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친밀한 폭력 - 여성주의와 가정 폭력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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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위치한 계급과 경제력 학력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나는 그 모든 조건의 프레임 안에서, 내가 이해하는 범위내에서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타인의 신발에 발을 넣어보아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학적 표현일 뿐이다,

타인을 타인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건 배워서 되는 일도 아니고 경험이 많다고 되는 일도 아닐 것이다,

그저 내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며 나도 넓은 세상의 아주 사소한 존재일 뿐이라는 걸 끊임없이 인지하고, 내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를 자꾸 되물어보아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그대로 듣기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판단이나 조언없이 그저 들리는대로 들어주는  기술이 필요할 뿐이다,

자꾸 개입하고 싶은 나 자신을 눌러야 하면서 그 마음에 이입하고 동시에 다시 나로 돌아와 그 이야기를 듣게 하는 힘 그게 필요하다,

 

가정폭력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한가를 깨닫는다,

폭력에 노출되어 계속 반복하게 되면 무기력해지고 그 되풀이되는 폭력에 익숙해진다고 생각했고  왜 여성들이 그 지옥같은 곳에서 나오지 못하는가를 의아해했을 뿐이다,

나 역시 어쩌면 세상에서 운 좋게 양지만을 밟아 오면서 모든 세상이 내 뜻대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믿는 유사 남성일 수도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다양한 연령과 학력 계급의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에 처음 놀랐다,

여러 사례에서 피해 여성들은 다양하다

단순하게 학력이 낮거나 경제적으로 여려움이 있는 여성들이 주로 폭력에 시달릴 거라는 편견

적어도 배웠고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여성이라면 폭력에서 벗아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편견

 

우스개 소리가 있다,

남편의 문제( 외도나 폭력등)으로 이혼을 고민하는 여성에서 하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라고 떠도는 말인데 남편의 연봉이 얼마 이상이라면 그냥 참고 살아라 그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라는 거다.,

세상은 이혼녀에게 더 각박하고 험난한 곳이라는 말도 늘 곁들여진다,

물론 그런 조언이 시도때도 없이 맞고 살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니겠지만 왠만하면 남자들은 다 똑같으니까  그놈이 그놈이고 세상은 혼자 사는 그것도 다시 혼자 살게 되는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쉽게 보거나 실패한 인생으로 보는 게 전부이므로 새로운 헬게이트가 열린다고 그게 꼭 현실적인 조언인마냥 돌아다닌다,

 

또 하나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간혹 이혼을 고민하면서

아직 경제적 자립도 힘드니 아이는 두고 나오면 어떨까 하는 고민글에

빠지지 않고 붙는 댓글이 이것이다,

얼마나 독하면 자식도 버리고 나오려고 하느냐

돈이 없어도 파출부를 하더라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 그렇게 악마같은 남편이 자식인들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줄 아느냐 아이를 버리고 나오느니 차라리 참고 살아라

 

결혼한 여자는 이미 독립적인 인격이 아니다,

아내이고 엄마이고 며느리며 딸일 뿐이다,

남들은 참고 사는데 그걸 못참고 뛰쳐나오려고 하느냐

아이 생각하지도 않고 어쩌면 그렇게 이기적이냐

시부모는 언젠가 늙고 죽는다, 조금만 버텨라

친정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으려느냐

어떤 선택이든 그 곳에 나는 없다, 주위의 눈만 바글바글 존재하고 책임없는 훈수들만 존재한다.

 

우리 어머니 세대들 중에는 아이만 다 키우면 다 혼인시키고 나면 이혼하겠다고 결심안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있을 거다 많이...)

결국 아이에게 결손가정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 그 오롯한 자식에 대한 책임을 여자는 짊어지고 있다,

학령기 아이를 애비없는 자식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혹은 애미없는 자식)

사춘가 아이가 혹시나 남들고 다른 부족한 가정형편으로 삐뚤어질까봐

행여 취직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혼인에서  손가락질 받거나  꺼려지게 될까봐

나아가서는 혼인 후에는 사돈보기 남사스럽고

이미 살아온거 늙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라고 그럴까 하는 마음에

결국 모든 선택을 포기한다, 그리고 이만하면 나쁘지 않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이제 세상이 바뀌어 여성상위시대라고들 했다,

알파걸이니 하는 말이 생기고 남녀공학의 남학생은 여학생들을 위해 깔아준다고들 하고 여성의 대학진학율이 높아지고 상위 성적을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사법고시등등에서 여성 합격율이 높아지고  있다, 교실에서도 여자애들은 만만하지 않다, 일단 말싸움에서 남자애들은 상대가 되지 않은 논리와 표현력과 단결력까지 있다, 그리고 그 끝에 주먹이 날아가면 결국 폭력을 택한 남자아이는 야단을 맞는다,

부모들은 말한다, 여자애가 남자애를 자꾸 살살긁어대니까 그런거라고

결국 남자애들이란 단순하니 감정이 앞서서 때릴 수 밖에 없지 않냐고

결국 매를 벌는 짓을 하고는 여우같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때린 너도 잘못이지만 그렇게 말로 놀렸거나 다그친 너도 잘한게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다,

