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즐거움>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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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동안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젊어지기 위해 숱한 화장품을 바르고, 별별 음식을 다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옷을 차려 입고 심지어 얼굴과 몸에 칼을 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나이보다 좀 더 들어보이는 얼굴은 개개인에게는 지금 거의 저주처럼 다가오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 저자는 노인 예찬을 한다!
내 기억 속 가장 아름다운 할머니의 모습은 머리 숱이 별로 남지 않은 흰 머리를 풀어내려, 자주색 비단끈 같은 거랑 같이 곱게 따아 내린 후 예쁘게 쪽을 만들고 낡고 투박한 은비녀를 꼽으시던 그 손놀림이다. 아련한 그리움으로, 너무 오래전 일이라, 사실 할머니 얼굴 조차도 가물가물 생각나지 않는데도, 무슨 소중한 의식마냥, 방 안에서 작은 거울 앞에서 참빗을 가져다 놓으시고 꼭 새색시 분칠하듯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머리를 땋으시던 그 풍경이 어슴프레 떠오른다. 아마 그 때의 할머니 연세가 한 일흔 중반 정도 되셨던 것 같다.
그 시절만해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노인에 대한 존경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었다. 어디서든 한 집안의 가장 높으신 어른으로 대접을 받으셨던 같다. 할아버지 말씀은 그자체가 무슨 법처럼 감히 토를 달수 없는 지극히 높은 말씀처럼 받들어졌었고 그래서 어쩌다 할아버지가 사랑방 위 작은 벽장 속에서 어쩌다 꺼내 주시던 과자며 사탕 같은 것에 그렇게 감격했었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에는 노인분들은 대부분 인생의 깊은 지혜를 간직한 존재로 여겨졌었다. (뭐, 이제 그 시절의 할머니만큼이나 나이들어 버린 우리 엄마가 가끔 당신의 시어머니인 할머니에 대해 맺고 끊는 게 분명치 않은 양반이라, 당신이 힘드셨다는 식으로 옛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속으로는 미덥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어쨌든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내 놓고 할머니한테 뭐라고 하시지는 못하셨던 것 같다.)
언제부터 나이 드는 게 무슨 저주마냥, 도망갈 수만 있다면 무슨 수를 쓰던 도망가고 싶은 무거운 짐이 되어 버렸을까?
대가족 제도 하에서 노인이란 인생의 지혜와 신비를 간직한 존재이며, 또 저자의 말처럼,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함을 다시 찾은 존재였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핵가족화 되어 버린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란, 어느 새 일할 능력을 상실한,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인제는 힘도, 열정도, 재능도 다 잃어버리고, 인생의 중심 무대에서 떨려나 한발 한발 죽음으로 다가서는 (?) 존재처럼 취급되기 일수다. 또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대부분 부정적인 것 일색이기에 모든 인간은 불가항력으로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나이를 먹게 됨에도 불구하고, 나이 먹는 것에 대해 적대적, 혹은 방어적으로 되어 버렸다.
그런 우리의 보편적인 통념에 대고 저자는 정말 그런가를 묻는다. 노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많은 축복들, 이를 테면, 인생의 고비 고비를 넘겨오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지혜와, 다른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하고, 하루 하루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음을 말한다. 깊게 패인 주름과 쪼그라들어 버린 육체 안에서 비로소 성숙되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말하고 지는 노을처럼 아름다운 노인의 마음씀을 이야기한다.
이건 청춘 예찬이 아니라, 노년 예찬이다!! 브라보!!
사고방식이 경직되어 무엇 하나 새롭게 도전하지 못하고, 그저 남의 눈에 비쳐지는 내 모습에만 신경 쓰느라 소신 있게 살지 못하고 한 술 더 떠 하루 하루 먹고 사는 데에만 급급한 내 모습이 더 노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 안주하고 더이상 노력없이 변화 없이 머물려고 하는 그 순간부터가 어쩌면 진짜 늙기 시작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자연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고, 정신과 인품이 완숙해지는 걸 느끼며, 꽃보다 푸른 노년을 노래하는, 하루 하루 최절정의 아름다운 인생을 즐기고 있는 저자는 결코 노인이 아니다. 우리보다 더 푸른 청춘이다!!
저자와 같이 은퇴 이후에 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롭고 용감한 노장 어르신들께 당신들의 그 힘찬 용기를 닮고 싶다는 말씀을 올리고 싶다. 또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살고 계신 우리 부모님께 이 책을 한권 보내드리고 싶다! 그런데, 이 활자를 읽으실 수 있으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