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살인자 밀리언셀러 클럽 109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구세희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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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한적한 마을 한위안에 부임한 디 공의 새로운 사건을 다룬다. 한위안은 수도에서 북서쪽으로 300리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마을이다. 수도와 가깝다는 것은 많은 이점이 있지만 잘못될 경우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지리적 배경과 호수 위 꽃배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각각 다른 사건들이 하나씩 꼬여간다. <황금 살인자>에서 만난 디 공과 그의 수하들의 등장과 활약은 반갑고 새로운 수하의 등장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한 고위 관료의 회상으로 이야기는 문을 여는데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 시대도 명이라 칭하고, 그의 지위나 정체뿐만 아니라 호숫가 사건도 혼란스럽다. 하지만 디 공으로 이야기가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고을에 부임했지만 조용하고 고요한 마을 속에서 그 어떤 이상한 낌새도 발견하지 못한 그가 마을 지주 한우형의 초대로 꽃배를 탄다. 이 배 위에서 한 기녀가 멋진 춤으로 사람들은 현혹하는 동시에 그녀가 디 공에서 고을의 비밀에 대해 살짝 내비춘다. 그리고는 잠시 쉬는 시간에 사라진 후 시체로 발견된다. 

부유한 상인 류페이포의 딸 창어와 마을 문학 박사 장웬장의 아들 장후포의 결혼 첫날밤에 생긴 사건은 기이하다. 전혀 외상이 없는 창어가 죽어 있고, 장후포는 호숫가에 흔적을 남긴 후 사라졌다. 장 박사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류페이포와 문제가 생긴다. 딸이 장 박사에 의해 죽었다는 것이다.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 관가에 알리고, 순리대로 처리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을 자신의 입장만 생각한 덕분에 문제가 커진 것이다. 그러다 절에 보낸 관을 열었을 때 나타난 전혀 다른 시체는 의문과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졌음을 알려준다.

하나의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또 다른 사건이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부임한 지 두 달이 되었지만 아직 고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디 공은 수하들을 내려 보내 조사를 하거나 본인이 직접 암행하여 정보를 수집한다. 이런 그의 활약을 보면 전형적인 영미 탐정의 모습이다. 작가가 그에게 현대적 탐정의 모습을 조금 부여했지만 본질적으로 그는 판관이다. 그의 판결은 공정해야 하고, 사심이 없어야 한다. 증거에 근거하여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 증거를 위해서 그와 수하들이 동분서주하고, 그 속에서 사건이 하나씩 해결된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독립적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낯선 부임지에서 제대로 그 고을을 파악하지 못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전작 <황금 살인자>에서도 갓 부임한 마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번에도 역시 얼마 되지 않아서 사건들이 벌어진다. 이것은 다른 시리즈에서도 몇 번 반복된 것 같다. 작가는 낯선 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그와 수하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게 한다. 덕분에 독자는 새로운 사실들을 얻게 되고, 기이한 사건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이야기에 즐거움을 느낀다. 다른 작품과 달리 이번 소설은 점점 사건의 규모가 커지는데 이것이 오히려 마지막에 가서 힘 빠지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살짝 아쉬운 대목이다.

바둑을 트릭에 이용했는데 그 시대 바둑이 특이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런 모형이 나올 수 없다. 트릭으로 나쁘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실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얽히고설킨 관계들과 욕망은 이야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곳곳에 펼쳐지는 모험과 기지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풍성하게 만들고, 이번에 새롭게 수하가 된 사기꾼 타오간은 사건 해결을 위한 단서를 제공한다. 앞으로 그의 활약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고 보면 디 공의 수하 중 가신인 홍량을 제외하면 모두 범죄자들이다. 이들의 과거 전력이 나쁜 일을 알아보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데 이 또한 재미고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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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빠이 여행자 마을
이민우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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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곳은 ‘빠이’다. 여름 휴가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던 중 이 책 소개글에서 <론리 플래닛>이 “빠이, 여행자들의 메카!”라고 한 부분에서 그냥 넘어갔다. 어떤 곳이기에 이런 찬사를 받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일하는 짬짬이 시간을 내어 빠이를 검색했다. 이전에 태국 여행기에서 본 곳이다. 그때는 그냥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구나! 하는 정도였다. 다시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뒤져본다. 호불호가 갈라지는 곳이다. 그냥 가서 둘러보고 나만의 여행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휴가를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빠이로 왔다.

