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연쇄 살인범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그는 이제 점점 기억을 잃어간다,

기억을 잃고 시간이 뒤섞이고 내가 누구인지를 잃어간다

사람은 살과 뼈와 피와 같은 유기물로도 이루어져 있지만 내가 살아온 시간들 기억들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나는 내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어서 비로소 내가 된다.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어떤 계급이나 부 역할들이 아니더라도 내가 기억하고 살아온 시간이 나를 스스로 증명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건 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진 존엄함을 잃게 하는 것이고 나를 더 이상 인정할 수도 없고 존재를 증명하라 수 없다.

주인공의 이웃에  살았던 치매 노인들의 이야기가 있다,

노부부 둘이 장성한 자식을 떠나보내고 살다가 남편이 그리고 아내가 치매에 걸렸다

둘은 점점 시간을 잊어가면서 기억을 잃고 점점 두 사람의 시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모든것이 통제 당했고 감시 당했고 언제 어디로 끌러갈지 모르던 불안의 시절로 돌아간 노부부는 마주하는 사람마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고  굽신거리고 쩔쩔맸다

결국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그 존엄마저 내려놓고 요양소로 떠난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본 주인공은 그 모습이 충격이었다,

인간이 그렇게 스스로를 떨어뜨리는 일 그건 무서운 일이다

그 모든 것이 기억을 잃고 시간을 거스를 수 없음에서 나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모에도 시간을 훔쳐가는 회색신사들이 있다,

그들은 인간의 시간을 훔쳐야 살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인간은 그들에게 시간을 빼앗기면서도 그것이 시간을 저축하는 일이고 좀 더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바쁜 일상에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놓친다,

친구를 만나고 대화하고 놀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법을 잃어벌인다,

그건 다름아니라 스스로의 존엄을 잃어버리는 일과도 같다,

내 삶을 내가 만들어 가지 못하고 동동거리게 하는 것 시간에 끌려다니게 되는 것은 스스로가 주인이지 못한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자본주의에 의한 것이든 전체주의에 의한 것이든 사람은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무언가에 속박되어버리는 것이다,

바빠진 사람들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추억할 것들이 없고 추억할 시간이 없다, 추억은 기억이다

그래서 그들은 늘 고달프고 스스로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회색신사들은 시간을 빼앗아간 것이 아니라 삶의 품격을 앗아간 것이다

 

다시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돌아와서

주인공 김병수도 그렇게 서서히 망가져 간다,

이렇게 누군가가 기억을 잃고 망가짐을 보며 서글프고 안타까워야하는데 문제는 김병수가 연쇄 살인범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고 난 후 잡히지 않고 70이 넘어까지 잘 살고 있었다,

나름의 부를 이루고 안정을 이루면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덜컥 알츠하이머에 걸린다,

쉽게 동정하고 연민을 느끼기엔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다,

알츠하이머는 현재의 기억부터 서서히 사라진다,

과거만 기억하고 그 시간을 살게 되며 현재는 망각되는 병이다,

김병수는 현재 잘 살고 있던 삶은 잊어버리고 과거의 살인범의 시간을 살아간다,

내가 누구인지 누군가를 죽였는지 나를 쫒는 사람이 누구인지 저 사람이 형사인지 또다른 살인자인지 모든것이 뒤죽박죽이다,

시간이 그에게 형벌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점점 당황하고 정신이 없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그것마저 진실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내게 딸이 있었는지 내가 죽인 사람이 있는지도 헷갈리면서 그는 어쩌면 그동안의 업을 짊어진 형벌로 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스틸 엘리스" 그녀도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세 아이의 엄마로 언어학 교수로 한참을 더 삶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에 덜컥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그리고 서서히 잊어가는 중이다,

기억이 시간이 한 사람의 존엄성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진짜 인간의 존엄은 그 모든 것을 잃어도 잃어버버릴 수 없음을 그녀는 보여준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고 모든 기억이 뒤죽박죽되고 주위 사람을 혼란하게 만들지만 그녀는 그녀로서의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 텅 빈 그녀의 얼굴을 보면 그래도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 존엄하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사회적인 이름이 아무것도 없고 기억을 잃고 시간을 뒤섞어버린 뒤에도 나는 여전히 나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누군가 타인을 여전히 나는 귀하게 여길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책. 그리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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