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영화를 보거나 슬픈 장면을 봐도 가슴에서 욱하고 치어 오르는게 있지만 어느 순간 내가 나에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낮고 단호한 목소리

"그만한 일로 우는 거 아닌거 같은데"

그러면 희안하게도 눈물은 쑥 들어가고 가슴을 막고 있던 것이 풀린다, 다만 치밀어 오른 무언가가 남긴 묵직한 통증과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감정이 남겨놓은 목매임만 남았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면서  내내 한 생각은 그거였다

"울음이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다행히 적재적소에서 울음이 나왔고 무사히 상을 치르고 돌아왔다,

나는 누군가의 앞에서 우는 일이 싫었다,

물론 한 번도 남앞에서 울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울지 않는다

울음이 터져고 참아내는 힘이 더 강해서 언제나 누르는 쪽이 이긴다

함께 영화를 보고 옆사람은 눈물콧물을 쏟으며 휴지를 뽑아낼 때도 나는 그저 가슴이 먹먹해지는 게 다다,  슬프다, 마음 아프다, 그 인물이 공감되고 구구절절 이해된다, 그런데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무슨 병일까?

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걸까

 

그런 내가 책을 읽고 펑펑 정말 소리내어 펑펑 운 적이 있다,

딱  두권의 책

 

 

 

 

 

 

 

 

 

 

 

 

 

 

 

나도 어쩌지 못할만큼 눈물이 나더니 꺼이꺼이 울어버렸다,

어쩌면 처음 읽었으니까 그럴거라고 시간이 한 참 지난 후 다시 읽었더니 여전히 나는 꺽꺽 울었다,

누군가 들을까 조바심내며 울음을 삼켜도  꺽꺽거렸다,

이후 두 권은 내게 금서가 되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세번째 책이 찾아왔다

 

<기억의 빈자리>

진짜 별 이야기  아니고 심지어 해피엔딩임에도 꺽꺽대며 무언가가 올라왔다,

당황스러웠다, 이러려는게 아니었는데

다행히 12시가 훨씬 넘었고 대부분 잠들고 큰아이는 방에서 수학숙제를 하고 있을거고 혼자 거실에 있어서 얼른 입을 막고 참아냈다,

나이를 먹으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정말 늙었나싶어서 그냥 억지로 잠을 청해버렸다

 

다시 곰곰히 생각 해본다,

이 세권의 책이 왜 나를 울렸을까?  그건 모르겠다,

나랑 비슷한 무언가가 있나?

나를 스치는 무언가가 있나?

모르겠다,

그렇다면 세권의 공통점은 있나?

금서가 된 세권을 나란히 놓고 본다,

생각해본다,

세권은 모두 그랬다,

주인공이 너무 너무 아프고 힘든데 한 번도 아프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꾸역꾸역 견뎌냈고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고 있었다

동구는 가족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어린아이인 척 아무것도 모른적 괜찮은 적 모두가 나에게 화풀이를 하고 스트레스를 풀어대는 걸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했다,

나의 나종지닌 것의 화자는 아들의 죽음을 속으로 삼키고 한번이라도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다, 민가협 활동으로 사회운동으로 더욱 씩씩해져야 할 이유들을 생각해내면서 내 개인적 아픔을 묻었다,

제이미 역시 괜찮은 척 살고 있다, 말을 건네고 위로 받을 대상도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혼자 그 기억을 지우고 싶어할 뿐이었다,

셋다 혼자 짊어지고 끙끙대면서도 자기가  왜 아픈지 왜 힘든지 모르는 그저 얼굴은 웃고 있는 삐에로 같은 인물이었다,

아... 난 그저 견디는 인물들이 아팠구나

 

나는 울지 않는 아이였다,

어린 시절 잠시 스케이트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 때 코치가 무슨 이유인지 (어쩌면 맹장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입원을 했고 엄마와 언니와 친구와 친구 엄마와 병문안을 간 전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였던 거 같고 병원까지는 갔는데 나 혼자 병실을 들어가지 못했다,

무어라 무어라 고집을 피우며 나는 안 들어가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랬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나 혼자도 아니었고 함께 우우 들어갔다가 잠시 얼굴 보고 나오면 그만인 자리였고 다들  아는 사람들이엇는데 나는 병실이니 문병이니 하는 것이 두려웠던 거 같다.

결국 나머지만 들어갔다 나왔고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뭐 취미로 배우는 스케이트 강사랑 무슨 말이 많이 있겠는가

굳이 갈 필요도 없던거 같지만 그땐 정이 더 있던 때가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때 나오면서 엄마고 나더라 독하다고 독하게 여기까지 와서 안들어 가냐고 했었고

나는 이유없이 억울하고 아니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말대답도 없으니 더 지독하다고 했던 것도 같고

뭐 그런 오래된 기억이 있었다,

 

이후 아버지가 입원을 오래하셨음에도 나는 자주 가지 않았다,

가야한다는 부담은 안고 있으면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 불안한 마음이 뒤엉키면서 나 자신도 어쩌지 못해 누군가를 찾아가고 위로하고 살핀다는 것이 자신없었다. 어쩌면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나중에 그 일로 섭섭했다고 엄마가 뭐라고 하셔도 할 말이 없었고 면목도 없었지만 그땐 정말 힘들었다,  막상 병실에 들어가면 곰살맞게 말도 잘 하고 눈치껏 움직이며 도와드리지만 들어서기 전까지 내 마음이 지옥이고 전쟁이었음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였을까?