사실 빠이에 오기 전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없었다. 치앙마이에서 일요시장을 다시 볼 것을 포기하고 미니버스를 예약했다. 누구는 빠이 가는 길에 토하기도 했다지만 나에겐 그냥 좀 고불고불한 길이고, 예전에 가끔 넘곤 했던 대관령과 비슷했다. 함께 탄 프랑스 가족들의 이쁜 언니들이 눈길을 끄는데 꼬마와 자꾸 눈이 마주친다. 가볍게 서로 웃는다. 이렇게 치앙마이에서 3시간을 달려 온 곳이 빠이다. 너무나도 조그마한 마을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작은 호텔에 들어가 짐을 풀고 마을을 간단하게 한바퀴 돈다. 가려고 마음먹은 곳을 찾아다니지만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너무 빠른 속도로 걷고 지나가다 보니 놓친 모양이다. 

이렇게 하루를 보낸 후 펼친 이 책은 전날 본 곳이 몇 곳이 나와 반가웠고, 무슨 뜻인지 몰랐던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은 빠이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그가 이곳 빠이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것을 기록하고 인상을 남긴 것이다. 빠이라는 지명이 어떻게 생겼는지 추론하고, 어떤 외국인이 처음에 이곳을 방문했는지, 1세대 게스트하우스 중 지금도 남아 있는 두엉 게스트하우스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이곳에 온 사라들이 떠나지 못하고 머물거나 다시 돌아오는지 알려준다. 단지 며칠 머물다 갈 예정이고, 낯선 사람과 말도 터지 못한 내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인터뷰 중 두엉의 것은 특히 인상적이다. 빠이의 변화와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연히 잘 곳 없는 여행자들을 재워준 것이 게스트하우스의 시작이란 것과 지금 같은 우기에 일주일 정도 그들도 여행을 떠난다는 것과 귀머거리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 아들이 하는 조그마한 가게는 밤 열시에 문을 닫고, 역시 귀머거리인 아내와 함께 수화를 나누며 걸어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다. 떠나는 날 그냥 무심코 본 곳이 두앙레스토랑이다. 생각보다 큰 규모로 성장했다.

작가가 카피라이터라 그런지 그가 만난 사람 중 광고 일을 한 사람이 많다. 방콕도 우리처럼 일에 빠져 제대로 휴가를 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그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벗어나 여기에 매혹되고, 긴 시간을 머문다. 혹시 내가 길가다 본 그가 그들 중 한 명이 아닐까 괜한 상상을 한다. 나보다 몇 년 전 그리고 작가보다 한두 해 먼저 온 사람들이 지금의 빠이를 많은 개발로 많이 변했고 변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스쿠터를 빌려 타고 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무수히 짓고 있는 건물들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은 태국의 다른 도시와 다르게 조용하다. 성수기인 겨울엔 어떨지 모르지만 늦게 문을 열고 빨리 문을 닫는 곳이 많다. 늦은 밤 커피 한 잔 하려고 나가도 이미 문을 닫았을 정도다. 뭐 몇 곳은 늦게까지 음악과 술과 대화로 열기 가득하지만 말이다.

사실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일도 조금하고, 책도 읽고, 스쿠터 타고 여기저기를 마구 달리지만 작가의 말처럼 그냥 나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작가처럼 긴 시간을 머문다면 나 또한 그처럼 외국인과 짧은 영어로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그가 만났고, 지금도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오기 전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을 했다. 나로 하여금 빠이로 오게 만들지 않았는가! 그리고 며칠 동안 그냥 해먹에서 쉬다 간 젊은 친구가 작가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하는 대목에선 깊은 여운을 남긴다. 거기에 대한민국 여행자 미스터 원의 이야기는 혹시 만나면 필요한 여비를 제외하고 모두 주고 싶을 정도로 대단함과 감동을 준다. 

