에 나온 사람들처럼 무슨 특별한 상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울하거나 슬프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신나지도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저자가 어떤 말을 해 줄지 문득 궁금해진다. 제목에서 두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이라고 했는데, 꼭 나 같다. 그런데, 단 한번의 사랑이라도 나는 제대로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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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 속 우리 얼굴>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 두려움과 설레임 사이에서 길을 찾다
가야마 리카 지음, 이윤정 옮김 / 예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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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말하면 지나친 걸까? 흔히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니까 기왕 후회할거면 결혼 해 보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이 먹도록 결혼하지 않는 사람, 혹은 못하는 사람은 무언가 개인적으로 결함이 있기 때문일거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런 시선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어디건 존재하기 마련이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언제나 결혼은 남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신라나, 고려 이런 때는 남녀의 자유 연애도 상당히 존중되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혼이란 남자와 여자의 결합 뿐만 아니라, 한 가문과 한 가문의 결합이라는 의미가 더 강했다.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끼리 만나 살면서 자식을 낳아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의미가 더 강했지, 당사자간에 서로 사랑한다거나, 서로 영혼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는 서양 문물이 도입되면서 서서히 가문의 이해관계보다는 자신의 감정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는 아주 당연하게 결혼이란 서로 사랑하는 두 남녀간에 이루어지는 일이란 생각이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이 가문의 일원으로써 당연히 이행해야 할 의무였다면 지금의 결혼은 개개인의 권리이자 선택의 문제가 된 것이다. 아마 그때부터 결혼하지 않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간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만 해도 점점  골드 미스니, 골드 미스터니 하면서 늦도록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만큼 그들의 정신적인 문제, 혹은 결혼하지 않는 사회 경제적 분위기를 성토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일본인 정신과 의사 가야마 리카는 자신의 문제, 부모의 문제, 국가 정책의 문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결혼을 왜 하는가, 혹은 왜 결혼을 하지 않는가, 결혼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어떠한가 등등을 탐색한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사회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보는 여러가지 불편한 시각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성격이 마귀할멈 같다거나 다음 세대를 재생산해서 사회나 국가에 기여하기보다는 이기적인 욕심과 취미에만 휘둘리는 사람이라거나, 결혼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존재, 내지는 열등한 존재처럼 취급되거나 한다. 또 언제부터인가 가족과 친지의 우환 덩이, 혹은 가문의 수치처럼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  나만 해도 우리 부모님의 골칫덩이 딸로 전락한지가 오래 되었다. 때론 그런 취급이 서글퍼서 이제라도 후딱 결혼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하지만, 결정적으로 책에서 말한 것처럼 결혼을 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오늘 모처럼 가을 바람을 맞으면서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걔중에는 연인끼리 산책을 나온 이들도 있었고, 가족 끼리 나들이를 나온 경우도 많았다. 아장 아장 걷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가족이 행복한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역시 사람은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밤에 길 한 복판에서 서로 악다구니를 해 대면서 싸워대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악연이다, 차라리 서로 안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도 하고, 가족이지만 서로 소 닭보듯, 멀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족도 결국은 남이란 생각도 들고, 그럴거면 애초에 결혼도 하지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람에게는 살면서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프로스트이 시 [가지 않은 길]처럼 어느 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내가 가지 못하는 길이 생기기 마련이다. 길이 어딘가에 이어져서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암튼, 최선은  내가 선택한 길이 앞으로 가팔라지거나 끊어져 있으면 어떻하지 하고 걱정하거나,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이 훨씬 더 나을 거라며 후회하기 보다는 내가 현재 걷고 있는 길을 잘 걷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유독 결혼이라는 갈림길 앞에서는  그런 당연한 이야기가 통하지않는 것 같다. 미리부터 겁을 집어 먹고 가야할 길 앞에서 주저하거나 뒤돌아 가는 사람.. 혹은 가지 않을 길을 두고 후회하는 사람, 자신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사람.. 자신이 가보지 않을 길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 등등..  그리고 그런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어느 이야기를 들어야 할 지 헤매는 사람까지!!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 수도, 대신 책임져 줄 수도 없기에 결국 숱한 이야기들은 다 부질 없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방식으로 사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 결혼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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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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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어떤 책은  저자가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어떤 의도를 갖고 그렇게 표현한 건지 잘 파악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반면, 또 어떤 저자의 글은 힘들이지 않아도 금새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공감이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책 자체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 무게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저자의 필력에 따라 책 읽기의 난이도가 좌우되곤 한다.(또 외국 작가의 경우에는 번역도 한 몫을 하지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쉽게 읽히는 작가가 반드시 훌륭하고 어렵게 읽히는 작가가 재능이 부족하다거나, 혹은 그 반대라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생각의 흔적을 쉽게 더듬을 수 있는 작가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알랭 드 보통은 내게 선호할만한 작가이다.  