어느 순간 우는 게 힘들었고 위로받는게 힘들었고 견디는게 편해졌다,

지금도 누군가가 칭찬하고 좋은 말을 하는 건 부끄럽고 어렵다,

오히려 충고나 비난은 쉽게 흘려 넘긴다, 그러든가 말든가... 뭐

그러나 칭찬이나 공감의 말은 왠지 간지럽다. 얼굴에 개미가 열을 지어 지나가는 느낌. 얼른 이자리를 빨리 뜨고 싶다는 안달감. 내 것이 아닌걸 받아든 난처함이 나를  채운다.

왜 난 칭찬에 약할까 왜 난 위로나  지지에 약할까

내가 가장 편한 상황은 아무도 아무말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저 알겠다고 고개만 한두번 끄덕이고 말없이 옆에 앉아주는 사람이 가장 편하고 위안되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 누군가 아파하고 힘들어할 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냥 얖에서 등만 쓸어주는 것이 전부다

내가 보여주는 행동은 단순해서 때떄로 무심하다고 오해받기도 하지만 내 속은 정신없이 휘몰아친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어떤 말을 해야할까? 그냥 침묵하고 있어도 괜찮을까?

옆에 있는게 거추장스럽진 않을까? 그렇다고 혼자 두면 또 무심하다고 하지 않을까?

나는 내내 불편하고 불안하면서도 곁을 떠날 수도 없다

 

 

 

 

 

 

 

 

 

 

 

 

 

 

나와 닮은 아이를 찾았다. 모모

로자 아줌마를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옆에 있다고 해도 뭔가 해줄 수도 없는 모모는 거리를 서성인다.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하고 관심을 돌리고 싶지만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하고 있는 로자 아줌마를 떼어 낼 수 없다.

자기 앞에 놓인 생을 살아내야하는 이유가 로자 아줌마이기도 했을 것이다.

울지 않는 모모

누군가에게 아프다고 말해 본 적이 없는 모모,

그래서 감정을 나누는 것이 서툰 모모 그래서 늘 외로웠지만 외롭다는 감정조차 알지 못했던 모모가 마음에 들어왔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 일은 달걀을 훔치고 따귀를 맞는 일이고 권총으로 은행을 털어서 주목을 받는것 이외를 생각할 수 없는 아이

그냥 아무도 몰라도 상관없다고 여기지만 그 속에서는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손을 잡아주고 괜찮다고 그동안 애썼다고 등을 쓸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아이였다,

누구앞에서도 울지 않고 누구에게 위로받는 것이 어색한 내가 거기 있었다.

나는 모모처럼 창녀의 버려진 자식도 아니었고 배고픔과 무관심에 익숙한 아이도 아니었는데

나는 늘 외롭고 쓸쓸하고 아득했다.

아이에게도 그런 감정이 스며들 수 있는 걸까?

지금 돌아보면 조숙했던 건지 영악했던건지 아니면 그저 어른 흉내를 내고 싶은 허당이었는지모르겠지만 늘 쓸쓸하고 아득한 감정이 있었다는 기억은 있다,

뭐가 힘드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무어라고 꼭 집어 말 할 수는 없는데  딱히 힘든 건 아닌데 아득하고 막막한 기분이었다,

그냥 앞이 뿌연거 같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다는 기분도 있고 또 누구에게도 기대서는 안된다는  강박도 있었던 거같다.

울어서도 안되고 힘들다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 늘 가득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그래야 한다고 말해준것도 아니지만 그랬다,

모모도 누가 시킨건 아니다. 상황이 그랬다고 할 수 있을거고 제이미도 누군가에게 들어서 설득을 당했던 것도 아니다. 소설속의 어떤 인물도 그냥 알게 된 것이다,

이제 징징거려서도 안되고 누군가에게 내 연한 속살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

그건 타인에게 나온 소리가 아니라 내 안속에서 나온 목소리였고  우리는 그 소리에 길들여졌고익숙해졌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어색했고 마음과는 다르게 냉정하기도 하고 매몰차기도 했을 모습에 스스로 익숙해지면서 많이 외로웠다.

나는 스스로 내 속에 깊은 우물을 지니고 있었다,

그 깊은 우물속에 돌을 던지면 절대 풍덩이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다

그 속에 나는 모든 걸 넣어두었던 모양이다,

울고 싶은 마음 누군가에게 매달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화가나고 터져버리고 싶은 마음

날뛰며 기쁨을 마구 뿌리고 싶은 마음 사랑한다고 설레임을 전하고 싶은 마음마저 나는 모두 우물속에 넣어두였다,

나의 모든 마음은 우물속에 있고 나는 서늘하고 건조하게 서 있다.

내 감정은 깊은 우물속에 있어 그 구체적인 모습은 보이질 않으니 나는 늘 외롭고 서늘하고 먹먹했던 것일까

 

그렇게 우물속에 봉인되었던 감정이 책과 함께 올라온다,

그 감정의 이름을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솔직하게 마주해야할 것이다.

자꾸 따지고 분석해서 지치지 말고 그냥 가만히 들여다 봐야 할거같다

 

책을 읽는 좋은 이유중 또 하나가 나를 알아간다는 것도 있다는 걸 세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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