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관둔 건 어쩔 수 없이 사악해지는 것과 안그래도 되는데 사악해지는 것 사이의 차이를 누군가 진작에 일께워줬다는 걸 기억했기 때문이다

                                                                    p 304

 

 

오베는 자기가 언제부터 말을 안하고 살았는지 정확히 몰랐다, 그는 언제나 과묵하긴 했지만 이 경우는 완전히 달랐다, 어쩌면 그는 자기 머릿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시작한 것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는 미쳐가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마치 다름 사람들이 자기에게 말을 걸지 않길 바라지 않은 것 같았다, 그들이 떠드는 목소리가 그녀의소리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낼까봐 두려워하는 것같았다,

                                                p 392

 

 

오베와 루데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않아야 하는지 안다는 자부심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라는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p 37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책장을 덮으면서 이 시가 떠올랐다,

까칠하고 세상살이가 서툰 이 나이든 사내가 그렇다

자세히 보고 오래왜 들여다 보아야  비로소 사랑스럽다

그건 오베 이 사내의 입장에서 바라본 모든 이웃에게도 해당된다,

누구든 어떤 대상이든 아주 쉽게 결정이 된다,

좋은 사람 까칠한 사람 어리숙한 사람 똑똑한 사람  매력있는 사람 이용해먹기 좋은 사람

가까이 하면 안되는 사람

모든 것이 빠르게 그리고 단단하게 결정된다,

오베라는 사내에게 이웃은 모두 얼떨어지고 어리숙하며 몸으로 하는 모든 일에는 서투른 주제에 돈을 쓰고 입으로 지시하고 남에게 시키는 일 이외엔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소비에는 기가 막히게 능력을 보이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웃에게 오베란,,,, 까칠하고 까다로운 노인네다,

아내 소냐를 보내고  6개월 후

이제 책임감을 가지고 나가야하는 직장도 없어진 오베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당연하게 소냐를 따라가려고 한다,

그런데,,

덜떨어진 이웃이 이사를 와서 자기를 괴롭히고 길고양이는 자꾸 눈에 밟히고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난다,

결코 이웃일에 간섭하거나 도와주려고 내 계획을 멈춘것이 아니다,

단지 성격상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제대로 정리하고 죽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죽음이 미루어진다,

그의 말대로 꼭 오늘 죽지 않아도 된다,

내일도 죽기엔 괜찮은 날일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가 미뤄지면서 오베에게 작은 기적이 생긴다,

그리고 오베를 알고 있는 모두에게 기적이 함께 생긴다,

 

말없고 몸으로 하는 일에 익숙했던 오베가 그나마 사회속에서 사람과 어울리게 만든 건 죽은 아내 소냐였다,

함께 삶을 나누어 가진 관계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오베와 소냐는 보여준다,

자세히 들여다 보고 오래 바라보고 온 부부라는 건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표본같은 관계였다

말없이 우직했던 과거의 오베가 어쩌다 이렇게 까칠하고 싸움꾼에 욕쟁이이며  강박증에 갇힌 사람이 되었나는 자분자분 이어지는 과거의 사건으로 드러난다,

말없고 우직한 사내는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결심 이후

모든 일에서 싸움닭이 되었다,

무엇이든 그대로 묵과하지 않고 생각하고 말하고 떠들고 나대면서 세상과 부딪친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별로 없어도 멈추지 않는다,

내 반쪽이  무시를 당하거나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불의와 싸우고 세상과 싸웠다, 몸으로 하는 모든 기술에 능하듯이 그는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였고 그것에 더 능했다

어쩌면 21세기 디지털세상에 어울리지 않은 아날로그적 인간이어서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보이고 모든 사람이 도둑놈처럼 여겨지지만 (아이패드를 사러간 그의 행동을 보면 드러나듯이)

그래서 세상에 꼭 필요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까탈스러우 노인네고 이제는 좀 편하게 살게 은퇴하고 비켜나야할 세대였다,

