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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평점 :
경청과 공감이라는 말은 어쩌면... 가장 많이 오해받는 말인지 모르겠다.
누군가 타인을 타인의 입장에서 들여다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사람은 쉽게 자기의 위치를 바꾸지 못한다.
내가 내 위치에서 조금 움직여 타인의 위치로 다가가려고 하지만 완벽하게 타인과 포개어질 수 없다.
이기호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를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의 상처를 바라보는 입장만 취하면서 그저 그것이 공감일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타인의 상처를 공감한다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나머지 단편들 속에서도 우리는 타인의 입장을 절대 공감하지 못한다.
그저 내 자리에 그대로 서서 상대를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내가 가진 가치관과 편견을 바탕에 두고 이해할 뿐이다.
부부 형제등 가장 가까웠다고 믿는 가족사이에서도 마찬가지고
친구사이에서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일이고
사회 역시 개인을 전혀 자기 위치를 바꾸지 않고 바라볼 뿐이며 개인은 사회에 어떤 기대감도 없다
그렇게 바라보며 안타깝고 부끄럽고 두렵지만 자기 위치는 늘 그대로 고정적이다.
이해와 공감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
결국 8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것을 알아낼 뿐이다.
그래서 슬펐고 눈물이 났다.
무언가 굉장히 부끄럽고 초라하고 안타깝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닿지 못했고 누군가 나에게 닿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이기호의 단편은 툭툭 가볍게 잽을 날린다고만 여기다가 그 가벼운 잽들이 모여서 골병들게 되는 이야기이고
권여선의 단편은 너무 아프고 두려워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을 기어이 눈앞에 들이대고 있으며
김애란의 단편에 나오는 주인공의 정서는 어쩌면 살면서 문득 등골이 서늘해지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있었으며
편해영의 단편은 피식거리다가 결국 얼굴이 벌개지는 부끄러움을 드러낸다
취향탓인지 이야기들은 들쑥날쑥하고 의외로 호감이 가는 작가가 생겼고 의외로 앞으로 작품이 실망될거같은 작가도 있다.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야기는 직접 읽어볼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