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은 켈리는 사랑했다,

아니 사랑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안경끼고 키도 크지 않고 근육도 없고 공부 잘하고 글을 잘 쓰지만 남자 답지 못한 그는 절대 고백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 사랑한다고 믿는다.

함께 동굴같은 살캥이 편집실에서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

서로 말이 잘 통한다는 것

함께 차를 타고 귀가하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는 일이 일과처럼 되고

함께 연말 파티에 가고 함께 세상을 돌아보면서

그는 어떤 표현은 하지 않으면서

켈리와 농염한 사랑을 꿈꾸고 미래에 의사가 된 자신과 의사 부인이 된 그녀와 함께 하는 일상을 꿈꾸지만 결코 표현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가 나를 좋아할지 모른다고 기대하고 착각하고 믿어버리면서

다른 날 사소한 행동으로 그가 나를 밀어내고 나를 싫어한다고 단정한다,

혼자 믿고 혼자 단정하는 일....

그건 찌질한 일일뿐 아니라 폭력이다.

나 혼자 모래성을 지었다 허물었을 뿐이라고 하겠지만 그 일방적으로 흐르는 마음은 폭력일 수 있다. 내가 생각하고 판단한다. 상대의 마음이나 감정은 조금도 상관없다.

그냥 미루어 짐작하고 판단한 후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모든 것이 서로 간의 관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나의 일방적인 판단일 뿐이다

그 파장이 30년동안 휘몰아쳤고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혼자만의 판단이 몰고 온 비극에서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설령 모든 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내 잘못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나의 어긋나고 삐뚤어진 마음이 어디서 스파크를 일으켜 불꽃이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쿡이 로맨스를 쓰나보다 생각했다.

이렇게 무언가를 감추면서 뭔가 대단한 반전이 있을거라는 냄새를 팍팍 풍기면서  전개된다,

너무너무 속터지게 결과를 까보고 싶지만 문장은 한없이 느리고 한없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면서 흘러간다.

녹색의 여륾날 그 화사한 햇살이 손가락사이에서 흘러내리고 있고

덥고 답답한 공기가 휘몰아쳤다가

춥고 으슬한 공기가 다시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다가 사라진다,

문장문장은 한업이 늘어져서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한문장 한문장을 건너뛰고 갈 수도 없다. 어디서 어떤 묘사가 어떻게 튀어나울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게 한없이 느리고 답답하게 이어지는 벤의 독백과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보나마나 뻔한 결말이 나오겠구나 싶은 순간.....

어떤 한마디의 증오의 씨앗이 30년동안 모두에게 비극을 안겨준다,

누구도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했던 증오의 추문이 결국 모두를 비극으로 몰아갔다.

어디서 멈출 수 있었을까?

누구의 죄가 가장 무거울까?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삶은 그렇게 흘러가고 처음부터 정해진 시간의 질감은 되돌릴 수 없다.

 

그동안 쿡은 불안과 수치심 그리고 의심하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칡덩굴에 엉켜 있었다.

느리고 매혹적인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적나라하고 무시무시한 본성과 마주한다,

이 책도 결국 예외는 아니었다,

그저 찌질하기만 한 벤만 따라갔는데 벤 혼자만이 아니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망들

질투 탐욕 배신 증오 무고 등등의 저마다 가지고 있던 감정들이 남부 작은 마을에서 뒤섞이면서 사건을 만들어내고 누구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고 누구도 부끄러움과 의심을 풀어버릴 수 없다.

 

별거 아니지만....

별 거 아니라는 것조차 얼마나 무시무시해질 수 있을지///

 

 

나는 부인에게서 눈을 떼고 켈리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나머지 모든 사람을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라일과 실라와 로지 메리와 레이먼드 심지어 토드까지 모두 하나같이 작고 어린아이같은 얼굴이었다. 모두의 눈동자가 마치 그들의 청춘 그들의 희망 그들이 계획했던 미래 저 앞에 보이지 않은 덫이 놓일 줄은 사상도 하지 못하듯 이상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깨달았다. 언젠가 켈리가 묘사한 것처럼 어쩌면 촉토는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걸 모아둔 하나의 온전한 세계였다고 . 그와 똑같이 알 수 없는 세계에 같혀 있었던 게 틀림 없다고 그리고 그것을 엮어내는 어딘가에서 하나의 상처가 다른 상처를 봉합하고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 낸다고 그렇게 의지 ㅇ않은 길고 어두운 상처의 핏줄을 만들어내며 흐르는게 틀림없다고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어두운 이야기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평생을 애써왔다.

머구름과 폭풍우가 어울리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 진흙탕을 달리는 그녀의 발이 생각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일은 햇빛 쨍쨍한 한 낮에 일어났으며 그녀의 다리는 그해 유독 길었던 봄날의 끝 무렵에 훌쩍 자란 짙푸른 칡덩굴에 엉켜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문 디에 숨어 있는 어떤 것으로 생각한다. 시퍼렇게 번득이는 칼날로 서늘하고 냉정한 총구로 본다. 뾰족한 모퉁이 뒤에서 또는 밤을 삼킨 짗은 안개에서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서성거리다가 위협하며 다가오는 검은 형체  골목길 끝에서 작고 사악한 눈을 번득이며 점점 다가오는 것으로 종종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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