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스기무리가 좋았던 거같다,

사건은 어찌되던 상관없고 피칠갑을 하는 괴기한 사건이건 복잡하게 얽힌 사회파 사건이건 사람들의 본성이 드러나는 악마적인거든 상관없이 단지 스기무라가 나온다는 이유로 이 백과사전만큼 무거운 책을 골랐다,

이 책은 절대 드러누워 들고 볼 수 없다,

다만 너무 두껍게 제본되어 나중에 중간에 페이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는 하다,

그래도 두권으로 분철되지 않았음에 출판사에 감사하다,

조금씩 야금야금 읽어야지 하면서도 결국 못참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래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읽어가서 이틀이나 걸렸다,

 

데체 사건이라는게 뭐야?

버스 인질극은 이미 끝이 났는데 무슨 일이 왜 발생하지 않지?

단순한 나는 누군가 죽거나 피바다가 되어야 사건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초반에 나온 모리 각하가 괜히 나온게 아닐텐데 노데와 연관을 시켜보면 이사람도 뭔가 구린게 아닌가 하는 헛다리도 열심히 짚으면서  인질들 하나하나와 처음엔 미워할 이유가 없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무지하게 미워지는 밋짱 할아버지를 휙휙지난다,

전편에서 계속 나왔던 야마다 콘체른가의 사람들

위악을 떨고 냉소로 무장한 편집장이랑 무슨 흑기사처럼 등장하는 야마모토(맞나) 의 인간적인 면을 보는게 쏠쏠한 즐거움이다,

 

이제 미미여사의 추리물에서 극적 긴박함따위가 문제는 아니다,

사람이다,

등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사의 시각이 너무 좋다,

하나하나 상담하고 이해하고 안아주는 여사가 좋아서 헬레레 하며 책을 읽는다,

미미여사에게는 크리스티 할머니의 느낌이 많이 난다,

그래그래 힘들었지... 그마음 알아... 내가 다 알아.. 세상이 몰라도 니가 알고 내가 알지

하는 공감과 배려가 들어있다,

그래서 이건 너무 밋밋해 실망이야 하면서도 자꾸자꾸 찾아보고 읽게 되는 거다,

여름밤 공포를 잠 못드는 건 습기와  열만으로도 충분하므로 이렇게 따뜻하고 편안하게 부채질 해주는 여사의 이야기가 더 좋다,

 스기무라가... 이제 변했다. 그의 변화가 왠지 슬프고 그러면서도 기대된다.,

 

거짓말이 사람을 망가뜨리는 까닭은 늦든 이르든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거짓은 영원하지 않다. 사람은 그렇게 강해질 수 없다. 가능하면 올바르게 살고 싶다. 착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라면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한 거짓말이라도 그 무거운 짐을 견디 수 없게 되어 언젠가는 진실을 말하게 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느끼지 않으며 거짓말의 무거운 짐을 지지 않는 사람쪽이 차라리 행복하지 않을까?

 

(중략)

 

이무라 에리코는 끝까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다. 배 속의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른다. 이 아이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그녀만의 것이다. 혹시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머니가 끝까지 거짓말을 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 끝까지 거짓말을 해서 자기를 지켜주지 않았느냐고

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진실이 아니다. 끝나지 않는 거짓 쪽이다.

 

                      p 512-513

 

 

 

나도 저 벚나무처럼 고독하고 보잘 것없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 리모진 버슬르 마련해서 구경하러 올 정도로 멋진 산벚나무 숲에서 튕겨 나왔고 거기로 들어갈 방법은 없었다. 뿌리부터가 다르니까.

계속 숨어 있을 수는 없다. 모임장소로 돌아가지 않으며 나호코가 걱정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 그리고 나는 주차장 구석에 세워져 있는 빨간 자전거를 알아차린 것이다. 레스토랑 종업원의 자전거일 것이다. 손질이 잘 되어 있다. 잘 달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걸 타고 달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몰래 숨거나 하기보다는 저 자전거를 타고 이런 장소에서 얼른 떠나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돌아보지 않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빨간 자전거의 기억은 벚꽂놀이의 기억이었다. 그날의 내 심경을 비춘 풍경이었다,

그 기억이 왜 다섯 달이나 후에 일어난 버스 납치 사건 때의 기억과 혼동된 것일까. 양쪽 다 버스 창문을 통해 본 광경이었기 때문에?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장인의 질문을 받고 환기된 기억인데 내 마음은 왜 그런 장난을 쳤을까? 무엇이 두 가지를 연결한 것일까?

무력감이다 폐쇄감이다. 나는 붙잡혀 있다. 자유를 빼앗기고 갇혀 있다.

