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외 열린책들 세계문학 17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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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기껏해야 가설에 불과하다.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개연성이 가장 크다고 생가한 이론이다, 내가 도장을 찍듯 복제해 낸 본성의 약한 측면은 조금 전 방기해 버린 선한 자아보다 나약하고 왜소했다 결국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라는 게 십중팔구 노력과 미덕과 절제뿐 사악한 자아를 활용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따라서 에드워드 하이드는 헨리 지킬보다 훨씬 작고 가벼우며 또 젊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헨리 지킬이 선이 빛나는 용모라면 하이드의 얼굴엔 악의 특성이 선명하고도 노골적으로 새겨저 있있다 뿐만 아니라 악은 내 시체의 기형과 타락한 징후를 새겨 놓았다. 하지만 거울이 비친 추악한 외모를 보며 내가 느낀 건 바감이 아니라 밪가움이었다. 그 역시 나 자신이므로 내게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보였다. 내가 보기에 하이드는 영혼을 보다 생생하게 영상화 했다. 지금껏 나라고 여겼던 불완전하고 분열된 자아의 모습보다 명확하고 개성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분명 옳았다. 네기 에드워드 하이드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한 접근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불안의 기색을 드러내고 만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것은 일반적인 인간 모두가 선과 악이 혼재된 존재인데 반해 이 모든 인류 가운데 오직 에드워드 하이드만이 순수 악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p 85

 

 

그날 밤 나는 운명의 갈람길에 서 있었다, 보다 고귀한 영혼으로 하여금 가설을 담당하게 하고 고겨하고 경건한 열망의 차원의 실험을 이끌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생사의 고통을 통해 악마가 아닌 천사를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 약물의 작용에는 차별이 없다. 약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다만 내 내면의 감옥 문을 흔들어 필립비의 포로들이 방면된 것처럼 내 안의 죄인을 끄집어 내고만 것이다.

    p 86

 

 

 

예전에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에 대해 술자리 개똥철학을 나눌적에 나는 인간은 악한 존재라고 믿는다고 했었다.  왜냐는 질문에 내가 나쁜 짓을 할 때는 즐거웠고 짜릿했지만 선한 일을 하려고 할 때는 마음을 먹어야 해서였다고 대답했었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나는 신호규칙을 지키고 사람들에게 버릇없이 굴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고 말투도 공손하고 무난하게 살고 있지만 어쩌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불이익이나 비난이 두려워 몸에 익힌 무의식의 습관이라고 생각했었다. 간혹 슬쩍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하지 않고 했다고 하거나 하고도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일들은 그 크기가 소소하고 별 일 아니더라도 나름 즐겁고 짜릿했다 그리고 나의 어릴적 꿈 중 하나가 스파이가 되거나 멋진 자객이 되는 거였는데 그것도 한편으로는 살인이나 폭력을 포함하고 있는 존재였다.

은밀하지만 무언가 질서를 흐트러버리는 일은 늘 로망이었고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다만 현실의 나는 소심하고 찌질해서 한번도 그런 일을 한 적은 없다, 다만 찌질하고 소심하게 복수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건 누구에게 말하기도 창피한 일들이다.

 

나 역시 약물을 발명하고 내 속의 또다른 인격을 꺼집어 낸다면 천사가 아닌 악마를 꺼집어 낼 확율이 높다. 게다가 현실의 사회에서 정말 미운 사람 죽어 마땅하거나 벌벋아 마땅한 인간들이 정치 경제 언론 문화 교육 다방면에서 굴비처럼 엮여서 줄줄이 등장하고  점점 각박한 살릶살이탓인지 갑질이 늘어나는 세상에서 살다보니 난 분명 악마를 소집했을 것이다. 하이드보다 더 미쳐 날 뛸 수도 있는...

 

살아보니 인간이란 악/ 선 이렇게 딱 잘라 두가지만 존재하지는 않더라

누구나 두 곳에 엉거주춤 다리를 걸치고 있고 다만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고 더  인내하고 견뎌낼 수 있는가의 문제이지 딱 잘라 이렇다고 정의 내릴 인간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좋은데다 성격까지 좋다는 건.. 그가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의 바운더리 안에서 어려움 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원만하고 모든 걸 누릴 수 있고 인정받는 세상에서 악해질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가 자기가 사는 환경에서 조금만 벗어나 조금 더 각박하고 험한 세상을 경험하거나 자기가 가진 달란트중에 하나라도 부족해버린다면 그도 중분히 달라질 수 있다,

가장 선한 천사에서 가장 악한 악마의 사이에 점점이 무한대로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할 뿐이다,

어디에 더 가까운가의 문제이지 딱 잘라  판단할 수는 없다 물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자체가 한가지로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젊잖은 지킬 박사는 억누룰 수 없는 하이드의 존재에 점점 눌리고 영역을 잃어가면서 결국 비극을 맞이한다. 어쩌면 지킬이 선한 존재여서 악을 감당할 수 없어  하게된 선택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존재가 한가지 본성만으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엇을까 생각한다,

 

내 안에서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본성들 중에

지금 여름을 견디는 동안 나는.. 사소함에도 버럭해버리는 조급하고  속좁은 인격이 가장 큰데... 그 모든 이유가 더위때문이라고 핑계 대고 있는 중이다,

선선해지면 조금 매력있고  교양있는 인격이 나올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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