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 가운데 단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무얼 선택하시겠습니까까?

 

영화는  당혹스럽고 생뚱맞은 질문을 던지고 시작한다.

내가 죽었고 죽어 저 세상으로 가기전 단 하나의 기억을 선택하면 그 기억 하나만 남기고 모든 것은 사리진다. 나는 단 하나 내가 선택한 그 기억만을 지닌채 이 세상을 떠나 저 곳으로 간다.

사람들은 담담하게 자기 삶을 돌아보거나 당혹스러워하며 기억을 헤어린다.

오래 산 사람은 많은 기억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곤혹스럽고

짧은 생을 산 사람은 많지 않은 기억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가장 좋았던 기억을 하나씩 꺼집어 낸다.

객석에서 나는 지금 이순간 내게 던져진 그 질문에서 나는 어떤 기억을 선택할까 생각한다.

이 사람과의 추억을 선택하자니 저 사람이 걸린다.

모두가 함께 했던 기억은 사실 내가 꼭 하나로 선택하기엔 망설여진다.

결심했다.

그냥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누군가 내가 사랑했던 사람 사랑해줬던 사람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내가 가장 좋았던 순간 언제나 꺼내 볼 때마다 빙그레 웃음지을 수 있는 기억은 무얼까

 

영화속의 등장인물들은 쉽게 그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자기의 삶 전체를 되돌아본 뒤에 겨우 찾아내기도 하고 선택을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끝내 그 한 순간을 꺼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소중했던 시간은 남들에겐 별 의미 없는 순간일 수도 있고

내가 선택한 그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한 사람은 나와의 순간을 선택하지 않기도 한다.

그렇게 흘러가는것이 삶이다.

 

그리고 선택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저승 (즉었으니 저승이 맞겠지?) 사람들은  무대를 꾸미고 그날의 색감이나 상황 분위기를 세세하게 살핀다. 아니 죽었으면 무슨 초능력이 있는거 아니었나?

아날로그적으로 몸으로 무대를 만들고 꾸미고 촬영한다.

그 과정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기억은 사실과는 다르다.

사실 그대로 재현한다면 그 사람의 일생이 담긴 비디오를 보며 그대로 만들거나 차라리 비디오의 한 장면을 짤라 써도 무방하다.

그러나 기억은 그 순간의 내 감정과 생각 상황 그리고 시간의 더께로 조금 기울어지고 덧칠해지고 한모퉁이는 떨어져 나간 오롯이 내 머리 속에 있는 나만 아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곳도 저곳도 아닌 중간의 그 사람들은 자꾸 기억을 물어보고 고민하며 세심하게 각각이 가지고 있던 그 순간을 재현해준다.

그리고 그 기억을 가지고 사람들은 기쁘게 떠난다.

 

영화 가운데 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달은 늘 그 모습 그대로 있는데 보는 사람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달라보이는 걸 달이 변했다고 한다고. 뭐 그런 대사.....

요즘 하는 생각인데 세상에 순수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절대적으로 순수함이란 인간의 머리속에 추상적으로 존재할 뿐 어떤 불 순물도 없는 순수가 있을까

중립이 불가능하고 순수도 없다.

모든 순간에 모든 상황에 각각의 입장이 있고 생각이 있다.

나는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지 않고 중립이야 .. 이건 ㅇ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야 하는 그 수말을 뱉는 순간에도 많은 생각과 감정과 정의가 그리고 이런 저런 것들이 섞여버린다.

그래서 제각각의 입장이 있고 사정이 있고 논리가 있다.

다만 비슷하게 묶을 수 있을 뿐이지 같지 않다.

모두가 다른 기억을 가지고 떠난다.

설령 내가 선택한 기억속의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기억을 선택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건 받아들여야 한다.

 

감독은 영화에 일반인을 등장시켰다고 했는데 보는 내내 누가 배우이고 누가 일반인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자기의 기억을 떠올릴 때의 몸짓이나 표정 그 모든 것은 대본이 없어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보였을까?

마지막 부분에 가짜 벛꽃잎을 비닐 봉지에 담아 건내던  할머니의 무심하고 따뜻한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그건 어떤 연기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감독이 무얼 말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삶에서 꼭 가지고 싶은 기억은 무엇인지

그리고 달은 변하지 않는데 변한다고 믿어버리는 내마음은 무엇인지

그리고 삶의 기억을 닮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사실 춤고 너무 잔잔해서 조금 졸았지만

극장에서 나와서 자꾸 생각나도 되씹을 거리가 많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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