책 속의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만나는 재미는 생각한 것보다 크거나 혹은 감동이 없다. 그것은 이곳 빠이도 마찬가지다. 책 속에 다루어진 이야기가 사실 그대로 전하고 있다고 하여도 지나가면서 보기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수박 겉핥기식 여행이 주는 아쉬움인지도 모른다. 과장된 표현이 살짝 느껴지지만 그 바탕은 변함이 없다. 저녁 전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간 곳이 이미 문을 닫았다. 강가에 있는 방갈로는 다음에 오면 이곳을 숙소를 정해라고 손짓한다. 만약 이 책을 읽고 빠이에 온다면 작가나 나와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빠이를 즐기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고, 앞에 놓인 현실을 무시하기엔 나 자신이 너무 현실적이다. 빠이를 떠나며 다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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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7 09: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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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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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오랜만에 출간한 장편소설이자 내가 오랜만에 읽은 작가의 소설이다. 한때 그녀는 무수한 문학상을 수상하고 문학계 중심부에 위치한 듯했다. 한국문학에 잠시 눈을 뗀 사이 그녀의 이름은 기억 속 저편으로 잠시 숨어있었다. 집에 있는 몇 권의 소설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하지만 이미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도 버거웠다. 그런데 왜 이 소설에 눈이 갔을까? 그것은 이제 기억에도 희미한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소개 때문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뉴스에 둔감하다. 그 당시 오대양 사건이 매스컴을 도배했지만 깊이 있는 정보를 쌓지는 않았다. 그 당시 세계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사건들이나 책에서 본 이야기에 너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존파 사건과 더불어 나의 기억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다른 사건들도 그 빈도나 정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제대로 몰랐던 오대양 사건을 어떤 식으로 파헤쳤을까 하는 호기심이 이 책으로 시선을 돌리게 했지만 결국 다루고 있는 것은 모티브일 뿐 그 사건이 아니다. 

“이 냄새다.”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화자인 나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출생부터 그 당시 신신양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보통의 공장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식당에서 일하는 여자들과 공장 노동자들과의 농지거리가 오고 가는 와중에 어머니의 존재는 우뚝 선 채로 모두를 압도한다. 나중에 어머니의 권위와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깨닫지만 그녀는 과거와 현재 속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어떻게 신신양회를 비롯한 거대한 기업군을 거느리고 성장했는지, 또 왜 그렇게 몰락하게 되었는지 하고 말이다. 

소설의 구성은 조금 복잡하다. 모두 읽고 나면 그 구성이 특별한 것이 없지만 읽을 동안은 과거와 현재, 나와 다른 등장인물이 뒤섞이면서 조금 혼란을 가져온다. 나의 시점과 주변 이야기에서 갑자기 김준이라는 탤런트로 옮겨 가고 다시 최영주로 이어지면서 잠시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준에서 최영주로 이어지는 고리에서 김준의 비중이 점점 사라지는 부분은 조금 아쉽다. 조금은 급작스런 퇴장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정교하게 짜인 구성이라고 해야 하나? 약간은 의문이다. 특히 김준이 받은 A라는 편지는 소설의 제목이자 끝나는 순간까지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것이 무얼까? 하고 말이다.

