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대왕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사도세자가 뒤주에  들어가 결국 죽는다는 대단한 스포를 알면서도 보러가게 되는 이야기

그 영화를 보았다.

역사적인 어떤 사실 혹은 세대간의 문제 뭐 이런저런 평이 많지만

내가 본 영화  '사도'는 중년 가장의 비애였다,

 

잠시 딴 소리 하자면

송강호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아버지는 늘 짠하고 찌질하다,

효자동 이발사

우아한 세계

관상

변호인....

기억나는 이런 작품에서 어떤 사회적 배경이나 문제들을 빼버리고 그냥 한 가정의 가장이고 어떤 아이의 아비로서의 송강호는 늘 고군분투한다,

고지식하게 남의 머리를 깍아주고

가장으로서 책임을 위해 건달짓을 하고

아들 하나 지키겠다고 하다가 결국은 권력암투에 말려들고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비가 되려고 세상과 맞장뜨기로 하는

그런 늘 애쓰는 아비였는데 늘 그 아비의 마음이 아들에게 (혹은  딸에게 ) 가 닿지 않거나

너무 늦게 닿거나 그냥 허공에서 허지부지 사라진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랬다,

아들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는데 그래서 정말 애쓰고 애쓰는데 그 마음은 허공에서 스르르 없어진다,

아비는 아들과 통하려고 노력한다,. 잘되라고 잔소리도 하고 매도 들고  모른 척도 하고 모든 걸 하지만  아들에게 닿는건 아비의 마음이 아니라 행동들이고 말들이다,

아비는 열심히 달을 가르키는데 아들은 정작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있다.

근데 아비는 모른다

자기가 달을 보라고 가르키는데 사실 그 굵고 투박한 손가락이 달을 가리고 있다는 걸...

손가락과 달이 보는 위치에 따라서 가려지기도 하고 가리키기도 한다는 걸 모른다,

그저 내가 보는 장소에서 내가 보는 것이 전부이고 그걸 아들의 자리에서도 그대로 보일거라고 굳게 믿을 뿐이다, 왜냐하면 아비는 그렇게 자기 아비에게 배웠으니까...

세상 아비들은 스스로 자식과 소통이 잘 되는 멋진 아빠라고 믿는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자식들은 내 아비가 잔소리가 많고 자기이야기만 하는 꼬장꼬장한 인간이라고 판단할 뿐이다.

영화도 그렇다,

아비는 밤새 자식을 위해 책을 쓴다,

그런데 자식은 놀기 바쁘고 개나 그리기 바빠서 아비가 만든 책은 저만치 혼자 펼쳐져 있다,

아비는 속이 상한다,

우라질 노무 새끼....

그래도 참는다. 아니 참는다고 믿는다,

나는 많이 참는다,

나는 나랏일때문에 가족을 챙길 수 없다. 한 나라의 왕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면 집안일을 좀 알아서 잘 챙기고 잘 하면 어때서 

나중에 보면 나만 빼고 저희들끼리 꽁꽁 단합해서 나만 소외시킨다, 나만 잘못했다고 한다

모두 내 잘못이라고 만 하고 저누무 자식을 감싸고 또 감싼다

저래서 자식이 망가지는 걸 모르니 내가 나설 수 밖에..

 

영화에는 또 다른 아비가 있다,

그는 나중에 사도세자라고 불린다,

그에게는 아비와의 갈등이 가장 큰 과제이다,

아내는 그저 세손만 끼고 세손 세손... 세손이 우선이다,

나도 가족이다,

나도 힘들고 괴로운데 나만 참으면 된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된건 다 아부지 때문인데 나더러 참으라고 한다,

이게 가족이냐...

도리만 이야기하고 세손을 생각하라고 하고..

나도 내 새끼 귀한 줄 알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야 내 새끼도 있는게 아닌가

자식을 위해 희생만 하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아직 젊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내 자식이 내 바짓가랭이를 붙든다

내가 그 아이를 싫어하는게 아니다,

그가 테어난 기쁨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그에게 줄 부채로 만들었다.

나는 그런 아비다, 그런데 나를....

 

두 아비는 참 외롭다, 괴롭다,

아무도 나만 이해해 주지 않는다,

저희들끼리는 이해하고 이해받고 서로 꿍짝이 잘 맞는데 나만 외톨이다,

이건 다.. 저누무 자식때문에... 저누무 노인네 때문에...

아비가 말했다

"왕이라고 언제나 칼의 손잡이를 잡는 경우는 없다 칼 끝을 잡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야한다"

아들이 중얼거렸다.

"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

짧은 한마디가 각각의 마음이다,

서로 통할 수 없는 마음이다,

결국 영조가 외친다,

이건 집안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역사적 비극은 시작된다,

왕가의 막장드라마가 펼쳐진다,

아들을 죽인 아비

아비를 죽게 한 자식

왜 죽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이걸 고독한 가장의 외로움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하고 싶다. 소통하지 못하는 가장의 비극이라고 하고 싶다,

 

역사는 늘 승자의 기록이고 보는 사람의 관점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읽는 이의 해석이 덧붙여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많은 다른 스토리를 가진다,

역사는 그것이  늘 올바른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시각으로  정의롭기도 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하다

역사와 역사 소설이 다르듯 역사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다르다

사실 이준익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하여간 당파싸움으로 인한 사도세자의 죽음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무언가를 그리려고 하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고

역사 속의 어떤 사실이 누군가의 눈에 띄어 영화가 되거나 소설이 되면서 무언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것을 보거나 읽은 누군가에 의해 또다른 의미가 발견되기도 한다

나는 그냥 이 영화 내내  한 가정의 가장이 생각났고 그 가장의 비루하고 처절한 견디어냄이 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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