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기에 가까운 개인적인 글이다..

 

책읽기 모임을 하고 있다,

하나는 엄마들끼리 하는 책읽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모임은 오래되었고 내가 시작한지 4년째다,

처음에 들어갔을 땐 뭘 모르는 상태였으니 같이 읽자고 하는 책을 읽고 쭈삣거리며 참가했다,

내가 워낙에 자발적 은둔형 외톨이라 조금은 그 벽을 깨어보고자 모르는 사람들의 틈에 끼어들었던 이유도 있었다,

나도 나름 책 꽤나 읽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별 문제 없을거라 믿었고 한편으로는 나 정도면 꽤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자만도 있었다,

책을 오래 혼자 읽은 사람답게 나는 확실한 내 취향이 있었고 편협된 틀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타인과 함께 하는 책읽기는 나만 내세울 수는 없다,

내 성격이 목소리를 크게 내며 내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주 소극적으로로 읽지 않았던 책이거나 내가 별로 내켜하지 않은 책이면 살짝살짝 빠져가면서 책을 읽었고 이야기를 들었고 가끔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모임을 통해서 내가 혼자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들을 읽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내 틀을 넓히는 것 또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여기며 꾸역꾸역 읽었다,

엄마들 모임이라 아주 수준높은  전문적인 책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늘 진지하지는 않다. 하다가 아이 이야기 시집 이야기로 나가기도 하고 책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다가 끝나기도 해도 그래도 나름 의미 있는 모임이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보는 관점이 다르고 생각이 각각 다르고 말하고 싶어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배우면서 그래서 조금 산만하고 분위기가 뚝뚝 끊어진다는 느낌이 있어도 그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모임 자체가 학교소속이라 매년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

처음엔 서로 탐색한다,

어떤 모임일까.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었을까? 과연 내가 잘 끼어들 수 있을까

기존  회원도 탐색한다. 어떤 사람이지? 우리랑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좀 힘든 사람은 아닐까?

그러다 중간에 사정으로 나가기도 하고 다시 들어오기도 하면서 모임은 이어졌다,

모임이라는 것이 유기체적인 성격이 있어서 그 구성원들이 이렇게 이끌어가고자 하는 노력을 하더라도 제 멋대로 굴러가기도 하고 저 혼자 활성화 되었다가 어느 순간 사그라들기도 하면서 이어진다,

그리고 올해 새롭게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는 올해가 마지막이라 (학교에서 하는 모임이라 아이가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된다)

나도 끝까지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고 마친 올해 구성원들은 무지하게 열성적이고 이지적이고 학구적이었다.

나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발언을 많이 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괜히 얼굴이 붉어지면서 쓸데없이 많이 말한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고 내 수준에 버겁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함께 읽고 생각을 듣고 아 저 사람의 발언은 싫다고 느끼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제  기존 모임회원이  많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

누군가가 자꾸 발언을 독점한다,

이야기를 어렵게 하고 길게 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

나도 편협한 인간이라 누군가의 발언이 거슬리고 싫기도 하고 그래서 그 말을 듣지 않고 잠시 딴 생각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악의적으로 반박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래서 모임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다,

은둔형 외톨이답게 하나 있는 모임이라 애책도 갔고 오래 하지도 못하고 일년이라는 제한이 있으니 마무리는 잘하자는 마음도 있었는데

기존 사람들이 잘 안나오고 하는 것이 그런 갈등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복잡하다,

저 사람이 걸려서 나가고 싶다. 새롭게 모임을 만들고 싶다,

뭐 그런 말들이 오갈 줄은...

나도 내년엔 모임을 나가야 하니까 새롭게 모임이 생기면 할 의향은 있지만 여기가 싫어서 나가는 건 아니었는데,,,,

마음이 복잡했다,

 

왜 책을 읽을까?

나는 여러번 썼지만 은둔형이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책읽기가 가장 편했던 게 첫번째 이유다,. 책이 가장 편한 상대고 가장 좋은 위로였고 도피였다,

그리고 책은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었다,

너무 상투적인 말이지만 그랬다,

책을 통해 세상의 구체적인 속살을 알게 된다,

뉴스나 신문에서 혹은 사람들의 말에서 무명인으로 그저 피해자나 가해자  농성자  소외받는 사람들이라는 일반명사들이 책으로는 고유명사가 되어 살아 움직이며 삶을 보여준다,.

그 삶은 어떤 이론서보다 강하고 깊게 박힌다,

이해가 아니라 공감을 하게 되고 마음이 아프고 내가 무얼 해야하나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것이 내가 가진 틀을 꺨수는 없지만 넓히는 과정이라고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책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책만 읽는다고 세상이 바뀌지도 않고 작게는 내가 바뀌는 것도 아니더라

물론 생각이 달라지고 커지고  알게 된 것도 많지만 결국은 행동이고 움직임이었다

책을 통해 아는 걸 알고만 있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책만 보는 바보라는 말이 있고  책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을 읽고 움직이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지 책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책은 책일 뿐이니까,,,

 

책읽는 모임에서 농담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여기는 참 편한 모임이라고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고 책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다른 아줌마 모임에서는 책 이야기를 하면 이상한 취급을 받고  잘난 척한다는 말도 듣지만 우리는 안그렇지 않냐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 모임을 좋아했다,

굳이 남의 이야기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시시콜콜하지 않아도 책 이야기하고 영화보는 이야기하고 꽤나 문화적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제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셍각을 넓혀가면서도 우리는 우리와 다른 타인을 불편해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닐까  그냥 우리끼리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 우리속에 누군가 타인이 들어오는 것 그리고 그 타인이 걸리게 되면 불편하고 힘들다는 것

새로운 사람은 우리와 다를 수 있다, 아니 달라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처음엔 달랐고 함께 하다보니 닮은 점이 생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를 것이다,

다르다는 것은 불편하다,

그래도 자꾸 부딪치지 않으면  영영 알지 못한다,

걸리곡 불편하고 미워질 수 있다.

그가 내게 타인이듯이 나도 역시 그에게 타인이다, 그도 내가 불편하고 밉고 나대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나도 미운 사람이 많다, 다시 안보고 싶지만 그 사람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모임을 포기하기 싫고  내가 움츠려 들고 싶지 않아서 그냥 자꾸 만난다, 소극적으로 만나고 무시하면서 만나고 어 하는 면을 마주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타인과 타인이 우리게 된다,

 

적어도 책을 읽는다는 사람들이 문화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타인을 거부하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 들어와서 아직 둥글어지지 않았고 또 굳이 둥글어질 이유도 없는데 자꾸 걸리고 불편하다고 밀어내는 건 아니지 않을까

타인의 어색함이 내 틀을 깨는 도구일 수 있고 내 세상이 넓어지는 창일 수도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그들에게 나도 역시 타인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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