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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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이 생각났다.

제 머리만 모래속에 숨겨넣고 모든 것이 되었다고 믿고 싶어하는 어리석고 순진한 꿩

이야기들이 그런 꿩을 연상시켰다,

나만 아니라고 믿으면 아닌게 될거라고 굳게 믿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버지의 옛애인 미스조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희준씨의 이야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반복적인  나날을 보내는 희준씨에게 어느날 아버지의 옛애진인 미스조의 부고가 날아오고 미스조가 키우던 거북이를 유산으로 받게 된다,

우연히 SNS로 연락이 닿아 한달에 한번 톡을 하고 만나고 밥을 먹는 사이가 전부였던 희준씨와 미스조는 어느 샌가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웠던 사이라고 인정된다, 몰랐다, 서로가 가장 가까운 사이인지.... 한달에 한 번 만나는 사이가 가장 가까운 사이라니...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편하게 하고 들어주는 사이가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뭘까? 미스조의 과거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고 희준씨는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 인형 샥샥을 고백하는데 이건 다른 누구에게는 말하지 못한 비밀이기도 하다,

미스조가 예전 끝을 알면서도 모른 척 나이든 애인과 관계를 계속해오면서 이제 끝이라는 걸 알아버린 순간처럼 희준도 매번 반복되는 무탈한 일상들이 어쩌면 그렇게 무탈한 것이 아니라 위험하고 불길하라 수 도 있다는 걸 알아버린다, 그게 옳은 것도 아니고 안심할 일도 아니라는 것.. 아니 알지만 알려고 하지 않은 사실들을 미스조의 죽음으로 그의 이야기들로 슬며시 알아가고 있다

 

마흔번째 생일 아침 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떠올리며 비로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딸이 쓰러지고 병원엘 갔더니 임신이라는 사실에 놀랄 새도 없이 24주만에 아기를 낳았다, 무탈하다고만 할 수 없는 나날을 살았고 그렇게 아이도 자랐는데 지금 이순간은 도무지 현실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을만큼 청천벽력이다,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는 보고 싶지 않고 출산하고 돌아누운 딸아이의 등짝이라고 후려치고 싶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고 일어나버린 일이 없어지지도 않는다,

그런 불행 와중에서도 다행이다 싶은 일들을 억지로 발견해내면서 이건 잘 지나갈거라고 잘 지나가야한다고 스스로 되내이면서 섬뜩한 결심을 한다,

함께 등장하는 상대방 남자아이의 엄마역시 깨어져버린 후라이팬 뚜껑때문에  화가 치솟는 경험을 하지만 어쩌면 살아가면서 이유도 알 수 없이 폭발해버리고 산산히 부서지는 것이 프라이팬 뚜껑이라면 참 다행한 삶일거라는 걸 알아버렸다, 비슷하지만 다른 뚜껑 미묘한 어긋남이 폭발로 이어진다는 진실을 알게 되지만 그런 깨달음은 현실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얼굴도 모르는 아들의 아기에 대해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은 건 여자아이의 엄마와 마찬가지고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고  일단 모른 척 하면 없는 일일거라도 믿고 싶은 것도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렇게 두 엄마는 공모자도 아니면서 함께 모른 척하는 섬뚝함을 보인다,

 

이 단편에서 가장 무서운건 그 제목일 것이다, 이런 글에 이런 제목을 붙이다니,,,

손바닥으로 가린 입술사이에서 무거운 장찬식도 웃음도 새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길 위로 나섰다. .................. 운전대에 엎드려 울 수도 없었다, 하늘을 유난히도 새파랬다, 파란 빛깔의 돔형 지붕이 이 세계를 뚜껑처럼 덮고 있는 것 같았다. 거대한 뚜껑이었다

                                    -아무것도 아닌것-

 

세번째 이야기는 그래도 조금 낫다고 하면 말도 안될까?