과거 이야기에서 시작하지만 그 속에 미래 이야기도 같이 다루고 있다. 신신의 지배자들은 여자들이고, 이미 그녀들은 자유연애와 사회의 윤리나 도덕에서 조금은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고, 어머니의 과도한 욕심은 너무 앞만 보고 달리면서 생기는 큰 문제를 낳게 한다. 여기서 작가는 모계사회에서도 안정과 평화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뭐 이것은 나의 확대해석일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멘트로 대변되는 80년대 건설붐은 현재와 너무나 닮아 있다. 이것은 다시 기태영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신신의 아들이 등장하면서 반복된다. 남자냐, 여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도한 욕심과 탐욕이 문제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신신의 집단 자살사건은 허구와 사실이 교차하는 와중에 정확한 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악착스러웠고 자유로웠던 그녀들이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그만큼 의외인 것이다. 하지만 왜 그녀들이 그 당시 하나의 도구로서 혹은 자유의지로 아이들을 낳고 그곳에서 살았는지 알려주는 대목에선 그 시절 혹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남성 폭력, 가정 폭력 문제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만든다. 그리고 어떻게 그 사건들이 과거의 사건으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그 영향을 미쳤는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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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비밀의 공식
알렉스 로비라.프란세스크 미라예스 지음, 박지영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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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에서 아인슈타인을 제외하고는 말이 되지 않는다. 그 유명한 공식 E=mc²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비록 그 공식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하여도 말이다. 이 공식이 현대 물리학을 비롯하여 다른 곳에 끼친 영향력은 원자폭탄을 제외하고도 수없이 많다. 특히 상대성이론은 SF소설과 만나 새로운 상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무수히 많은 곳에 영향력을 미친 그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공식을 남겼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런 의문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나는 과학전문 라디오 구성작가다. 아내와 이혼하고 외롭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PD가 구멍난 초대 손님을 메우라는 주문을 한다. 갑작스런 방송출연과 더불어 <상대적 아인슈타인>의 저자와 논쟁을 펼친다. 이 출연은 한 장의 편지로 이어지고, 아인슈타인이 한동안 살았던 마을 카다케스로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여행은 그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것은 바로 아인슈타인 죽으면서 남겼다는 비밀의 공식 E=ac²과 관계가 있다. 

카다케스에서 온 편지 주소를 찾아가니 왠 일본인 요시무라가 있다. 그는 나 외에도 세 명의 손님을 더 맞이하고 있다. 그들 모두는 아인슈타인과 관계가 있다. 요시무라도 마찬가지다. 그가 지금 사는 곳은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곳이고, 현재는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집필하고 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문서가 발견되었다고 말한다. 그곳에서 나는 몇 가지 정보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다. 하지만 얼마 후 요시무라의 죽음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해진다. 그가 놓아둔 수첩이 괜히 살인사건과 연루되는 자신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에 요시무라가 집필하고 있던 전기에 대한 마무리 작업 의뢰가 들어온다. 그것도 고액의 선금과 함께 말이다. 이제 그는 비워져 있는 전기를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처음엔 단지 비워져 있던 전기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그대로 놓아주지 않는다. 처음 찾아간 곳에서 카다케스에서 만났던 사라를 다시 만난다. 이것이 우연일까? 그녀는 아인슈타인의 첫 번째 아내이자 학문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밀레바를 연구하고 있다. 이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정교한 작업이고, 낯선 곳에서의 만남 후에 또 다른 죽음이 생긴다. 화자가 생각한 편안하고 쉬운 조사 여행은 사라지고 이제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거기에 나를 들뜨게 만드는 사라의 존재는 미스터리와 함께 새로운 재미를 준다. 

