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은 '나'와 그 밖의 것들로 나뉜다,

나는 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밖의 것들에 대해서는 내가 보는 것 내게 보여지는 것, 내게 들려오는 것으로 안다,

세상에 '내'가 존재한다면 나 아닌 타인도 존재하는 것인데

어쩌면 나는 나 이외의 다른 존재들에 대해 '나 아닌 여러가지 다른 것들'로 뭉뚱거려서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안다는 것 익숙하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마

가마

가마

가마

가마...

자꾸 중얼거리면  가.마. 라는 두 음절만 남고 그 의미는 사라진다,

슬럼

슬럼

슬럼

슬럼..

역시 두 음절이외읙 것들이 사라진다,

 

그렇게 원래의 의미가 사라지고 껍질처럼 남은 음절로 나는 나 이외의 것들 알고 있다고 믿는다,

도시가 있고 직장인이 있고 학생들이 있고 지치고 고단한 경쟁이 있고

배움이 짧아서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있고

게으르고 무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거리의 미관을 망치고 있고 우리가 거리를 걷는 일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고

어딘가에 정의는 있고 노력하면 행복을 잡을 수 있다고

나는 그렇게 모든 알맹이가 빠져버린 음절따위만 남은 '나 이외의 것들'을 이해하면서 살고 있다,

각각의 '나 이외의 것들도' 저마다의 '나'라는 사실을 잊는다,

아니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세상에는 저마다의 '나'가 있고 저마다의 삶이 있다,

 

은교와 무제도 그냥 철거될지 모르는 전자상가의 사람들이기만 한 건 아니다,

어떤 곳에 있는 철거되는 게 더 나을 거 같은 낡고 음습한 전자상가에서 허드랫일을 하는 젊은 남자 여자가 아니고 은교이고 무재다,

그림자가 자꾸 벌떡 일어나고 엷어지고 나를 능가해버리는 일이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지워지고 잊혀져도 괜찮은 존재는 아니다,

그들도 만나고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손을 잡고 살아간다,

그게 사랑이라면 사랑이고 의라라면 의라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얼마나 나 아닌 것들을 뭉둥거려서 생각하고 살았는가,,

등이 서늘해진다,

누군가에게 나도 역시 뭉뚱거려진 타인이다,

 

황정은이 어떤 의미로 이 소설을 썼는지는 모르겠고 신형철의 해석도 나름 좋지만

나는 이 소설이... 타인을 그저 뭉뚱거려서 바라보지말라고 작게 그러나 힘있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누군가의 삶이 이어지고 있는 상가 앞 새로 조성된 공원에서

고성방가를 이어가며 이벤트를 벌이는 그들처럼

우리도 예의 없고 야만스럽게 누군가를 그저 뭉뚱거려 타자화하며 살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누구의 삶이든 예의를 갖추고 대해야 하는데.....

참 함부로 살고 있구나 싶었다,,, '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