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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ㅣ 최인훈 전집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1월
평점 :
이명훈은 남과 북을 선택하지 않았고 제 3국을 선택했다,
그는 중립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다시 죽음을 택한다.
남에서도 북 어떤 이념에서도 자신의 광장을 또다른 곳에 광장이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이제 그에게 어떤 광장도 의미가 없음을 중립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알아버렸다,
어쩌면 청춘의 한 순간 사랑을 찾아 떠난 것일 수도 있고
자기를 던질 어떤 이념을 발견하지 못한 우울감일 수도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마 그도 모를지 모른다,'
대학 입학후 처음으로 서평이라는 걸 썼던 책이 광장이었다,
어떤 사전 지식없이 꾸역꾸역 읽었고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걸 이해했는지 모르고 썼던 기억이 있다,
그때 광장과 밀실에 대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를 깊은 고민없이 아니 고민을 많이 하면서 썼던 기억이 난다, 줄거리를 요약하고 느낀 점을 쓰던 미성년시절의 독후감이 아니라
어떤 의미가 의도가 숨었는지 잔머리를 굴려가며 썼었다,
그리고 20년도 지나 다시 읽어본다,
이런 내용도 있었나 싶게 세세한 줄거리나 묘사는 새롭고 의외로 이명훈이 꽤나 잘 난척을 한다는 것도 보이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도 다시 보게 된다,
북으로 간 아버지를 둔 의지할 곳 없는 남쪽에서의 생활이 그를 안으로 말려들도록 주눅들게 했지만 동시에 대학생이라는 철학자를 지식인이라는 자의식으로 삶을 이겨내고 있었지만
이념은 그를 그렇게 치기어린 삶을 누리게 놓아두지 않는다,
그 후 순간적인 감정이었는지 모를 북한행을 시도하고 아버지를 만나고 다른 이념에서의 삶을 시작하지만 말로만 들었던 혁명의 기운은 전혀 보이지 않고 그저 단 하나 당의 혁명을 아무말없이 따르기만 하는 인민들 속에서 다시 고민한다,
전쟁이 나고 사랑하는 여인이 폭격으로 죽고 포로가 되고....
삶은 절대 예상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어떤 기대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는 무엇도 선택하지 않음을 선택한다,
그가 그렇게 그리던 광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는 지금의 나에게도 흐릿하긴 마찬가지다,
그때 읽었으나 기억나지 않았던 갈매기 두마리
여자와 아이라고 상징되는 그 갈매기를 보았던 이명훈은 참 인간적이었다,
어떤 막연한 이상이나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내가 만지고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고 그들에 대한 애정을 생각했을 이명훈을 지금 다시 발견한다,
그는 치기어린 사고만 하던 젊은이가 아니었다,
아니 그랬을런지 모르지만 제 3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그는 삶의 구체적인 무언가를 보았고
그리고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선택을 한다,
관념에서 삶으로 내려왔다고 봐도 될까?
그리고 등 떠밀려 하는 선택이 아닌 주체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완전히 공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의 선택을 이제는 지지할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