비밀의 공식을 좇는 것과 사라와의 은근한 로맨스는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소설은 아인슈타인의 첫 아내 밀레바와 그들의 첫째 딸 리제를의 존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가정에서 출발하였지만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가들은 리제를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킨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그 존재마저도 겨우 알려진 그녀가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발견한 비밀의 공식을 보유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관심을 받게 된다. 하지만 현재 그녀는 죽었다. 그녀는 죽었지만 그녀의 손녀는 생존해있다. 이제 손녀를 찾기 위한 긴 여행이 시작한다. 그리고 그 도중에 다시 몇몇 죽음이 발생한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빠르게 읽힌다. 비밀의 공식 존재를 둘러싼 추격전과 살인들은 사실 상대적으로 약하다. 작가가 자기계발소설이라고 한 것도 스릴러적인 요소가 조금 부족하고, 나의 성장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알려주는 과학 지식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심장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가간 부분은 눈길을 끈다. 가정에서 시작했지만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런 과학 지식이다. 비록 비밀의 공식이 지닌 의미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고 다른 팩션처럼 아쉬움은 준다고 하여도 말이다. 하지만 그 공식이 지닌 의미를 생각하면 그 힘에 절대적으로 수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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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8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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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에 나온 고마지 형사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새롭다. 이 부분은 살짝 아쉬우면서도 현실적이다. 이 점은 2권부터 읽는다 하여도 전혀 지장이 없게 만드는 장점이 된다. 다만 같은 공간과 시간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가끔 낯익은 이름들이 보인다. 이때는 왠지 모르게 반갑다. 그리고 헌책방으로 번역을 했는데 사실은 고서점으로 원제목이 적혀 있다. 이 제목이 눈에 거슬리는 것은 아마도 전작에 나온 헌책방 기토당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자와 마코토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바다로 온다. 그것은 바다를 향해 ‘나쁜 놈아!’하고 외치는 것이다. 이 소박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바다를 향해 크게 외친다. 그런데 바다가 그녀의 이런 마음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그녀의 외침에 대한 답으로 한 사내의 시체를 밀어내었기 때문이다. 실직하고, 원형탈모증이 생기고, 이상한 종교에 끌려가고, 자던 호텔이 불타는 불행이 끝까지 그녀에게 붙어 다니는 모양이다. 사체의 제1발견자로 그녀는 형사의 조사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녀를 둘러싸고 혹은 직접 마주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제1발견자가 용의자인 것은 당연하다. 고마지 형사반장은 이쓰키하라 형사에게 좀더 많은 조사를 위해 그녀를 근처 호텔에 숙박하게 만든다. 이 호텔에서의 숙박은 또 다른 인연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한끼 식사를 위해 추천을 받고 히가시긴자 거리에서 맛있는 식사를 한 후 헌책방을 발견한다. 그런데 이 헌책방 조금 특이하다. 로맨스 소설만 전문적으로 판다. 노부인 베니코는 엄청난 로맨스 소설 마니아다. 그녀와 마코토의 대화는 마니아나 최소한 전문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한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이 대화 끝에 노부인은 그녀에게 자신이 잠시 병원 검사를 받을 동안 헌책방을 부탁한다. 그것도 적지 않은 급여를 제공하면서 말이다. 노부인의 페이스에 말리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그녀는 그 일을 받아들인다. 

이번 시리즈는 헌책방 어제일리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코토는 항상 시체들을 마주하고, 히자키 마을의 대지주였던 마에다 가문이 사건의 중심에 놓인다. 마코토가 발견한 시체의 정체가 12년 전 가출 혹은 사라진 마에다 히데하루와 닮았기 때문이다. 검시결과 미량의 수면제가 검출되었고, 타살과 자살의 가능성이 모두 있다. 그런데 히데하루로 밝혀질 경우 마에다 가문의 재산 상속에 관한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그것은 마에다 가문의 이권과 부와 질투 등이 뒤섞인 결과다. 정확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과연 타살일까?, 자살일까? 이런 의문을 던지면서 평화로워 보이는 하자키 마을의 풍경과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사건을 준비한다.

이번 시리즈도 전작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구성에서 일단 비슷하고, 마지막 반전이 다시 펼쳐지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전작과 달리 용의자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시체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과 의문, 하자키 마을을 은연중에 지배하고 있는 마에다 마치코의 존재 등은 그 마을이 주는 소소한 재미와 유머를 넘어선다. 그리고 참 재수 없는 마코토의 일들은 아마추어 탐정 역을 잠시 맡는 치아키의 등장과 더불어 유머와 즐거움을 준다. 치아키의 활약은 갑작스러운 점이 있지만 뒤에 이어질 반전들과 숨겨진 사실들을 생각하면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힌다. 일상의 삶이 보이지만 사건은 결코 일상적이지 않다. 사실 제대로 읽은 적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 로맨스 소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분에선 낯설기만 했지만 흥미로웠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형성되는 로맨스나 곳곳에서 돌출하는 유머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시체가 발견되는 순간 이야기는 더 깊은 미궁으로 빠진다. 여기서부터 다시 원점에서 사건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야기에 빠져 추리하는 재미를 놓쳤지만 꼼꼼한 책읽기가 없으면 범인을 추리하기가 쉽지 않다. 불운이 너무 많은 마코토 양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살짝 입가에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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