누군가 나를 좀 놓아줘. 나는 밖으로 나가고 싶더.이런 곳에 있기는 싫어,

녹슨 난간에 매달려 밤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p 716-717

 

 

" 그 후로 나 결심했어. 마음속으로 결심했어. 나도 어른이 되자 여차할 때에는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당신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아내가 되자고..."

하지만 하며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거야.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는지 전혀 알 수거 없어"

 

(중략)

 

"..하지만 나는 , 당신과 있어서 행복해 함께 행복해져 왔어"

아내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눈빛이 흔들린다. 그러다가 내가 생각해보지도 않은 말을 했다.

"정말 행복할까?"
당신은 정말로 행복할까?

"모모코가 유치원에 올라가고 시험을 치고 학교에 가게 되어 나도 조금은 사회와 관계가 생겼어.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되었지. "

그래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 가정은 내가 당신과 쌓아 온 가정은 정말로 가정일까 그냥 나한테 편안할 뿐인 고치 같은 것에 지나지 않은 게 아닐까."

"현안한 곷가 왜 안돼?"

아내는 즉시 되물었다.

"당신한테는 편안해?"
우리는 마주 보며 침묵했다.

"나한테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아"

왜냐하면 당신이 참고 있으니까 라고 말했다,

"나를 위해 많이 참고 있지"

"어떤 부부나 그래"

"그렇지 맞아 하지만 나는 참고 있지 않아. 내 몫도 당신이 참아줬으니까"

 

 

어쩌면 이 책은 많고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사회적인 문제를 제가하는 사건들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은 스기무라의 성장통에 관한 것이다, 더불어 나호코의 성장통이다,

나호코는 스스로가 어른이 아니라고 여겼지만 어느 순간 대나무처럼 훅 자라버렸다,

그리고 스기무라는 나호코가 자라고 있다는 것  전혀 달라지지 않았지만 속으로 여물어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어느 순간 저 위로 솟아올라 자랄 거라는 걸 잊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이 끝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호코는 그때 내가 알던 나호코가 아니었다

그리고 알았다,

나역시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그저 참고 있는 것 견디고 있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고만 생각했구나...

너무 다정하고 다정해서 점점 멀어지는 사람... 결국 그 여자의 아버지의 미니어처가 되어버린 사람 그게 스기무라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다가 빨간 자전거를 엉뚱한 방향에서 튀어나와 버리고

모든 거짓말이 사실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된다,

아름답다는 것 그것은 간혹 질식하게도 만든다는 것 그것이 거짓으로 만들어졌을 경우,....

 

전작들을 보며 통속적인 나도 스기무라를 부러워랬다,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

사랑하는 여자가 재벌의 외동딸이라니... 게다가 재벌의 암투에는 끼어들지 않아도 되고 편안하게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소박하게 살 보장이  된 사람...

무지 부러웠더랬다. 아. 남자  신데렐라구나,....

 

그런데 점점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스기무라는 자신을 찾아간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건에 집중하는 순간 그는 가장 빛나고  행복하다,

남의 불행한 사건을 파해치면서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건 모순이지만 사건에 몰두하고 가족을 잠시 잊고 자기의 직책을 잊고 있는 스기무라는 그 순간이 가장 스기무라답다,

그런 걸 가장 가까운 곳에서 스기무라만 바라보는 나호코가 모를 리 없고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

가족은 꼭 그렇지 않지만 말하지 않아도 그의 모습과 태도등 비언어적인 모습에서 본보습을 찾을 수 있고 진심이 담겨 있다,

스기무라가 모르는 사이에 그는 몸으로 자유를 누리고 행복했고 그리고 가족을 잊었다,

의식으로는 말로는 가족이 가장 우선이지만 그의 행동과 비언어적 모든 의사소통은 자유를 원했을것이다,

그리고 스기무라보다 나호코가 그걸 먼저 알아차리고 스기무라가 눌러놓은 욕구와 감정을 읽어버렸다. 너무 잘 안다는 건 가끔 슬픈 일이다,

 

미미여사는 단숨에 스기무라는 잘라낸다,

꺽꽂이 하는 것처럼 콘체른에서 잘라내어 혼자 뿌리 내리고 자생하도록 이 사건에 얽혀넣었다,

자유를 생각하고 거짓과 진실의 본 모습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래도 무게를 더하고 아픈 진실로 다가가게 한다,

그리고 우리 스기무라는  자유롭게 사건을 쫒아 다닐 것이고

언젠가는 나호코와 좋은 인간관계를 다시 맺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래도 스기무라가 스기무라여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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