여자는 대꾸하거나 말대답을 하거나 논리를 앞세우며 남자에게 대척하는 순간 나대는게 되고 매를 버는 일이 된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아들들에게 딸들가 상대하지 말라고 하고 그렇게 나대는 여자애들이랑 사귀지 말라고 하고 여자에게 나서지 말라고 하고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쓰는 족속이라고  말하고 여자보다 성욕이 강한 존재이니 그 앞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살랑거리지 말라고 하고... 남자는 남자는  어찌어찌해서 여자가 조심해야한다,

결국 당하는 사람이 피해를 입는 사람이 조심해야할 일들뿐이다,

그러게 조심했으면 당하지 않았을 일을 스스로 자초하지 않았느냐고 안그래도 상처입고 피를 철철 흘리는 여자에게 또다시 소금을 확 뿌리는 꼴이다,

 

그런 모든 일들은 사적 영역인 가정에서는 그대로 다시 재현될 뿐이다,

니가 살림을 하지 않았고 게을렀고 내 말에 대꾸했고 무시했고 나보다 돈을 잘 벌고 나보다 더 배경이 좋으니 맞아도 된다고.. 그렇게 합리화된다,

 

 

책에서 가장 무릎을 치는 부분은 가족은 사회의 영역이 아니고 사적인 영역이라는 말이었다,

교과서에 나온 문맥 가족이란 사회의 기본단위이다 라는 명제 그게 참 무서운 거였다,

가정  즉 가족은 사회의 최소단위로서의 존재이지 사회는 아니다,

가족의 영역은 사적인 영역이고  그곳은 가부장적인 힘을 가진 남성 가장이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격영역이다, 그러므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알력이나 갈등은 그 가족이 알아서 해결해야할 문제이지 사회에서 개입해야 할 곳은 아니다,

그저 사생활이라는 말로 외면받는 치외법권지역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매를 맞아도 그건 부부사이의 일이고 부부싸움이란 타인이 끼어들어서는 안되는 영역일 뿐이다,

누구나 알지만 눈을 감는다, 가족은 타인의 성역이고 사사로운 일이므로 함부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서로 에티켓이되어버린다,

 

가족폭력방지법이라는 것조차 매맞는 여성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폭력으로 깨어진 가족을 어떻게든 다시 끼워맞추어서 행복하고 화목한 사회의 기본구성으로 되돌리는 것뿐이다,

여성의 고통을 드려다 보려는 노력은 어디에도 없다,

그 와중에 여성들 또한 가족을 꺠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게 결국 여성의 역할로 완성되는 기괴한 구성이다보니

여성이 가족에서  도망치거나 독립해버린 순간 그것은 가족이 아니게  된다,

온간 책임은 여성에게 돌아가고 모든 비난은 여성이 감당한다,

아직 어린 혹은 예민한 아이들을 위해 그래도 나쁜 놈은 아니라고 믿고 싶은 남편을 위해

남들에게 우세스런 꼴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그러진 자존심때문에 그저 모든 문제를 끌어 안고 가려고 하고 그 러기 위해 택하는 선택은 모든 것이 내탓이다,,, 라는 것이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애교가 있지 않아서 내가 게을러서 내가 그때 한눈을 팔아서

저 사람은 순간 욱해서 너무 화가 나서 자존심에 기스가 나서,

그렇게 모든 원인을 자기에게 돌리고 어쨌든 금이 간 가정을 부둥켜 안는다,

그 날카롭게 깨어진 모서리에 가슴을 베이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

 

아내 폭력은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는 폭력들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모두 정치적이고 권력문제라고 본다면 폭력을 당연할 수도 있지만

가장 인간적이고 신뢰로운 관게여야할 부부사이에도 권력이 존재해서 폭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지만 왜 부부사이의 폭력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그것은 정치의 문제도 아니고 권력의 문제도 아니라고 다들 믿어버리는 것이가가 문제이다,

아내 폭력이 사회속으로 나와서 이것은 더이상 사사로운 일이 아니라고 할 때  불편해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 역시 불편하고 힘들었다,

내가 아는 세상이 내가 글로 배운 세상이 전부는 아니었다는 것 알게되는 도끼로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몰랐던 일이었다,

 

안서니 부라운의 <돼지책>에서 돌아온 엄마는 변한 아버지와 아들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평안하게 가정일을 분담이 되고 모두가 행복해진다,

그러나 현실에서 돌아온 엄마는 다시 구타속으로 돌아가고 가족을 버린 모진년이라는 타이틀을 걸게되고 그녀를 믿지 못해 화가 난 남편의 행동에는 정당성을 얻게 되고 그녀는 점점 더 의무감만 늘어갈 것이다,

돌아가지 못한 그녀조차 이혼녀라는 이름으로 쉬운 여자라는  편견속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책이 나온지도 꽤 되지만  지금껏 변한 것은 여전히 없다,

념편의 폭력은 가정사이고 여자의 반응은 계획적인 범죄가 되고 

가정의 행복은 여전히 사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 책은 차라리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읽고 누구나 알아야 하는 일이다,

꺠닫고 실천하는 것까지 바라지도 않지만 몰랐다고 해서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나는 그런 저속한 짐승같은 남편이 아니라고 안도하는 남성들도 자기를 무얼 모르고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스스로 누리고 있는 평온과 행복 뒤에 누군가의 눈물이 있는건 아닌지 누군가의 억울함이 숨은 건 아니지 말이다,

 

책이 도끼라는 말을 절실하게 느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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