함께 동거하는 커플이 있고 둘은 잘나지도 그렇다고 뚜렷하기 못나지도 않은 어정쩡하고  흔한 젊은이들이다, 오래 사귀다가 동거하지만 어쩌면 헤어질 수도 있다는 예감과  아슬아슬한 갈등을 격어내고 있는데 어느날  남자가 어떤 살인을 제안받는다, 이복형이 나타나고 돈 많은 아버지를 죽이고 그 유산을 받게 되면 나누자고... 그 문제로 둘은 헤어질 수도 있다는 마음에서 함께 마음을 함친다, 일단은... 그리고 내 일이 아니라고 여겼던 그 일에 여자도 함께 나서면서 둘은 더 끈끈해지고 더 서먹해진다,

공범은 오래갈 수 없다,

서로가 서로의 가장 약하고 위험한 부분을 알고 있는 이상 신뢰는 끝이다,

둘은 아이가 생기고 결혼을 하지만 그건 거기까지다,

아무렇지 않다고 별일 아니라고 애써 부인하지만 그 흔적은 죽을 때까지 그래고 상대를 바라보는 동안은 떨어지지 않고 질기게 달라붙을 것이다,

설령 그 일이 제대로 되었건 아니건...

왜 제목이 이런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안의 천사가 우리삶을 더 꼬이게 하는 법이라는 생각을 문득한다, 내 속에 악마만 득시글거린다면 세상은 그렇게 살기 팍팍하지 않을 것이다,  애매하게 껴있는 내 속의 천사가 나를 혼란스럽고 갈팡질팡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잠시 한 눈을 팔아도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단죄가 또 유에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하고 절망했다., 극적인 파국이 닥치면 속죄와 구원도 머지 않을 텐데  또다시 살아가기 위하여 나는 바다 쪽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우리안의 천사-

 

 

 

네번째 이야기는 먹먹했다,

소녀가 자신의 별명을 되지로 받아들여야한다는 것 그리고 받아들인다는 것 그렇게 대상화되지 않은 새로운 학교가 낯설다는 전제가 먹먹하고 아팠다,

그렇게 조숙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가 겪는 새로운 K에서의 이야기다,

그 곳에서 아이는 무심하고  이기적인 부모대신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

메이라는 친구는 자기보다 더 말이 없고 짝이 없는 아이였는데 그래서 둘은 단짝이 되고 함께 점심을 먹고 함께 논다,

그 아이에게 내 모습을 보았을까

아이와 메이는 서로에게 소중하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아이는 어른이 된다,

 

 

엣애인의 부고를 지나간 신문에서 발견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버린 50대 교사의 이야기 를 지나

 

이사에 대한 어떤 공포물처럼 떠도는 이야기를 잘 잡아낸 이야기도 지나

 

마지막 '안나'로 넘어가면 속물적이고 세속적인 우리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힘들고 괴로울 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내가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느 순간 가장 불편한 사람이 되고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된다,

누군가가 필요하지만 그 사람이 어느 적성 선 이상응로 들어왔다고 여겨지는 순간 불편하고 불안하다,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내 바운더리에서 사라지는 것 그건 다행이다,

내가 아무짓도 하지 않았으므로 내 잘못은 아니다,

나는 무어라고말 한 적이 없다,

그저 어쩔 수 없이 헤어졌고 만날 수 없을 뿐이다,

그렇게 내 생활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될 수 있다,

욕하고 미워할 수 도 공감할 수도 애매한 목에 걸린 작은 가시처럼 불편하고 힘들다,

 

모든 등장인물은 나는 아니라고 나만은 아닐거라고 믿고 싶어한다,

별탈없는 일상을 지겨워하면서도 약간의 균열에는 심하게 동요한다,

무심하게 15분동안 한바퀴를 도는 관람차에 재미없어하면서도 쉽게 올라타지도 않는다. 올라타기엔  뭔가 두렵다,

삶이 그렇다, 무심하고 지루하지만 그렇게 계속되어지면서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는 것으로 이어지길,,, 실제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어리석은 타조처럼 모래속에 머리만 쳐박으면 아무일도 없는 거라고 믿고 싶은 순간이  누구에게나 온다,

다행히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기도 하지만 한 번의 균열은 절대 그 이전으로 되도릴 수 없다,

나만 아니면 돼!!

각자도생의 시대

냉정하고 살벌한 현실이 나만 지나기진 않을 것이다,

균열이 생겨도 나혼자 삭히고 모른 척 넘어가야 하는 시대다

타인의 불안이나 떨림은 더 이상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고 싶지않다.

외롭지만 그렇게 익숙해지면  가장 편한 삶의 방식이 된다,

 

별것 아니지만 섬뜩해지는 순간 그리고 돌아서면 잊버리느고 기억나지 않은 순간들의 연속,.. 그것이 지금 이순간의 삶이 아닐까

쓸쓸하다.

 

너무 섬뜩해서  그리고 쓸쓸해서 별을 두개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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