그의 다른 책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으면서,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유, 그 지극히 개인적인 선망과 취향에 대해, 마음의 수없는 흔들림과 욕구와 이기심과 집착에 대해 그럴 듯하게 설명해 놓아서.. (물론 누군가를 사랑할 때 주인공처럼 쓸데 없이 너무 생각만 많으면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참 재미있고 기발하다고 느꼈었다. 다 읽은 다음 책 뒷편에서 그 책을 썼을 때 저자의 나이가 20대 중반에 불과했다는 걸 알고 약간의 질투와 부러움과 수치심(그보다 거의 십여년을 넘게 더 산 내가 그의 철학적 사유에 감탄한다는 게 좀 한심스럽게 느껴졌었다)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래서 난 약간의 설렘과 기대감 같은 것을 가지고 이번에 산 책 [불안]을 읽어나갔다. 솔직히 어떤 저자에 대한 기대 때문에 책을 다시 사게 되는 건, 특히 문학과 관련된 분야의 책을 사게 되는 건 밀란 쿤데라 이후로 참 오래간만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 책을 문학작품이라고 분류하긴 좀 힘들 듯 하다.  오히려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글에 가깝다.  

 인간은 누구나 높은 지위를 갈망한다. 왜 그럴까?  

사랑이란  일종의 존중이라고. 특히 한 사람이 다른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정의해 볼 때,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더 받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우리가 높은 지위에 목을 매는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나쁜 모습을 끊임없이 인식하는 과정이다. 저자의 말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 조차도 늘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번 뒤바뀔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나 자신을 내가 어떻게 평가하고 인식하는가가 좌우되기에, 늘 타인의 반응과 평가에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럼 특히 현대인은 왜 불안한가?  

과거 사람들의 지위는 대개 타고난 신분에 의해 결정되어 졌다. 그러므로,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고귀한 대로, 또 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천한 대로 각자 주어진 환경과 여건에 맞게 생활했으므로, 특별히 불안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즉, 나의 위치란 나 자신과 무관하게 출생과 더불어 주워지는 것이기에, 그것에 대해 내가 책임질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가 정착됨에 따라, 언제부터인가 성공 신화가 만들어 졌다. 개인의 노력과 재능 여하에 따라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가 만들어 진 것이다. 과거에는 한정된 곳에서 한정된 일을 하면서 늘 보던 사람만을 접하면서 살았기에, 특별히 성공이니, 실패니 하는 것에 연연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 접어 들면서 누군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특출난 성공을 한다. 그 특출난 성공이 바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열등감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저 사람은 저렇게 성공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어느 사이엔가 성공과 실패의 근원이 과거처럼 타고난 신분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 탓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모든 사람이 갈망하는 성공과 높은 지위는 한정되어 있고, 당연히 그것은 소수의 몫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노력만 하면, 그걸 얻을 수 있다는 사탕발림이 계속되고 있고, 높은 지위에 이미 오른 사람은 오른대로, 치고 올라오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언제나 자신의 지위를 잃어버릴 수 있기에, 또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은 존중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걱정 때문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현대 사회는 물질은 풍요로워 졌는지 몰라도, 내면적으로는 참 불행한 세대란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와 똑같이 불안하고 나와 똑같이 사랑받기를 갈망하는 내 옆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마음이 필요한데, 그렇게 마음을 활짝 열려니, 늘 거절당하거나 상처 받는 게 아직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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