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현 시국이 어수선하다,

  텔레비젼에서는 무얼 상상하든 그 이하가 터져나오고

  이젠 어떤 일이 벌어지건 놀랍지도 않고 점점 자극에 무뎌간다

 "아직은 여자가 대통령을 할 때가 아니지 . 여자는 아직 한참 멀었어"

 '여자라서 그렇지 뭐"

 이건 주요 논점이 아니다,

제 딴엔 농담이라고 했을 거다,

 그냥 웃고 넘기자고 한 말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 말에 웃을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웃을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까?

 

 치사하게 나가자면 할말이 없지 않다, 아니 쌓여있다,

 김모시기가 우모시기가 악독하고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도

 남자가 그렇지 뭐... 남자라서 그래

남자가 정치를 하면서 잘 된게 뭐가 있어?

라고 하지는 않는다,

함께 촛불을 들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화를 내다가도

무심하게 나오는 한마디에  분노의 표적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느끼고 좌절한다,

 

 

 

#  "어떤 흑인은 우리 사회에서 '흑인은 이러저러해야한다'는 문화적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면 온갖 종류의 문제가 불거진다, 그 남자나 그 여자의 진짜 흑인다움 여부가 심판대에 오른다, 우리는 흑인스러워야 하지만 너무 흑인스러우면 안되고 너무 말 많고 시끄러워서도 안 되고 너무 부르주아를 따라해서도 안된다, 흑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온갖 종류의 선입견이 있고 이 선입견들 또한 자꾸 변한다,"

 

위 단락에서 '흑인'을 '여자'로 바꾸어도 하등 이상할 것없는 문장들이다,

여자다워야 한다는 것

여자에 대해 기대하는 것

여자라는 대상

딸 아내 며느리 동료 친구 후배 선배  뭐가 되었던 여자라서 기대되는 것은 남자보다 쪼금 더 많다, 남자니까 기대되고 당연시 되는 것 보다 여자니까 이러이러해야한다는 것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입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마디씩 거든다,

자고로 여자라는  건..... 블라블라,,

제각각 다른 기대 제각각 다른 기준앞에서 여자들은 몹시 당혹스럽다,

남자라면 응당,,, 이것도 없지는 않지만 당혹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여자라서 응당 이러이러해야하는 것들은 눌러지고 만져지고 맞춰져야 하는 것들뿐이다,

정상의 기준은 너무 좁고

이상한 여자  파렴치한 여자  부도덕한 여자 나대는 여자 무시해도 그만인 여자

부담스러운 여자  껄끄러운 여자는 너무 많다,

그것도 제각각의 기준에 따라

 

# 사실 책속의 모든 에피들이 다 좋은 것 아니었다,

어쩌면 저자가 너무 흥분해서 중언부언하고 있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고

너무 지나치게 감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어쩌면 조리있게 이론적으로 매끈하게 쓰여진 책이 아니어서 남같지 않았다,

내가 조금 부족하고 많이 흔들리고 때때로 다른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기본적으로 남녀는 평등해야하고 누구나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만은 변함이 없다,

 

#  이전에 읽었던 페미니즘 도서들과 마찬가지로

이 지구 위에서 여자들에게 안전한 곳은 아무데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다,

길거리에서, 익숙한 학교나 회사에서, 심지어 가정에서도 여자들에게는 모두 위험한 공간이다

동시에 그 모든 공간에서 위험을 느끼고 불안해 하는 여자들은 이상한 존재다

이렇게 안전하고 익숙하고 잘 아는 곳이 잘 아는 사람들을 위험하다고 경계하는 것이 또 남자들을 타인들을 불쾌하게 만든다고 지적받는다,

여자들이 느끼는 본능적인 불안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불안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구나 싶으니 씁쓸하다,

 

 

# 페미니즘 이외 인종문제도 잘 읽었다,

  여성뿐 아니라 누구든 소외받는 이가 있는 것은 부당하다,

  나만 피해자라는 생각이상으로 내 주변의 누군가를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관심을 다시 돌리게 된다,

  또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도 어딘가에서는 차별받는 존재지만 또 어딘가에서는 "우리"라는 울타리에 묶여서 누군가를 배척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영웅을 찾아서> 와  <미국인 테러리스트와 흑인청년 두 프로필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깊은 공감을 주었다,

 

#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편들이 그렇다

  정서적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 누구에게 의지하는 삶은 아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어떤 반박도 없을 만큼 완벽해야한다

  여자다운 옷차림이나 말투 를 지양한다

  모든 일은 분담해야하고 여자라고 더 희생하고 더 많이 일하는 것을 거절해야한다

  여자도 남자와 다르지 않다,

  자기 주장을 확실하게 말하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으로서 나는 때로는 누군가에게 짐을 떠맞기고 의지하고 싶을 때가 있고

  지금 상황이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독립적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가끔 샬라라 한 차림을 원하지만 이젠 어울리지 않은 체형과 나이가 되었다, 슬프게도

   에휴 까짓거 내가 하고 말지 하고 내가 일을 다 해치울 때가 있고  그게 편할 때가 있다,

  매우 자주 이기적이기도 하고 감정적이기도 하고 모른 척 여자인 걸 내세울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을까

 이중적인 가식일 뿐일까

  록산 페이는 그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남자 여자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함께 인격적으로 대우받아야 하는 것 그 명제를 기억하고 늘 행동하기전 생각한다면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 이 책의 좋은 점은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페미니즘 책들을 보는 이유는 알고 싶어서이다,

  이론적으로 알고 싶고 더 잘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배움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늘 누군가에게 배워야 하는 입장이라면 너무 주눅드는 일이다,

  모르니까 내가 아는 게 없어서 낮추고 배우는 것이 나쁜 것도 틀린 것도 아니지만

  가끔 과부하가 걸리면 (내 능력치에 비해 많은 것이 들어오면) 그대로 포기하고 싶어진다,

  나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어떡할거야?

  그냥 생긴대로 살래 뭐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해?

 그렇게 고집피우고 드러눕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록산 게이는 가르치지 않았따,

 그냥 자기가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털어놓는다,

  사실 모든 글들이 다 좋지는 않다,

 나도 이런 사람이고 이런 경험을 했고 이런 짓도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어.. 라고 자신있게 드러내는 글들이 좋았다,

 어쩌면 어려워서 두려워서 나는 저기 속할 수도 없을거야 하고 지레 겁먹는 사람들에게

 너도 나도 다르지 않다고

우리도 함께 일 수 있다고 손을 내밀어 주는 책이다,

 페미니즘이 어렵지 않다,

 그냥 삶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주장하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다,

모두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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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0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구 백인 중심의 자유주의 페미니즘도 한계가 있습니다. 록산 게이가 이 책에서 지적한대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성 차별의 원인을 이분법적인 남녀 차이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인종, 계급 등의 다른 변수를 보지 못합니다. 여성 차별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관점의 페미니즘을 꾸준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푸른희망 2017-01-06 11:50   좋아요 1 | URL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