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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지방 의회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어느 날..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특정 연령 이상은 나라를 위해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
이미 수년 전에 모 정치인이 야심차게 비슷한 주장을 했다가 (그 상한선이 65세였는지.. 70세였는지는 이미 기억나지 않는다) 그 말 때문에.. 노년 유권자들에게 완전히 미운 털이 박혀서.. 결국 선거에서도 대패했고,
본인의 정치 인생도.. 그 뒤로 주욱 내리막을 걷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야권이었던 그는.. 주로 여권 지지층인 노년층의 지나치게 높은 투표율이 자신의 표를 갉아먹는다고 생각했었겠지만,
뿌리 깊게.. 노인에 대한 공경 문화.. (속 마음이야 어떻든 간에.. 겉으로는.. 노인을 살아온 세월만큼의 연륜과 지혜를 지닌 존재로 존중하는 문화)가 여전한 우리 사회에서..
드러내 놓고, 노인을 무시하는 듯한 그의 발언이 분노를 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내 지인은 표를 의식해야 하는 사람도.. 특정 정당의 지지자도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인 그에게.. 왜 그런 생각을 하는 지 물었었다.
그의 답은 지극히 간단했다.
선거에서 뽑힌 사람이 만드는 미래는 노년층 보다는 중장년층과, 청소년층, 그리고.. 아동층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니..
노년층의 표는 청소년층에게 양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였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았으나,
청소년의 미래가.. 그들 자신의 손이 아니라, 기성 세대.. 우리나.. 우리 윗 세대에 의해 너무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이 공감했었다.
그리고
88세 대대니.. 버림 받은 세대니 하는 말들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청년 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삶이.. 더이상..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아니, 전 세계적으로.. 왜 더이상 젊은 이들에게 희망이 거의 없는 지에 대해..
[세대 전쟁]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고령화 사회.. 성장이 멈춘 사회에서.. 기성 세대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청년 세대를 착취하는 구조가 전세계적으로 만연해 있단 얘기다.
그 실례의 하나만 들자면..
국민 연금이나, 기초 노령 연금 같은 것도..
본인이 기여한 것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받는 구조로 되어 있고, 고령화 사회가 심화됨에 따라, 지급해야 할 연금액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 세대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노년층은 적게 내도 많이 돌려 받을 수 있지만, 청년층들은 많이 부담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거의 없게 된다..
어찌 보면... 더 없는 사람의 돈을 걷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에게 베풀어주는 것과 같은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노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은 점점 강화하면서..
정작 앞으로 우리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층이나.. 그 아래 세대에 대한 투자에는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노년층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유권자 집단이자, 우리 사회의 중요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온갖 선심성 공약이 남발된다.
그 혜택은 주로.. 기성 세대가 받지만, 그 댓가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로 전가된다.
각종 남발한 선심성 공약이나 복지 비용이 그대로 나라의 빚으로 남아.. 미래 세대의 삶을 저당잡게 된다.
갈수록 노년층에 대한 복지 비용이 늘어나는데 비해, 미래 세대라 할 수 있는 영유아, 아동, 청소년, 청년층에 대한 복지는 제자리이거나, 뒷걸음질 친다.
그러나, 그런 사회는 결코.. 지속 가능한 사회가 아니다.
이태백이라는 말처럼.. 20대의 태반이 비 정규직을 전전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청년들의 미래가 암울한 나라에서... 기성 세대들이 언제까지.. 홀로 안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늘어가는 노년층을 부양해야 할 청년층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청년층의 일자리마저 부실해져가는 현 상황 때문에..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세대간 불신과 격차로 인한 혼란이..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경제 기자로서의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이미 이러한 세대간의 불화와 불신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여러 나라들의 예를 통해..
지금
세대간 불균형의 문제를 바로 잡지 않으면..
더이상 우리 나라에 밝은 미래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여러 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밝힌다.
미래 세대에 대한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그것이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투자이자, 성장 동력임을 저자는 강변하지만,
그런 저자의 견해에 백번 공감하기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가슴이 답답하다..
지속 가능한 사회..
공존 가능한 사회..
우리의 힘으로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