그의 눈에 비친 이웃도 그렇다,

대출을 받아 저당잡힌 채 외제차를 몰고 이상한 옷을 입고 조깅을 하고 자기 집 수리따위는 전혀 하지 못하면서 전등하나를 가는데도 누군가를 돈을 주고 불러야 하는 인종들

너무 뚱뚱하거나 호모이거나 직업도 없이 자전거를 훔칠것만 같은 놈들이다

그들은 같은 시대 같은 지역을 사는 타인들이다,

그런데,, 어찌어찌 일어나는 아둔한 이웃덕에 서로 연결이 되고 서로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그리고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마주보고 소리 지르고 싸움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오래 들여다 보고  자세히 보면서 서로 부대끼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타인을 안다는 것은 그렇게 무언가가 켜켜이 쌓여야 비로소 되는 것이다,

첫인상으로 , 내가 살아본 기준으로, 세상이 말하는 잣대로 쓱~ 보고 판단되는 타인은 없다,

그건 내 틀에 맞춰 정해지는 선입관이다,

뭉뚱겨려서 늙은이들이란,,,, 젊은이들은.... 저런 것들은.... 우리랑 달라,,,

물론 어떤 세대 어떤 집단이 가지는 표본적인 특성이나 성격이 있지만

하나하나를 자세히 알아가면 모두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오베와 이웃은 서로 부딪치고 폐를 끼쳐가며 서로에게 다가간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싶게 나와 다른 이웃에게 다가가고 부딪치며 알아간다,

사실 아직도 세상에 통용되는 법칙은 모두가 아날로그적인게 아닐까

내가 찍어 맛을 보고 내가 만나서 겪어보고 그리고 판단해야하는 것들이다,

미리 분류되고 특징지어지고 나뉘어진 어떤 집단이란 이름으로 손끝에서 바로 머리속으로 인지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부딪치고 실수하고 쪽팔리고  켜켜이 쌓여서 알아가는 것이 진짜가 아닐까

오베는 아직 몸으로 그걸 기억한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시대는 바뀌었고 새로운 관습과 질서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오베의 눈에 괴상하게 보이는 이웃들이 그들이다,

그들도 틀린 건 아니다, 다른 것이다,

세상엔 틀린 것도 많지만 다른 것도 많지 않은가

우리가 보지 못한  오베들이 세상엔 존재할진데....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오베일지도....

 

 

 

그러니 한 개인개인을 들여다 보고 이해하자고... 글을 맺고 싶으데

자꾸 걸리는 게 있다,

하나하나는 소박하지만  예쁜 들꽃이라고 치자

그런데 왜 그것들이 뭉쳐있으면 시월   가로수길가에서 밣히고 터지며 풍기는 은행냄새가 나는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오베도 그의 분노를 어쨌든 정당한 곳에 썼을 뿐

그 분노를 스스로 정당하다고 믿는 어떤 곳에 썼다면 은행냄새와 다를게 있을까

문득 드는 생각이

뭉쳐진 덩어리 집단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결국은 편견이라고 하지만

그 편견을 생산해 내는 쪽에는 문제가 없을까?

한두놈의 미꾸라지가 물을 흐린다고 하지만 그 미꾸라지들이 물을 흐리고  난장질을 할 동안 다른 미꾸라지들을 무얼했을까

그러고 나중에 나는 그 미꾸라지들과 달라,,

한데 묶어 보지마.,. 하면?

책을 보며 내 주변의 어른들을 다시 봐야겠다 생각을 하지만

지하철에서 유독 젊은 여자들앞에서만 큰소리로 봉변을 주고 주먹질까지 하는 노인이나

함께 하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연합을 꾸린 노인들이나

아무도 이름 붙이지 않았는데 저희들끼리 어머니연합이라고 조끼입고 부끄러운 짓을 하는 분들이나...  그들도 하나하나는 오베이고 들꽃일까?

세상엔 오래도록 들여다 보아도  똥은 똥이고 구리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것들도 많다

편견없이 살고 싶지만 그 편견이 더 굳어지게 해주는 대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세사은 다양해서 들꽃도 똥도 함께 존재한다는게  사실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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