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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이 샀던 책 중 하나일 것이다.
대학교 다닐 때 이 책을 처음 접한 이후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 선물을 해야 하는 경우.. 거의 주저 없이.. 이 책을 주곤 했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감수성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에..
모두가 이 책을 나처럼 좋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 속 무언가가 내 마음을 두드렸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선물했던 사람은.. 초등학생이던.
정말.. 책이라고 하면.. 머리부터 아프다고 도망가던.. 내 조카였다.
이 책이랑..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박사가 사랑한 수식] 등등을 선물했었는데..
역시나.. 조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책을 받았고..
이 책은 다른 책들과 함께
조카의 책꽂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그대로.. 박제처럼.. 늙어가고 있다.
그 뒤로..
책을 더 이상 조카에게 선물하지 않게 되었다.
선물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조카를 통해.. 배운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이 책을 사랑한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아마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해 줄 것이다.
이 책은 체로키 인디언 혈통을 지닌 저자가.. 자신의 할아버지와, 자신의 증조 할머니, 그리고 자신에게 세익스피를 읽어주던 어머니를 모델로 해서 써내려간 자전적인 소설이다.
다섯 살짜리 소년이 1년 안에 연달아.. 부모를 잃게 되자,
체로키 인디언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면서 살아가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소년을 거두게 된다.
소년의 이름은 작은 나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가진 것이라고는 산 속 오두막과.. 조그마한 옥수수 밭.. 그리고.. 위스키 제조에 쓰이는 증류기뿐인 가난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작은 나무를... 자신의 삶 속으로 받아 들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작은 나무를 깊이 이해했고 사랑했다.
영혼을 가진 한 존재로서.. 작은 나무를 존중해 주었고, 배려해 주었다.
할아버지는 글이라고는 단어 하나도 읽지 못했고, 법으로 금지하는 위스키 밀주를 통해서만. 겨우 생필품을 구할 수 있을 만큼 가난했지만, (책의 배경이 되는 시기가...대공황 무렵이다), 누구보다도 지혜롭고, 크고 강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고,
할머니 역시도.. 마찬가지로 크고 강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체로키 인디언들이 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지.. 그리고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눈과 어떤 마음으로 생을 살아가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었다.
백인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백인들이 정해준 정착지로.. 이주해간 체로키 인디언들의 삶과 역사에 대해..
모든 것을 다 빼앗겨도.. 결코 자신들의 영혼을 잃어버리지 않았던 자긍심 놓은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작은 나무는 성장한다.
자연 속에서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는 이치..
사냥할 때도 제일 좋은 것이 아니라, 작고 느린 것들을 골라 사냥함으로써.. 자연을 더 강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오랫동안 공존하는 이치..
어떤 것을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는 것..
사람들이 갖고 있는 두 개의 마음 이야기..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과는 다른 다른 사람들과 사물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한 영혼의 마음 이야기..
이 영혼의 마음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할 수록 더 커지고 더 풍성해져서.. 사람의 몸이 죽더라도.. 결코 흩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대지의 어머니, 모노라를 느끼고, 자연 속의 모든 것을 형제 자매로 가지는 삶..
등등....
말로는 쉽지만.. 실제의 삶에서 체득하기는 어려운 것들을..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하며.. 배우고 느끼고 성장한다.
이 책의 원 제목은 [The Education of Little Tree]다.
그런데.. 한국어 제목이 책의 정서와 더 잘 맞는 것 같다.
책의 제목처럼..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 같고..
덜 가지고.. 더 많이 이해고 사랑하려는 인디언의 삶의 지혜를 나도 조금은 배우게 된다.
먹고 사는데.. 찌들어.. 사는 것이 너무 팍팍할 때.. 도대체 나는 무얼 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나는 가끔.. 이 꼬마.. 작은 나무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